동기생 420명이 입학했던 결성중학교가 폐교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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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기생 420명이 입학했던 결성중학교가 폐교라니…
  • 취재=허성수/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7.01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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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인터뷰<7> 장명환 당진시청 축산과장
장명환 과장은 당진에 아무 연고도 학연도 없지만 근면과 성실성으로 축산행정의 최고 책임자가 됐다.

당진에서는 17년전 폐교된 중학교 다시 살렸는데
거기에 비해 상당히 시설좋은 결성중은 먼지 쌓여
초교 6학년 때 아버지 별세, 4km 산길 걸어 통학
충남대 수의학과 진학, 공사판 나가면서 학비충당


지난 22일 오후 당진시청 1층 카페테리아에서 장명환(52) 축산과장을 만났다. 홍성군 결성 출향인으로 결성초교(65회), 결성중(16회)을 차례로 졸업했다. 현재 결성초교 65회 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4월 주관기수로서 모교 총동문회 체육대회를 치르기도 했다.

■ 비 속에 치른 총동문체육대회
그러나 그의 고향 모교가 입학할 학생이 없어 큰 위기를 겪고 있다. 결성중학교는 올해 봄 문을 닫았고, 결성초등학교는 전교생 15명으로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와 마주 앉자마자 심각한 인구감소로 사라질지도 모를 고향 이야기부터 자연스럽게 나왔다. “결성군과 홍주군이 합쳐져 홍성군이 됐는데 역사와 문화가 있는 고장이 어려움 겪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면단위의 초등학교가 없어질 위기여서 맹정호 총동창회장님이 챙겨보겠다고 하시더군요. 결성면이 옛날보다 더 낙후돼 정말 안타깝습니다.”

맹정호 결성초교총동문회장은 기아자동차 부사장을 지낸 동문으로 초교 졸업 후 일찍 고향을 떠났지만 결성면 성호리에 부모님이 계셔서 애향심이 남다르다고 했다. 지난 4월 14일 결성초교 총동문회 체육대회를 하는 날은 이른 아침부터 오후 2시까지 폭우가 쏟아졌다. 모교 운동장은 온통 질퍽거리는 진흙탕으로 변해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전국에서 달려온 동문들은 운동장 둘레에 친 텐트 속에서 술잔을 나누며 종일 이야기꽃을 피우는 것으로 체육대회를 대신했다. 체육대회 주관기수 대표였던 장 과장은 이제야 무거운 짐을 털었다는 듯이 말했다. “이번에 행사 뒤 결산까지 다 끝냈습니다. 해단식도 했습니다. 총동문체육대회는 비가 와서 돈은 돈대로 더 들어갔지만 나름대로 운치가 있었습니다. 비 때문에 다른 행사를 할 수 없어 동문들이 술도 한 잔 더 하시면서 못다 한 우정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장 과장은 전교생이 15명밖에 안 되는 학교로 소규모화되면서 비 오는 날 운동장 사정도 예전 같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운동장이 옛날 같았으면 이용을 많이 해 흙이 다져졌을 텐데 지금은 아이들이 없으니까 흙이 다 떠 있었어요. 보통 흙이 다져진 운동장은 비가 와도 흙탕물이 안 되는데…. 아침에 오신 분들이 굉장히 불편해 하셔서 난감했습니다.”

장명환 과장이 초등학교를 다닐 때의 모습은 어땠을까? “제가 1979년에 초등학교를 졸업했는데 그 때 학생수가 제일 많았습니다. 180명이 입학해서 졸업했어요. 한 학년에 4반까지 있었고 학교도 증축해야 했습니다.” 장 과장은 지금 결성초교는 옛 교사가 철거되고 소규모 현대화됐다고 말했다. 바로 졸업하고 들어간 결성중학교는 초교보다 몇 배 더 큰 규모였다. “제가 입학할 때 420명이 들어갔어요. 초교생보다 더 많았습니다. 은하·서부·결성면에서 학생들이 왔으니 그 때 결성중이 제일 규모가 컸습니다. 420명을 60명씩 한 학년에 7개 반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큰 중학교가 없어졌다는 소리를 듣고 서글퍼졌습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이게 농촌의 현실입니다.”

장 과장은 스스로 자문자답하면서 쓸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당진에서는 17년 전에 폐교된 농촌 중학교를 부활시킨 사례가 있다고 소개했다. “당진동일교회가 폐교된 중학교의 운영을 맡아 기독교 대안학교로 작년에 개교했습니다. 첫해에 60명이 입학했고, 올해는 200명이 들어왔습니다.” 당진동일교회는 IT분야의 인재를 조기에 발견해 기를 목적으로 석사 이상의 실력있는 강사진과 필요한 시설을 갖춰놓고 기독교인 자녀들을 모집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상당히 심혈을 기울여 기숙사도 잘 지었습니다. 벌써 학생이 260명으로 늘어나면서 더 지어야 합니다. 옛날 교사는 가급적 그대로 활용하되 왜정시대 건물은 철거해서 다시 짓기로 했습니다.” 이를 위해 당진시에서는 행정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장 과장은 결성중학교는 그 학교에 비하면 상당히 시설이 좋은 편이어서 먼지가 쌓인 채로 묵혀놓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했다.

■ 가세 일찍 기울어 배 고팠던 시절
어린 시절 결성면 역촌리에 살았던 그는 산길을 걸어 초·중학교를 통학했다. 집에서 학교까지는 4km의 거리였다. 아침에 한 시간씩 걸어 다녀야 했는데 늘 배가 고팠다. 그의 아버지는 젊었을 때 수룡동에 있던 금광에 다니면서 큰돈을 벌어 50마지기의 논과 산을 마련한 대지주였으나 6남매 중 막내였던 장 과장이 학교에 다닐 무렵 가세가 기울기 시작했다.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 62세로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그 동안 형들한테 몇 마지기씩 논을 내주고 분가시키면서 저한테 돌아올 몫은 없었습니다. 산길을 걸어 통학하면서 목화와 완두콩을 따 먹고, 고구마도 캐 먹고, 무도 뽑아먹고, 밀서리, 과수원 서리도 했습니다. 하루 왕복 2시간 이상 걸어 다니며 배가 고팠던 시절 돈이 없어 군것질할 여건도 못됐죠.”

그 때는 결성면 소재지에도 5일장이 섰다. 시장 규모가 꽤 컸다고 회고하는 장 과장은 잘 먹어서 덩치가 좋았던 빵집 아들을 부러워했다. 결성중학교가 전교생 21학급으로 전성기를 구가하게 되자 1981년 결성고등학교가 개교했다. 결성중학교에서 매년 배출할 400여 명의 졸업생을 흡수할 수 있는 고교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장 과장은 결성중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나 천안고교에 진학했다.

고교를 졸업한 그는 충남대 농과대 수의학과에 진학했다. 집안 형편이 여의치 않은 가운데 선택한 국립대학이었지만 방학 때도 공사판에 나가 등록금을 벌어야만 했다. 1992년 대학을 졸업하면서 수의사 국가고시에도 합격했다. 홍성읍 월산리에 있던 양돈장에서 5개월간 근무하다가 1992년 8월 충청남도가축위생시험소(현재 충청남도동물위생시험소)에 들어간 그는 당진지소에 첫 발령을 받았다. 그 때부터 그에게는 당진이 제2의 고향이 됐다. “1998년 도청 공무원으로 들어가서 7년 정도 근무한 후 청양군청에 2년 나갔다 2000년에 당진군청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진군청에서 2002년 6급으로 승진한 그는 방역팀장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 후 또 한 번 승진의 기쁨을 맛보기까지는 무려 12년이 걸렸다. 2012년 시 승격이 이뤄진 후 2년이 지난 2014년 산림축산과에서 축산과가 분리돼 나오면서 사무관 승진과 함께 축산과장이 됐다. “홍성군이 전국에서 축산 규모가 제일 크지만 당진이 유리한 점은 축산분뇨를 살포해서 거름으로 다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진은 전부 구릉지대라 농경지가 많아요. 가축분뇨를 퇴비로 자원화하는 것이 수월합니다. 홍성은 우리보다 돼지가 2배 가까이 많지만 농경지는 우리보다 훨씬 좁아 분뇨 처리하는 것이 어려워요. 퇴비를 처리할 공간이 많지 않아 민원이 잦은 것 같습니다.” 물론 당진이라고 축산악취에 대한 민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역시 다른 부서보다 많은 민원에 시달려 작년에 면장을 자원해서 나간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위에서 다시 그를 불러 1년 만에 축산과장으로 복귀했다.

■ 축산악취 시설 현대화로 해결해야
“우리도 악취와 관련한 민원이 말도 못하게 많습니다. 직접 제가 나가 주민들과 대화하면서 축산농가에게 시설을 현대화하도록 설득합니다. 계속 농가에 지원해주고 주민들과 대화로 설득하며 노력하니 서로 이해하더군요. 주민들은 축산농가가 현대화하지 못하면 포기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수십억을 투자해서 축산을 하는데 포기하지 못하죠. 축산분뇨처리시설을 현대화하도록 도와줘야 해결됩니다.”

장 과장은 또 축산농가들에게도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사업인 만큼 자부담해야 할 몫은 반드시 부담해서 주민들에게 악취로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시설 현대화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홍성의 축산업 실태에 대해서도 냉정하게 진단했다. “당진과 비교하면 열악한 편입니다. 축산인들이 돈 벌었으면 남을 배려하고 스스로 할 것은 해야 됩니다. 주민들은 축산시설 현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내포에 있는 사조 돈사 문제는 도에서 수십억을 부어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어요. 주민들이 현대화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당진과 가까워 고향에 자주 온다는 그는 결성읍 성터와 동헌 등 수많은 문화재가 잘 보존되고 있어서 홍성군이 관심을 갖고 정비를 하면 홍주성 못지않게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며 과감한 투자로 사장되고 있는 문화관광자원을 살릴 수 있기를 바랐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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