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젠 자유로워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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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젠 자유로워져라
  • 한학수 칼럼위원
  • 승인 2018.07.05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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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미디어를 통해 어떤 즐거움을 얻으려 한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다른 사람과 잘 소통하며 자신의 정서를 충실하게 즐기는 것, 사람이 각종 미디어를 이용해 삶을 추구하는 방식이다. ‘시간은 멈추어 있을 뿐, 흘러가는 것은 인생’이라고 한다. 혹자는 영화 한 편을 인생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만큼 단순한 한 관점으로만 얘기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성격을 지니고 있는 것이 영화다. 그것을 보는 관객 입장에서도 그렇다.

인류는 수천 년 동안 시각화 또는 영상화의 기쁨을 발견해왔다. 괴테가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라고 말했듯이, 영상은 빛 때문에 가능하다. 인류는 다양한 방법으로 그 찬란함을 추구한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색채가 빛을 통해 이뤄지듯이 영화 한 편은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폭넓은 예술을 낳고 있다. 관객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영화, 그것은 제작자의 오랜 숙원이다. 공감이 가는 작품은 주제도 중요하지만, 작품이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 결국 좋은 영화는 소비자가 표현 의도를 쉽게 읽을 수 있고, 작품에서 각자의 정서에 맞는 울림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좋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 제작 기술을 익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상언어의 특성을 파악함으로써 영상적 시각을 익혀야 한다. 피사체가 사람의 눈으로 보이는 것과 카메라의 렌즈로 보이는 것의 차이를 예견하는 것이다. 평범한 사물이 빛과 색, 질감 등 여러 가지 상황과 어우러지면서 독특한 이미지를 드러내는 것을 감지하는 능력인 셈이다. 그러한 감각은 익숙함을 탈피하려는 몸부림 저편에 있는 생소함이다. 굳이 처음 접하는 사물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익숙했던 느낌과 전혀 다른 것으로 맞닥뜨리면 그 사물에서 사람은 낯설음을 느낀다.

작가 줄리아 크리스테바도 “인간이란 금지사항, 권위, 법규 따위에 대항하지 않고서는 기쁨을 맛 볼 수 없으며 인간이 자립적이고 존재의 자유를 만끽하는 것은 반항을 통해 이뤄진다”고 말한 바 있다. 현실의 한 부분을 피사체로 선택해서 새롭게 해석해내는 영상촬영, 피사체에서 새로운 느낌을 발견한다는 측면에서 여행을 닮았다. 여행의 매력 가운데 하나가 낯선 것과의 만남이니까.

따라서 영화 속의 현실은 눈앞에 보이는 사물 자체보다는 사물을 통해 새롭게 찾은 이미지다. 우물 안 개구리가 우물 밖으로 나와 봐야만 우물 안이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듯, 여행은 익숙해진 일상에 가려서 볼 수 없었던 자신의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사람들은 ‘영화처럼 살고 싶다’는 말을 간혹 한다. 매너리즘에 빠졌을 때 푸념 같지만 주체적인 삶을 살고자 하는 욕망의 표출일 수 있다. 제작자 자신이 가장 솔직하고 진정한 관객이라는 사실을 늘 염두에 뒀을 때, 영화는 관객에게도 벅찬 감동을 줄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지금껏 회자되는 인도영화 한 편이 뭇 사람의 가슴을 파고들었던 것을 기억한다.

“인생은 레이스다. 2등은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고 말하며 무한 경쟁을 강조하는 총장과 ‘알 이즈 웰’을 외치는, 세 얼간이 간의 갈등구조로 주입식 교육 시스템의 폐단을 꼬집고, 주도적인 삶을 강조하는 과정을 재미와 감동으로 그려낸 영화다. 시장 경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세 얼간이 캐릭터를 통해 인도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이기적인 성공신화를 비판하면서 극복을 모색하는 메시지를 그리고 있다.

영화 <세 얼간이>는 메시지나 영상미뿐만 아니라 음악 등 그 밖의 측면에서도 명작 반열에 올릴 만하다. 코미디 영화이면서도 국가와 민족을 떠나 청소년에서 성인까지 함께 고민할 의제(議題)를 던지고 있는 수작(秀作)이다. 자크 라캉은 “시기는 타자가 자기의 기대와는 다르게 즐기고 있는 환상에 그 향유를 파괴하고 있는 감정”이라고 말했다. 영화는 나의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작품 속 인물에서 나와 엇비슷한 점을 발견한다. 나와 남이 결국은 같다는 것, 인간적인 보편성을 갖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영화는 내가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방식으로 살아도 나와 남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같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한다. 이 시대는 극단적인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며 지적콘텐츠에 주력하는 흐름이다. 그렇더라도 새로운 시대의 키워드는 ‘사람’이다.

한학수 <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 교수·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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