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을 집단 왕따 시키는 J양
상태바
친구들을 집단 왕따 시키는 J양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8.07.12 09: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우리는 모두 사랑을 필요로 한다. 부정적인 사랑이라도 하루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무던히 노력한다.

J양은 시골 초등학교 5학년 학생으로 또래 아이들보다 체형이 작은 편이다. J양 부모는 임신 5개월 때 조부의 건강 악화로 서둘러 결혼식을 올렸고, J양이 2세 때 합의 이혼했다. 이후 J양은 아빠와 함께 조모의 돌봄을 받으면서 생활했다.

조모는 J양이 엄마를 닮았다고 아주 미워했다. 그리고 TV와 스마트폰을 새벽까지 시청하고 사용하는 것, 방 정리를 하지 않고 편식하는 것 등을 이유로 심한 욕설을 퍼부었다. 하지만 J양은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학교에 등교할 때면 쪼그라들었던 마음이 환한 웃음으로 피어나고, 움츠렸던 몸은 우쭐함으로 기지개를 펴는 것 같았다. 더욱이 아빠가 넉넉히 준 용돈으로 친구들에게 맛있는 먹거리로 환심을 살 때면 깔깔깔 웃음소리가 온 마을을 울릴 듯 했다.

이런 J양의 일상을 담임 선생님은 걱정스런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가장 큰 이유는 학급 회장을 할 정도로 리더십이 뛰어나지만 온라인(카톡, 게임)과 오프라인에서 일부 아이들을 집단 왕따시킴으로써 학급 전체 분위기를 흐려놓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사이버폭력 가해 학생들이 주로 사용하는 매체는 ‘채팅/메신저(50.3%)’와 ‘온라인 게임(41.5%)’에서 경험률이 높다. 15년 대비 초등학생 사이버폭력 피해 경험율도 계속 증가한 것으로 보고됐다. 이러한 사이버폭력의 실태를 학부모(57.2%)들보다 교사들(67.6%)이 더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는데, 이를 뒷받침하듯 J양 아빠는 학교에서 걱정하는 집단 왕따 행위나 부정적인 리더십(방과 후 과자나 선물 등을 사주고 환심을 끄는 행위)을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다만 상담을 통해서 J양이 조모와 심각한 갈등 상황에서 좋은 관계로 전환될 수 있기를 희망하는 것뿐이었다.

정신분석가 프로이드는 자아(ego)가 불안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방어기제를 사용한다고 봤다. J양은 2세 때 엄마와 헤어졌고, 4세 경 엄마를 만났다. “딸은 매우 혼란스러워 했고, 애 엄마에게 거리감을 뒀지만 막상 헤어질 시간이 되자 떨어지지 않으려고 엄청 울었어요”라고 아빠는 회상했다. 이때 아빠는 돌아오는 길에 J양에게 예쁜 옷과 신발, 머리띠, 과자 등으로 J양의 마음을 위로했고, 이후에도 정서적인 교감보다는 물질적인 것으로 엄마의 빈자리를 보상해줬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 때 조모가 병원에 입원했을 때 무섭고 두려운 밤을 견딜 수 있게 해 준 것은 TV와 스마트폰이었다.

이러한 현실적 상황에서 J양이 친구들을 집단 왕따시킨 것은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에 대한 분노를 친구들에게 대체형성 한 것으로, 엄마를 가질 수 없는 좌절감을 줄이기 위해서 좋은 차, 예쁜 옷 등으로 대체해 그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상담에서는 J양과 아버지에게 각각 6개월 동안 개인상담 및 가족 상담을 진행했다. 먼저 J양에게는 미술매체를 통해 마음속에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들을 검열하지 않고 이야기할 수 있도록 자유연상 기법을 활용했다. 이 과정을 통해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친구 엄마들이 학교에 왔을 때, 이웃집 친구 엄마에 대한 이야기 등을 통해 억압시켰던 슬픔과 분노의 감정들이 활화산처럼 표현됐다.

또한 아버지 상담을 통해서도 정서적 교감 훈련과 정기적으로 모녀가 만날 수 있도록 선택의 다양성을 제공했으며, 부녀관계 상담을 통해 서로가 사용하고 있는 방어기제를 해석해주고 성격을 재구성할 수 있도록 훈습했다. 결국 J양에게 나타난 집단 왕따 행위는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요구하는 무언의 메시지였다.

상담을 통해서 미비하지만 J양은 어린 시절 애정 결핍이 채워졌고, 아버지는 훈습 과정을 통해 기존의 양육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이다.

최명옥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