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해도 마음은 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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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해도 마음은 편합니다”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07.1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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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15>

장곡면 도산리 이정훈
귀농한 지 14년이 되어가는 이정훈 씨, 마음만은 그지없이 평온하다.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탈 서울을 꿈꾸고 있다. 도시에서 맞춰진 생활대로 정해진 월급을 따박따박 받으며 자녀 교육비, 주거비, 생활비 등에 쪼개 쓰다 보면 손에 남는 것이 없다. 빚만 안 생겨도 다행이다. 그렇게 생활에 쫓겨 살다보면 어느새 마흔이 되고 오십이 된다. 그제야 ‘이게 인생이란 말인가’하며 후회하고 다른 것에 눈을 돌려보지만 그 때는 이미 세월이라는 장벽 앞에 부딪친다.

지금은 1970년대나 1980년대의 산업 역군이 필요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 사람들은 돈이라는 경제적 부를 꿈꾸기보다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보다 많은 다양성에 눈을 돌린다. 그 다양성 중에 귀농과 귀촌이라는 삶의 방식이 있다. 지난 2004년 귀농한 이정훈(46)씨는 인천에서 자영업을 했다. 자녀가 4남매가 되면서 이 씨는 고민했다.

‘내 수준에서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키울 수 있을까? 아이들이 자라면서 주변과 비교하며 살 것이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면 다른 환경과 조건에서는 다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이 씨를 귀농학교로 이끌었다. 그러던 중 알게 된 인연 중에 홍동에 일자리가 있다는 연락이 왔다. 이 씨 먼저 내려와 자리를 잡고 가족들을 불렀다. 이후 홍성군유기농조합에서 일하다가 얼마 전부터는 비닐하우스를 임대해 직접 농사를 짓고 있다.

“쌈채류 등을 심는데 비록 돈은 안 되지만 마음만은 편하다. 가난하더라도 아이들 모두 건강하고 심성이 바르게 성장해서 귀농을 선택한 것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 2남 2녀를 둔 이 씨는 아이들의 말을 가장 잘 들어주는 아빠다. 홍성군유기농조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지금은 잠시 쉬고 있는 큰 딸, 농대에 진학한 둘째, 그리고 중학생인 막내까지 흐트러짐 없이 정직하고 바르게 성장했다. 이 씨는 귀농·귀촌을 하려는 사람에게 이렇게 조언한다.

“요즘은 젊은 사람들이 귀농하면 거의 3~4년이면 정착해서 잘 한다. 그러나 기술은 없고 의지만 갖고 덤비면 힘들다. 금전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준비를 잘하는 것이 좋다. 다만 농사 이외에 다른 일을 하려는 젊은 사람들이 많이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전국귀농운동본부에서 만든 ‘귀농, 아름다운 삶을 찾아서’가 나온 것이 1998년이다. 꼭 20년이 됐다. 그 사이 귀농·귀촌의 모습 또한 많이 달라졌다. 부농을 꿈꾸거나 여유로운 전원생활만을 쫓지는 않는다. 이제 대학을 갓 졸업한 청년들이 농사가 아닌 다른 삶의 가능성을 찾아 시골로 오기도 하고, 소농 혹은 가족농을 지어 SNS를 통한 새로운 유통망을 찾기도 한다.

농사를 짓던 아니던 시골로 향하는 도시 사람들이 찾고자 하는 것은 행복한 삶이다. 오지 않은 미래의 시간에 내 모든 열정과 시간을 쏟아 붓고, 지금 여기 있는 나의 빈곤과 불안에 대해 살펴보지 못하는 삶을 경계하는 것이다. 도시에서 탈출하고자 하는 삶은 무조건적인 부의 축적만을 쫓아가는 것이 아닌 행복의 지속가능한 삶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젊을 적에는 일자리가 없어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겨우 굶어 죽지 않을 만큼 생계를 이어가고, 중년이 되어 먹고 살만해지니 이제 몸이 아프고 병들어 인생의 남아 있는 시간을 콘크리트 빌딩 안에 있는 요양원에서 생을 마감하게 되는 도시의 삶과는 일별을 고한다. 도시에서의 다람쥐 쳇바퀴 같은 삶에 이제는 안녕을 고하고, 시골에서 자연과 더불어 가난하지만 마음만은 그지없이 편한 삶을 택한 당신이 우리에게는 더없이 소중하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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