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가운 공직사회의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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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공직사회의 변화
  • 김주호 <한국스카우트 충남연맹 이사>
  • 승인 2018.07.19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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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에서 민원인에게 친절해야 한다는 것이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실제로 30~40년 전에는 공직자들이 다소 고압적인 자세였기 때문에 민원인들이 관공서에 가면 주눅이 들게 마련이었다. 민주화시대 이후 공직자들의 친절도가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아직도 일부 공직자들의 권위적 태도가 세간에 회자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광천농협의 이인애 과장과 홍성군청 이아무개 팀장의 친절은 고객에게 감동을 주기에 충분하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고령화돼 농협 직원이 차근차근 설명을 해줘도 이해를 할 수 없을 때는 버럭 소리를 지르기도 한다. 그러나 이 과장은 그런 민원인을 만나도 낯빛 하나 바꾸지 않고 이해될 때까지 재삼 설명을 해 준다. 듣기 좋은 말도 재삼 반복하면 싫증이 나는데 이 과장은 같은 말을 두세 번 반복하면서 짜증내는 법이 없었다. 나는 전혀 싫은 내색 없이 소리 지르는 민원인에게 설명하는 모습을 여러 번 목격했다. 창구직원이 잠시 자리를 비우면 잽싸게 그 자리로 옮겨 앉아 고객업무에 진력하는 모습은 감동을 주고도 남음이 있다.

지난 6월 27일에 한상국 상사 추모식에 사용할 태극기 100매를 빌리러 군청 안전총괄과에 들른 적이 있다. 막연하게 직원들을 향해 “실례합니다”라고 했더니 이아무개 팀장이 벌떡 일어서며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라고 하는데 그 순간 나는 멈칫했다. 민원인이 관공서를 찾으면 으레 “어떻게 오셨나요?”, “무슨 일로 오셨나요?”라고 묻는데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 하는 인사는 머리털 나고 처음 들었다.

나처럼 얕은 백성에게 “무슨 일로 오셨나요?”라고 물으면 “예 거시기 그게…” 하고 서두가 이렇게 나오기 마련이다. 그런데 “무엇을 도와 드릴까요?”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더듬거리지 않고 용건을 말했더니 “이쪽으로 오십시오”하며 차를 따라 주고 태극기를 챙기는 것이었다. 이 팀장은 상자에서 태극기를 꺼내 100개를 세어 자루에 담아 입구를 묶은 다음 “요렇게 가지고 가셨다가 요렇게 가지고 오시면 됩니다”하며 설명해줬다. 팀원을 시켜도 될 텐데 손수 챙겨주는 것을 보고 공직사회가 많이 변했음을 실감했다. 언제부터 군청 공직자들이 이렇게 되었나!

나는 40여 년 전 경찰서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혹한의 추위라 연탄난로에 손 좀 녹이려고 했다가 쫓겨난 적이 있다. 그 때 어떤 경찰관이 “볼일 봤으면 빨리 나가쇼”라고 호통하는 소리에 아무 소리도 못하고 물러나왔다. 그 때의 일과 이번 이 팀장의 친절을 비교해 보면 ‘성은이 망극’(왕조시대 용어를 빌리면)할 뿐이다. 40년 교직생활을 평교사로만 봉직하면서 순민(順民) 의식으로 살다보니 파출소 앞을 지나더라도 내 몸은 죄 지은 일이 없는데도 오그라든다. 광천에서만 살다보니 홍성읍에 별로 갈 일도 없고 군청에는 1년에 한 번 갈까 말까다. 이 땅의 (준)공직자들이 모두 이 과장,이 팀장과 같다면 문턱이 낮은 것이 아니라 아예 없는 거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군청에 들어갈 때에는 다소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태극기를 들고 나올 때는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 다음날 김승환 광천읍장과 제일고 이철우 교장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무사히 추모식을 마치고 태극기를 반납하러 군청에 갈 때는 발걸음이 가벼운 정도가 아니라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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