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보다 뜨거운 만학도의 열정
상태바
태양보다 뜨거운 만학도의 열정
  • 이석규 주민기자
  • 승인 2018.08.03 0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인문해학습자 백일장
이윤복·윤성례·방병숙
앞줄 왼쪽부터 이윤복, 윤성례, 방병숙 어르신.


(사)한국문해교육협회(회장 전은경)가 주최한 제14회 전국 성인문해학습자 편지쓰기 및 체험수기 백일장에서 광천읍 신진2리(이장 신상권) 벌말회관에서 공부한 이윤복(91) 어르신이 장려상을, 윤성례(85), 방병숙(80) 어르신이 늘배움상을 수상했다.

이윤복 어르신은 “젊은 시절 보릿고개 삶을 사느라 전전긍긍하며 살아온 터라 배움의 기회를 다 접어두고 살아왔는데 시대가 많이 변해 누가 감히 오늘날 이런 제도가 생기기라고는 상상 못했다”며 “수상의 기쁨보다 못 배운 한을 조금이라도 풀게 돼 기쁘며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던 내가 늦은 나이나마 내 이름을 내 손으로 쓰고 남의 이름도 내 눈으로 읽게 된 것이 더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이 어르신은 ‘90넘어 배운 공부’라는 글에서 ‘글을 배워 처음으로 자손들께 편지도 썼습니다. 일상생활 하면서 선생님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내 나이 90이 넘고 보니 항상 어떻게 가느냐가 걱정이었는데 선생님께서 사전의료의향서란 말씀하셔서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 서류를 자손들이 잘 보관하고 있습니다. 문해학습을 통해 나의 생각과 생활에 많이 변화되었습니다’라고 표현했다.

‘광천에서 66년째 살고 있는 8학년 5반 윤성례라고 합니다’라는 글로 시작되는 ‘행복한 한글공부’는 ‘선생님 만나서 공부한 지가 3년이 되는 것 같습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 저녁마다 상을 펴놓고 숙제를 열심히 하고 만들기도 하였습니다. 며느리가 일을 마치고 들어와서 가끔 쳐다보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 날도 상을 펴놓고 숙제를 하고 있는데 며느리가 들어와서 하는 말이 “어머니 참 잘하시네요. 글씨를 예쁘게 쓰시네요” 하더라구요. 제 마음이 뿌듯했습니다. 한글을 배움으로서 제 마음이 안정되었습니다. 남이 안 하는 것도 해보고 싶고 이게 배움이라는 것을 느끼고 내 마음이 행복합니다. 배워서 남 주나 하고 생각하면 좋은데 들으면 금방 잊어버리니 탈입니다’라고 적었다.

방병숙 어르신은 ‘공부와 변화’에서 ‘늦은 나이에 공부하기 시작한 지 2년이 되었다. 그러나 해도 해도 공부가 어렵기만 하다. 들어도 깨닫지 못하고 금방 잊어 먹는다. 그래도 보고 쓰라는 것은 어떻게든 눈을 찡그리면서라도 쓸 수가 있겠는데 글짓기는 생각이 잘 안 돼서 어려워요. 생각을 글로 옮긴다는 것 특히 받침 있는 글자는 늘 아리송하다.

언제쯤 마음대로 읽고 쓸는지 아득하지만 그래도 공부를 하면서 많은 변화는 있었다. 은행에 가서 이름 쓰고 돈 찾는 것도, 자녀들에게 편지도 쓰고, 버스를 마음대로 타고 다니는 것도, 집에 오는 편지나 서류를 읽을 수 있는 것이 큰 변화다’라고 했다.

신복섭 문해교사는 “자식뻘 되는 자신을 아껴주고 따라주고 열심히 공부한 결과”라며 “전국대회에서 3명이나 입상해 홍성을 빛내주신 어르신들이 감사하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는 “앞으로도 문해교육 학습자들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