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흔의 나이에 나 홀로 농사에 도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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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흔의 나이에 나 홀로 농사에 도전하다!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8.08.17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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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면 성곡리 김진애
부지런히 집 근처와 밭 주변 잡초를 제거하고 있는 김진애 씨.

모든 인간은 나이를 먹는다. 사실 ‘나이가 든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지만 우리나라 사람들 정서상 ‘나이를 먹는다’는 표현이 조금 더 실감나게 다가온다. 그것은 밥을 함께 먹는다는 일의 중요성과 의미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떻게 ‘나이를 들어가냐’의 문제다. 건강하게 타인과 호흡하며 더불어 가는 삶이야말로 건강한 노후 생활의 기본이 아닌가 싶다. 나이라는 것이 무색하게 느껴질 만큼 일흔의 나이에 나 홀로 귀농해 부지런히 밭을 일구고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가는 사람이 있다.

결성면 성곡리에 사는 김진애 씨는 지난 2016년에 귀농했다. 김 씨는 도시에서 한식을 가르치던 사람이었다. 학원에서 강사로 일한 것이 아니라 클래스를 구성해 집에서 가르쳤다. “예전에 미8군부대에서 한식을 가르치다가 그것이 계기가 돼서 하게 됐다. 그 수업에서 배웠던 사람들이 본국에 돌아가 다시 나를 초청해 줘서 김치 담그는 법도 가르쳐주고 왔다.”

간장, 된장 등을 담았던 김 씨는 좀 더 넓은 땅에서 해보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규제들이 많아 포기하고 농사를 짓기로 했다. “나는 이 흙냄새가 좋다. 서울 사람이 어떻게 약통을 매고 약을 주며 예초질도 하냐고 동네 사람이 다 놀래더라. 사실 이장님과 마을 분들이 많이 도와준다.” 물론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처음 왔을 때 석 달은 들여다보는 사람도 없었고,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한 할머니가 김 씨 집의 문을 두드렸고 이제 김 씨 집은 할머니들 사랑방이 됐다. 또한 돼지감자, 할미꽃 등 자연약재를 이용한 유기농 약을 직접 만들어 밭에 주고 있다. “나 혼자 약통 들고 직접 모든 것을 하니 남자들도 나를 무시하지 못하더라. 물론 혼자 농사짓는 것은 힘들다. 아프다고 어디에 얘기도 하지 못한다.”

김 씨의 남편은 전문직이라 아직 서울에 남아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자식들도 어머니 혼자 시골에 가서 농사를 지으니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겨울에는 서울에 가 있다. 그래도 내 마음은 여기가 편하다. 내 차 내비게이션에 집은 우리 집, 여기는 회사라고 돼있다. 농사를 짓는 이곳이 내 직장이다.”  이미 오래전에 사두었던 땅 1500여 평에 우리 가족이 먹는다는 마음으로 고추, 참깨, 들깨, 눈개승마 등을 심었다.

“시골에서 살려면 나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놔야 한다. 아무리 배웠어도 동네 사람들과 마음을 맞추며 살아야 한다. 나는 노동자라는 마음으로 농사를 져야 성공한다. 또 시골은 대학이 필요 없다. 물론 필요한 기술들이나 영농 방법 같은 것은 배워야 하지만 본인 스스로 잘 접목해서 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느 날 젊은이가 찾아와 귀농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 씨는 잡초 제거하는 일을 도와달라고 했다. 그 젊은이는 일한지 채 한 시간이 못 돼 뒤로 주저앉았다. “그런 사람은 자격이 없다. 또 어떤 젊은 여성도 찾아왔는데 손톱에 매니큐어가 칠해져 있더라. 일단 그것부터 지워야 한다. 손이 망가져야 농부다. 도시에서 취직이 안 되니 시골에서 농사나 짓자는 마음으로 내려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백세 시대를 맞아 흙냄새를 맡으니 건강해져서 좋고,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꾸준히 읽으니 마음이 든든해져서 유익하고, 부지런하게 열심히 일하니 근심 걱정이 생기지 않으니 나이 먹어 이만한 노후대책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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