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은 알고 있다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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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은 알고 있다①
  • 김주호 <한국스카우트 충남연맹 이사>
  • 승인 2018.08.2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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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은 대한민국 건국 99주년이자 청산리대첩 98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다. 우리 대장정 일동은 양승조 충남도지사와 김석환 군수의 지원으로 김좌진장군기념 사업회(이사장 김을동)와 스카우트 충남연맹 주관으로 충남도내 중·고교생 80명과 임원 11명으로 답사단을 구성하고 홍성→인천→대련→환인→집안→통화→이도백하→백두산→청산리→연길→도문→왕청→상경성→영안→한중우의공원→산시진→해림→하얼빈→731부대→여순감옥→관동법원→대련공항→인천공항→홍성에 이르는 장장 1만5000리의 행군길에 올랐다.

벌써 9번째 대장정이다. 지난 4일 오전 7시 30분에 백야사에서 출정식을 마치고 인천공항으로 달려가 출국수속을 마친 후, 비행기에 탑승해 대련공항에 도착했다. 곧 바로 버스로 5시간을 달려 단동에 도착한 후 1박을 했다. 다음날 압록강에서 유람선을 타고 조중철교 밑을 지나 위화도를 거쳐 돌아왔다. 유람선에서 바라본 양안(단동,신의주)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단동 쪽은 대형 빌딩에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활기가 넘쳐나는 반면, 신의주 쪽은 사람도 별로 없고 우중충하고 적막해 딴 세상 같은 느낌이 들어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환인에 도착해 중식 후 가파른 졸본성에 올라 비류수를 바라보니 마치 내가 주몽(동명성왕)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주몽이 고구려를 건국하면서 이렇게 생활하기에 불편한 고지대에 수도를 정한 이유(외적의 침입을 막기에 최적)를 알 것 같았다.

다음 날 6일 집안(集安)으로 가서 국내성과 환도산성을 돌아봤다. 42년간 졸본성에 있다가 유리왕 때 국내성으로 옮겼으니 고구려의 두 번째 수도이다. 국내성은 400여 년간 고구려의 수도였으나, 유물 유적이 파괴되고 낡은 성곽과 박물관에 유물 몇 점이 있을 뿐이었다. 더구나 광개토태왕릉과 장수왕릉이 황폐된 채 방치되어 있는 모습을 보니 울화통이 치밀었다. 이곳이 대한민국의 통치권이 미치는 지역이라면 이대로 놔두지 않았을 것인데, 지금은 남의 땅이 되어 제대로 보수 관리가 안 되는 실정이다. 일제에 의해 약간 훼손된 광개토태왕비를 보면서 평소에 광개토 대왕이 남기신 말이 생각났다. “내가 땅을 넓히는 것은 영토를 넓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넓히는 것이고 전쟁을 하는 것은 이기려는 것이 아니고 지키려는 것이다”라는 태왕의 의미심장한 말을 새겨둘 필요가 있다.

국내성에서 저녁 늦게 출발해 통화에서 1박을 한 후 점심 무렵 백두산 입구에 도착했다. 1440계단을 허위단심 올라가 천지를 보는 순간 ‘아! 와!’ 저절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둘레의 길이가 3.6km인 천지의 물결은 그날따라 바람이 없어 마치 짙은 남색 묵을 쑤어 거대한 함지박에 담아놓은 듯하였다. 숟가락으로 퍼 먹어도 될 것 같았다. 학생들은 좋아라 날뛰고 춤추고 노래하고 여기저기서 카메라 셔터가 터지고, 환성과 탄성이 그치지 않았다. 백두산이 어디 보통 산인가! 우리 민족의 발상지이자 건국신화가 살아 숨쉬는 조산(祖山)이자 영산(靈山), 성산(聖山)이다. 그런데 옆에서 어떤 여학생이 통일이 됐다면 하룻길이면 충분한데 이렇게 빙빙 돌아서 어렵게 왔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그걸 누가 모르나! 모두가 우리네 같은 기성세대들의 죄이지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 그러나 한반도의 가장 높은 곳에서 이 땅을 굽어보는 백두산은 알고 있을 것이다. 왜 통일이 안 되는지, 어떻게 해야 통일이 되는지, 통일이 되면 왜 좋은지, 지금 북한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백두산은 다 알면서도 말이 없다. 어떻게 하든 통일이 되면 대박이다. 신라의 화랑도가 3국통일의 주역이듯이 앞날이 9만 리 같은 우리의 청소년들이 통일의 주역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간절하다. 필자가 죽기 전에 통일이 되어 백두산 행 KTX 열차표 한 장을 받을 수만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이다. 백두산 천지에서 30분만 더 있다 가자는 학생들의 성화를 달래서 다음 일정 때문에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천지창조의 신비를 느낄 수 있는 금강대협곡과 쌍제하를 탐방하고 저녁때 이도백하에 도착해 1박을 했다. <계속>

김주호 <청산리역사대장정 지도교수·스카우트충남연맹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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