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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의 정서적 만남을 갈구하는 아이

사람은 혼자 살 수 없다. 사람은 고립돼 살면 다른 사람이 주는 좋은 것들을 받을 수 없다. B양은 중학교 1학년 여학생이다. 또래 아이들보다 작은 체형이지만 질끈 묶은 머리와 무표정한 얼굴은 주변 사람들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듯하다.

대화 시 상담자를 바라보기 보다는 주변 것들을 바라보고 혼자서 이야기하는 모습도 간헐적으로 나타난다. 특히 말을 너무 빨리 해서 알아듣기 힘들 때도 있다. 그때 상담자가 조심스럽게 다시 말해 달라고 요청하면 속도를 조절해서 말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학교에서는 왕따고, 아웃사이더(Outsider, 아싸, 외톨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관계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으며, 혼자인 것이 좋다고 한다. 아무도 자신을 방해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개입하지 않으며, 같이 하자고 요구할 때 억지로 이끌려 갈 필요가 없으며, 시간이 많고, 편안하기 때문이란다. 더구나 여자 애들은 귀찮고, 편을 만들고, 내숭을 떨기 때문에 싫다고 했다. 하지만 B양의 심리검사에서는 단짝이 있기를 열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단짝끼리 있으면 서로 싸우지도 않고, 심심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속내를 얘기하고 있었다.

B양은 어렸을 때부터 혼자 놀이하는 것이 익숙했다. 혼자서 책 읽고, 혼자 보드게임 하고, 혼자 초콜릿 등을 요리하고, 혼자 인형 옷 만들어주고, 혼자 영화 보고, 혼자 TV시청하고, 그리고 강아지와 놀이하는 것 등이 전부였다. 하지만 3년 전부터 스마트폰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마후마후, 도쿄구울, 학교생활을 즐겨 보고, 해드셋을 몇 번 교환할 정도로 무한 반복해 음악을 듣는다. 또한 스마트폰에는 니코박스, 트윗치, 개마가, 사륙의 천사, 게임런처 폴라이드, 짤 등 21개 앱이 깔려 있다. B양이 수많은 앱을 다운받은 것은 스스로 느끼는 정서적 고립감을 해소하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엄마는 친구가 없이 늘 혼자 지내는 B양을 보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 그래서 새벽기도를 다니면서 딸을 위해 간절히 기도한다. 하지만 아빠는 자기중심적이며, 고집스러운 점이 많고, 상담실에 오는 것도 거부한다. B양은 “아빠는 제가 5살 때부터 엄마가 외출할 때마다 ‘엄마는 가출 했어. 안 돌아올 거야’라고 장난치듯 말했어요”라고 말한다. 하지만 심리검사에서 “엄마와 아빠는 나를 불편하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에릭슨은 “인간의 자아는 사회적 과정을 통해서 형성된다”고 했다. 현재 B양은 정서적, 신체적 고립으로부터 빠져나와 신뢰할 수 있는 공동체를 찾아야 한다. 다행히 B양은 교회 주일학교 아이들과 교류하고 있고, 학교나 학원에서도 1~2명 정도와는 짧지만 대화를 한다는 점이 다행스럽게 여겨진다. 그리고 B양이 불편함을 느끼지만 엄마가 곁에서 대화의 상대가 되어준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에 상담자는 상담을 통해 어머니에게 감정적·신체적 교류를 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도록 권면했다.

지금까지 B양은 부모님과 함께 하는 놀이를 해본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함께 시장도 보고, 함께 요리도 하고, 함께 집안일도 협력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도록 요청했다. 사람에 대한 관계를 처음 익히는 가정에서부터 상호작용을 통해 감정을 표현하고 수용 받은 경험이 축적될 때 B양은 학교라는 공동체에서도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는 힘이 생길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스마트폰 모바일을 통해서 형성하고자 했던 정서적 교류를 오프라인에서도 확장시켜 갈 것이다. B양은 상담자와의 만남을 통해 다른 사람과 교류하는 기쁨을 조금은 맛보았다.

B양이 스마트폰에서 느끼는 작은 기쁨을 넘어 살아 있는 사람을 만나서 누릴 수 있는 소통의 행복을 맛보게 되기를 소망한다. 사람은 혼자서 살 수 있지만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 때 더 큰 행복을 맛보는 존재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기를 필자도, B양도 맛볼 수 있기를 바란다.

최명옥 <한국정보화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

최명옥 칼럼위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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