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은 일하며 사는 시골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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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하며 사는 시골생활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10.14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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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26>

서부면 어사리 박용백, 임선주
아가새 농장에서 만난 박용백, 임선주 부부.

예전에는 평생 먹고 살 걱정 안하는 공무원이나 교사 등을 최고의 직장으로 알았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공무원이나 교사를 할 수는 없다. 또 평균 수명이 늘어난 만큼 설혹 공무원이나 교사가 됐더라도 언젠가는 너무 이른 나이에 퇴직을 한다. 퇴직을 하고도 불행인지 다행인지 한참을 더 살아야 한다. 이제는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 직업 시대로 변화됐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평생 직업으로 농부를 선택한다. 정년도 없고 누군가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지난 2016년 서부면 어사리로 귀촌한 박용백, 임선주 부부는 서울에서 백화점 일을 했다. 백화점 일은 서비스 직종이라 늘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업이었다. 아들 하나를 둔 부부는 서로가 시간을 쪼개어가며 아이를 유치원에서 데리고 오고 돌봐주며 직장 생활을 해나갔다.  그러던 어느 날 과연 이 직장에 얼마나 오래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의문이 들고 한 살이라도 더 젊었을 때 직업을 바꾸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서울에서 생활하면서도 집에서 고슴도치와 앵무새를 키웠다. 우리 아이가 동물농장을 하고 싶다고 해 귀농을 생각하면서 동물과 관련한 일을 찾아보게 됐다.” 서울에서 귀농 교육을 받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농장을 알아봤다. 귀농교육을 받으면서 먼저 땅 사지 마라, 집 사지 마라, 등의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러나 새 농장을 하려면 임대로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발품을 팔아 알아낸 곳이 지금의 자리였다. ‘아가새농장’이라는 이름의 농원을 내고 서서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아가새 농장에는 앵무새 30여 종, 국내 조류 10여 종과 햄스터, 고슴도치 등 소동물들이 있다. 아이들이 체험하러 오면 집에 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특별하게 홍보를 한 적이 없는데 한 번 오셨던 분들이 다시 방문해주시고 입소문이 나면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요즘은 보령이나 청양 등에서도 많이 찾아오신다. 주말에는 밥 먹을 시간이 없다.” 그러나 한편 예전과 달라진 시골 정서에 가끔씩 놀라기도 한다.

“어릴 때 나도 시골에 살았는데 지금은 많이 달라진 것 같다. 기분의 차이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아무 연고가 없는 곳에 오니 좀 더 그런 것 같다.” 적어도 시골에 대한 어릴 때의 기억은 조금 불편한 문제가 생겨도 이웃끼리 웃으며 이야기하고 넘어가거나 상의해 해결하면 됐다. 그러나 지금은 다짜고짜 자신의 입장만을 내세우며 불편함을 드러낸다. 시골 인심이라는 것이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서로가 각박해진 탓이다. 이는 결코 누구의 탓도 아닌 문제다. 탓을 하기 보다는 좀 더 서로를 배려하고 이해하는 문화가 더 필요하다.

“처음 시골에 와서 외로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다. 좀 힘든 점은 나가 밥 사 먹을 곳이 없으니 삼시세끼를 매일 집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것 정도?”

아가새 농장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설명을 해주니 부부에게 손님이 있는 동안 자유시간은 없다. 또 이제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새끼 새들은 직접 이유식과 모이를 줘야 한다. 그러기에 새벽에 일어나서 먹이를 주는 일은 흔하다. 그것을 몰랐던 마을 주민들로부터 오해를 산적도 있다.

“시골 분들은 대개 일찍 일어나는데 우리는 새벽에 일어나 먹이 주고 청소한 뒤 잠시 쉬고 있는데 마을 분들은 아직도 안 일어난 줄 알고 젊은 사람들이 게으르다고 하는 분들도 계셨다. 이제는 오해가 풀려 괜찮다.”

이제는 동네 일이 생기면 알아서 젊은 부부를 찾는다. 아이도 시골에 와서 건강도 좋아지고 활발한 성격으로 바뀌었다. 하고 싶은 일하며 사니 시골에서 사는 것이 별로 힘들지 않다는 부부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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