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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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에 대한 단상
  • 이창신 칼럼위원
  • 승인 2018.10.15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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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쯤 일이다. 단톡방에 올린 글이 문제가 돼 마을 어르신에게 호되게 혼난 일이 있다. 글을 쓴 의도는 그렇지 않았어도 읽는 사람의 입장에서 불편했다면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일을 계기로 다시 한 번 소통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내가 하는 일은 마을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하려는 일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의 필수 역량이 소통능력이다. 소통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막히지 않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해 오해가 없음’이라고 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날 어르신과 나는 소통하지 못했다. 세상에는 소통이 안 돼 갈등이 생기는 경우도 많다. 갈등을 주제로 나온 책에 보면 갈등을 세부적으로 분류하고 그 해법을 기술한 내용들도 많다. 하지만 내가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모든 갈등은 소통의 부재에서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소통의 시작은 언제나 관계 맺기에서 시작된다는 것이다. 

소통을 잘하는 방법은 인터넷에 많이 나와 있다. 그러나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소통의 기술적인 방법이 아니라 소통을 위한 기본자세를 말하는 것이다. 나는 종교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통의 제일 덕목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이라 말하고 싶다. 사랑이 없는 스킬은 오래가지 못한다. 상대방이 알아차리거나 자신이 지쳐 그만 두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우리나라 속담에 ‘개떡 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다’는 표현이 있다. 우스갯소리로 어떻게 개떡같이 말했는데 찰떡같이 알아듣느냐고도 하는데, 이 속담을 좀 풀어 보면 화자와 청자 두 명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 속담의 진짜 의미는 화자와 청자 간의 관계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관계맺기는 돈으로 살 수 없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2015년 40년간 서울에만 살았던 내가 홍성으로 오기로 결심하면서 가장 크게 고민했던 부분은 어디에서 살 것 인가다. 가족이 모두 이사 오기로 했고 당시에 우리 부부에게는 3살 된 아들이 있었다. 고민 끝에 우리 생각은 접고 아이에게 가장 좋은 환경이 어디일까 고민했다. 당시 우리 부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는 정도였는데 인터넷 매체를 통해 확인한 홍동면은 신뢰할 수 있는 어린이집이 있고, 우리 아이를 동네에서 보살펴 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홍동면으로 이사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 때의 결정은 아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때의 생각 중 잘못된 점이 있어 지금은 다르게 말하고 있다.

우리 아이를 동네에서 보살펴 줄 것 같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동네가 보살펴 주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보살펴 주는 것이다. 지난 3년 간 아내는 우리 아이 또래의 엄마들과 관계를 맺었고, 그 관계로 인해 이제는 아이돌봄에서 서로 도움이 되고 있다. 처음 어르신에게 혼날 때 이정도도 이해 못하시나, 우리 관계가 그것밖에 안되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생각을 바꿨다. 소통은 관계맺기의 결과이고 관계맺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나는 어르신과 관계맺기에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그 시간이 켜켜이 쌓여가면서 불통이 소통으로 바뀌어 갈 것이다. 소통을 위해 어르신과 나의 관계맺기를 위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처럼 홍성군민 모두가 관계맺기를 위한 노력, 특히 나로부터의 노력과 시간이 더해진다면 소통이 잘 되는 홍성이 될 것이다.

이창신<홍성군마을만들기지원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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