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안대군의 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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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안대군의 영정
  • 이원기 칼럼위원
  • 승인 2018.10.18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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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안대군의 영정이 도난당한지 18년 만에 돌아왔다. 도하 주요 일간지들은 그 내용과 함께 익안대군의 영정을 칼라판으로 실었고, 공중파 방송국들도 정규 뉴스 시간 때마다 그 사실을 보도했다. 익안대군이 대체 어떤 일물이기에 이 바쁜 10월 상달에 중요 기사거리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가 하루 종일 다뤄진 것인가?

익안대군은 정도전, 조준, 배극렴 무학대사 등의 도움을 받아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셋째 아들이다. 첫째 아들 진안대군(방우)은 아버지가 역성혁명을 일으키며 새 나라를 세우려 하는 것에 반대한 것으로 알려져 온 반면, 조선조 제 2대왕 정종이 된 태조의 둘째 아들 영안대군(방과), 셋째 아들 익안대군(방의), 넷째아들 회안대군(방간), 다섯째 아들 정안대군(방원), 여섯 째 아들 덕안대군(방연)은 이성계의 조선 개국에 적극적으로 혹은 묵시적으로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경신공주, 경선공주와 더불어 이태조의 첫 번째 부인 신의왕후(청주)한씨 소생이다. 이태조는 조선건국(1392년) 1년 전에 세상을 떠난 신의왕후와 사이에서 태어난 장성한 다섯 아들들(여섯째 덕안대군 방연은 일찍 죽었다)은 외면하고, 두 번째 부인 (진주)강씨 소생 무안대군(방번), 의안대군(방석) 가운데 한명을 자신의 후계자로 삼으려 함으로써 한바탕 피바람을 몰고 온다. 이른바 1차 왕자의 난, 일명 정도전의 난이 벌어진 것이다. 이로써 방번, 방석 형제는 물론 태조의 뜻을 받들어 방석을 세자로 옹립한 조준, 정도전 등이 조선의 3대 왕으로 등극하는 이방원에 의해 제거되고 말았다.

당 태종은 나라 건국에 일등공신인 자신을 배제하고 황제의 자리가 형에게 넘어가려 하니, 형과 동생이 연합해 자기를 죽이려한다고 울며 자기아버지에게 고한 뒤 사변을 일으켜 형과 동생은 물론 그 각각의 아들 다섯 명마저 죽이고 말았는지도 모를 일이다. 명나라 최고의 군주 영락제 역시 형의 자식(조카)을 죽이고 제위에 오른다. 이 두 가지 경우는 정권욕이 피바다를 만들고 만 셈이다. 태종 이방원의 경우도 크게 볼 때는 이와 별반 다른 것이 없다. 차이가 있다면 개국에 그 누구보다도 공이 많은 자식을 놔두고 후처와의 사이에서 얻은 나이어린 막내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려했던 태조 이성계의 생각부터가 문제가 있었다. 천하의 명궁이요 전륜한 힘과 뛰어난 지략, 용력을 지녀 수많은 전쟁과 전투에서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었다는 태조 이성계도 인간심리의 깊은 속내를 헤아리는 일에는 지극히 서툴렀던가보다. 동복형제는 아닐지라도 어쨌든 어린 동생들을 두 명씩이나 죽이고 아버지 가슴에 못을 박은 이방원은 40세에 병사한 큰 형을 이어 맏이가 된 영안대군(방과)을 먼저 왕위에 오르게 한다. 그러나 야심만만한 동생의 속마음을 모를 리 없는 정종(방과)은 2년 동안만 제위에 있다가 물러났다. 헌데 문제는 정종에게 아들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의 바로 위 형 익안대군(방의)에게 제위가 가야할게 아닌가? 회안대군이 이런 기본적인 셈수도 못 헤아린 것은 욕심으로 마음의 눈이 흐려진 탓이리라. 동생 방간보다도 더 제위를 바라봐야할 익안대군은 다음 제위가 뒷날 성군 세종에게 왕위를 물려준 동생 정안대군에게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 같다. 그러던 중 방간이 동생 방원을 치려고 하자 혈육 간의 싸움에 상심한 나머지 익안대군은 일체의 직위에서 물러나고 만다. 익안대군에 대해 역사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방의는 형제들 가운데 가장 야심이 적고 세심한 성격의 소유자로 왕위계승권을 둘러싼 싸움에도 가담하지 않고 중립을 지켰다. 그의 영정에도 이런 모습이 잘 표현된 듯하다.

그의 영정이 후손들에게 되돌려졌음을 언론이 비중 있게 다룬 것은 문화재를 아끼는 마음이 컸기 때문이겠으나 지나친 당리당략으로 세인들의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요즘의 정치권을 보노라면 익안대군 이방의의 삶의 태도를 본받아 되새겨 보라고 소리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이원기 <청운대 교수·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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