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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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배우고 싶어요~”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8.11.0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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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라크 희망이 없다

안정적 환경 딸 키우고파
핫산 가족이 거주하는 작은 빌라에서 만난 핫산 가족들.

■ 특별취재-홍성의 난민<2>

마람의 작은 방은 여느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의 방과 다르지 않다. 낡은 책상 위에는 얇은 천을 덮고 가지런하게 교과서가 꽂혀있다. 학교에서 만든 짱구, 선물 받은 바비인형 등이 마람의 간절한 마음과 함께 한다. 무엇보다 마람의 방에서 가장 눈에 들어오는 물건은 캐리어다. 언제라도 떠날 준비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 캐리어는 방구석에 차곡차곡 쌓여있다. 고국을 떠나 낯선 타지에서 살아가는 난민의 서글픈 삶의 이면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2014년 8월 18일 인천으로 온 마흐무드 핫산 하디마흐무드, 할라프 아말 오하메드할라프, 어린 딸 하디 마람 핫산하디는 지난 1월 5일 홍성에 내려왔다. 인천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웠던 핫산 가족은 아는 지인의 권유로 홍성에 오게 됐다. 그러나 홍성에 와서도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핫산의 건강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현재 척추측만증과 혈전증을 앓고 있는 핫산은 정기적으로 주사 치료와 물리치료, 혈전약을 복용해야 하는데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그 일부를 홍성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지원해주고 있다.

핫산 가족은 이라크 아르빌에 거주했고 출생지는 이라크 디얄라주 바쿠바다. 핫산이 살았던 지역인 바쿠바, 카르쿠크시, 졸라시, 모술 등 이라크 북부 지역에서 IS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 IS의 위협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이후 아르빌에도 폭격이 가해졌고 IS와 정부 군대가 옮겨 다니며 전투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핫산 가족은 고국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이라크로 돌아가면 군대에 징집될 가능성은 없지만 그래도 혹시라도 몰라 두렵다. 현재 이라크는 희망이 없다. 폭격이 터지던 날을 기억한다. 무서움과 공포 그 자체였다. 어린 딸의 미래가 보이지 않았다. 안정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자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 잘 컸으면 하는 바람에서 고국을 떠났다.”

핫산의 부인 아말은 남편과 마람을 돌보며 생계와 난민신청을 위한 각종 절차도 도맡아 하고 있다. 아말은 난을 만들어 주변 지인들에게 판매하고 있지만 월세와 병원비 등을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생활비다. 지난달 3일 열린 홍성군다문화축제에서 아말은 마람과 함께 음식 만들기 대회에 참가해 장려상을 받기도 했을 만큼 요리 솜씨가 뛰어나며 지역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홍성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정기적으로 다니며 한국어도 열심히 배우고 있다. 아말이 현재 가장 바라는 것은 일자리와 핫산의 건강이다. “어떤 일이든 상관없다. 일만 할 수 있고, 핫산이 아프지 않으면 좋겠다. 난민신청 허가는 별로 걱정 하지 않는다. 도와주는 분들이 많아 다 잘 될 것 같다.”

홍남초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마람은 수학을 제일 잘 한다. 학교 공부가 끝나고 집에 와 숙제 등을 봐줄 사람이 필요한데 아말의 한국어 실력이 나아지지 않아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다. 홍성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 유초롱 사무국장은 “현재 아말 가족이 정식 회원으로 등록할 수가 없어 마람의 숙제 등을 돌봐줄 아동센터를 찾고 있는데 상황이 여의치가 않다”고 설명한다. 

자식을 안정적이고 편안한 환경에서 키우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전 세계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이다. 테러가 난무한 자신의 고국을 떠나 5년째 불안정한 생활을 하고 있는 핫산 가족의 소망은 그다지 거창하거나 크지 않다. 마람은 핫산의 목을 껴안으며 수줍게 말한다. “근데 피아노 배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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