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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만한 행복함과 편안한 시골살이도시청년들, 귀농·귀촌의 꿈을 실현하다<29>
홍동면 구정리 류승아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11.04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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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면 뜰 카페에서 만난 류승아 씨.

집과 밭이 조금 떨어져 있다. 남들은 조금 불편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자전거를 타고 10분이면 도착하는 밭으로 가는 길은 충만한 행복함과 편안함 그 자체다.

이른 새벽,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보며 자전거를 밟는다. 살갗으로 부딪히는 상쾌함에 온 몸이 살며시 떨린다. 농로 가운데 쌓여 있는 자갈길을 밟다보면 자전거 바퀴에서는 짜르르~소리가 경쾌하게 들려온다. 그 소리 또한 기분 좋은 행복감이다. 내 온 몸을 다해 충분히 밭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 그 길에는 다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며 노동의 고단함을 생각하기보다 노동의 풍성함과 수고에 격려를 보내주는 것 같다. 하늘의 변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저 행복할 뿐이다.

지난해 홍동면으로 귀농한 류승아 씨는 밭으로 가는 그 모든 길 위에 마치 행복이 씨앗처럼 퍼져있음을 느낀다. 물론 아직까지는 남편은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주말부부로 살고 있다. 류 씨는 도시에 살면서도 늘 시골생활을 꿈꿨다.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도시에 사는 것이 조금씩 불편했고 그 시기는 우연히 다가왔다.

“첫째가 5학년 때 심리적 사춘기가 왔다. 아이를 보면서 아이가 멋모를 때 데리고 가야 한다는 위기감이 왔다. 시골에서 살아보는 경험이 지금이 적기라 생각했고 다행히 남편과는 아이들은 놀면서 커야한다는 교육관이 비슷해 내가 먼저 아이들만 데리고 내려왔다.” 물론 아이는 한 달 정도 눈물로 밤을 지새웠지만 한 달 뒤 시골에서의 모든 상황을 평정했다.

류 씨는 도시에 살면서부터 환경문제에 관심을 가지면서 생활 속 작은 실천을 하면서 자연스레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이명박 정부를 거치고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는 적극적인 사회 실천을 시작했다. 쌍용자동차, 상주 사드문제, 세월호 등 사회 부조리를 위해 싸우는 과정을 통해 이 사회를 밝고 조화롭게 하기 위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류 씨를 계속 움직이게 했다. 촛불집회에서 알게 된 동지와 함께 밥차 협동조합을 만드는 과정에 참여했다. 동네 아줌마들과 함께 김치 등을 담아 농성장에 배달해주고 웹진 발행 등의 일도 함께 참여했다.

“그 모든 과정이 힘든 것이 아니라 즐겁고 보람되고 만족스러운 일이었다. 내 사비를 털어서 하는 일이지만 난 반드시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마음으로 받는 보상이 반드시 있었다.”

오랜 투쟁의 과정은 아무리 강한 정신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도 지치는 법이다. 아침은 사발면, 저녁은 김밥으로 때우기 일쑤인 투쟁 현장에서 든든한 한 끼의 밥은 그것 자체만으로도 큰 힘과 위로가 되는 일이다. 류 씨는 귀농 후 자신이 생산한 농작물을 밥차로 보내고 있다. “좀 더 바람이 있다면 지역의 잉여 농산물을 모아 밥차에 보내고 싶다.”

류 씨는 이제 홍동에서 환경과 관련된 일도 맡아서 하게 됐다. “쓰레기 재활용이나 합성세제 쓰기 않기 같은 소소하지만 지나치기 쉬운 것들을 알리는 일이나 마을회관으로 찾아가 어르신들을 직접 만나 환경문제를 말할 수 있는 기회도 생겼다. 농사짓는 틈틈이 할 수 있는 일이라 더 좋다. 마을 축제 때는 세제 없이 설거지 할 수 있는 마수세미를 만들어 알리는 일도 하고, 쓰고 남은 폐식용유를 모아 비누 만드는 일도 함께 했는데 모두 재미있다.”

좀 더 욕심을 낸다면 지역에 포장지 없는 식료품 가게가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류 씨가 농사를 짓는 이유는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돈으로 바꾸지 못하는 세상을 향한 사랑을 짓고 그 사랑이 언젠가 복이 되어 아이들에게 돌아올 것을 믿는다. 그리고 이후 귀농 후배들을 돕는 일도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하며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아본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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