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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원도심의 빈집·빈점포 활용 다양한 지역 살리기농촌의 빈집에서 도시재생의 길을 찾다 <8>
  • 취재=한기원/김경미 기자
  • 승인 2018.11.09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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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0년 고려 충선왕 2년 순천관아와 부읍성이 있던 옛 승주 군청 건물은 리모델링을 통해 본래의 모습을 살려 생활문화센터 영동1번지로 활용되고 있다.

지자체가 빈집을 단순히 허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활용해
주민들 주도 법인 설립, ‘청년창업챌린지숍’통해 일자리 150여 개 창출
향동 일대 빈집 187동에서 15동으로 급감, 2년 연속 도시재생 최우수
빈집 186채를 문화예술 공간 등으로 활용하는 ‘빈집 뱅크제’시행 예정


농촌의 ‘빈집 대책’은 이미 외면할 수 없는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와 있다. 많은 지자체가 단순히 허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시선을 두고 있는 점에 주목할 일이다. 전남 순천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순천시 향동과 금곡동 일대는 창작예술촌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들 공간은 대부분 빈집 혹은 낡은 주택을 활용했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이러한 공간 마련은 순천시가 매입을 한 이후에 지역 출신의 문화예술인들에게 창작 공간으로 제공해 준다. 그러면서 이들의 예술 활동을 통해 주민들을 비롯한 바깥사람들, 다시 말해 관광객들의 발걸음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구조가 되면서 마을은 활기를 되찾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된다는 것이다. 순천시는 향동과 중앙동 일대의 도시재생 성공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국토부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에서 2개의 사업이 선정되는 성과를 올리기도 했다. 순천시 장천·남제동 일원과 저전동에 각각 500억 원과 20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된다는 설명이다.

순천 옛 도심의 주거촌이자 ‘순천부읍성’의 역사를 가진 향동은 20년 전보다 인구가 절반 가까이 줄면서 쇠퇴한 마을로 변했다. 하지만 지금은 젊은 예술촌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순천향교 앞 골목길에는 아기자기한 공방과 갤러리, 책방, 카페가 줄지어 있다. 인근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과 부산 등지에서 온 20~30대의 예술가들이 빈집 등을 개조해 최근 문을 연 곳이다. 도시재생 과정에서 순천시가 이곳에 문화의 거리를 만들고 유명 작가의 창작예술촌을 조성하자 자연스럽게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었고, 지금도 모여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순천시는 빈 주택과 옛 파출소를 리모델링해 순천 출신의 배병우 사진작가, 순천여고 23회 졸업생인 김혜순 한복 명인, 조강훈 서양화가의 스튜디오 등을 만들었다. 폐업하는 장안식당을 개조해 주민과 예술가들이 체류하면서 작품을 전시하고 교류하는 ‘장안창작마당’도 열었다. 향동의 곳곳에는 순천부읍성의 모습을 재현한 성터 둘레 길과 흙으로 골목길도 만들어 옛 정취를 더했다.

순천시청 도시재생과 조태훈 과장은 “내년엔 사업 구역에 남아 있는 빈집 186채를 문화예술 공간, 게스트하우스, 셰어하우스 등으로 활용하는 ‘빈집 뱅크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도시재생 선도사업, 향동일대 빈집 급감
전남 순천시의 향동과 중앙동 일대의 원도심에는 물 맑은 옥천이 굽이굽이 흐르고 있다. 옥천과 남문 터, 옛 승주군청이 만나는 일대는 현재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1960년대 지은 콘크리트 건물인 옛 승주군청은 본래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내고 남문 터 일원에는 예술광장과 공연장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공사가 진행 중에 있다. 옛 승주군청과 인근의 예술광장이 들어설 순천시의 원도심은 도시재생이 걸어온 길과 걸어갈 길을 동시에 보여주는 현장이다. 승주군청 리모델링은 ‘합의’의 역사다.

이와 관련해 조 과장은 “경관을 가린다며 ‘철거하자’는 주민과 역사성을 고려해 ‘보전하자’는 순천시가 2~3년에 걸쳐 진득하게 대화한 결과 ‘고쳐 쓰는 것’으로 결론을 냈다”고 설명하고 “옛 승주군청 옆자리에는 국제공모에 당선된 인도 팀의 제안대로 대부분의 시설을 지하화하는 예술광장의 공사가 한창이다. 앞으로 이곳 사람들의 중심 생활 터전이자 외지 사람들과 소통하는 장(場)이 될 것”이라고 전한다.

이러한 점에서 순천의 원도심이 도시재생 성공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국토교통부 도시재생 선도사업지로 선정돼 2014년부터 도시재생에 나선 순천은 현재 선도사업을 마무리하는 중이다. 선도사업으로 향동 일대 빈집이 187동에서 15동으로 급감했고, 사회적기업·마을기업·협동조합 등 주민들이 주도하는 30개 법인이 설립되고, 청년들의 ‘청년창업챌린지숍’ 등을 통해 일자리도 150여 개 창출됐다. 무엇보다 도시재생에 대한 주민 만족도가 91%(2017년 말 기준)에 달한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2년 연속으로 순천시를 도시재생 최우수 지역으로 꼽았다.

한편 순천시 향동일대의 골목골목을 걷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탁 트인 서문안내소와 그 주변, 제각각 개성대로 단장한 가정집들, 자투리땅을 나무와 꽃으로 꾸며놓은 ‘한 평 정원’ 등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다. 젊은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카페와 식당 등도 여럿이다. 순천부읍성(順天府邑城) 상징화 사업 등 거점 시설을 순천시에서 마련하자,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집을 재단장하는 등 도시재생 확산 효과가 퍼져나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높이 3.65m의 서문안내소 위에 올라서면 한옥과 1960~70년대 지어진 낮고 낡은 주택들이 펼쳐진 동네 풍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 길쭉한 뫼비우스 띠 형태의 서문안내소는 일제가 철거해 지금은 사라진 순천부읍성의 성곽을 모티프로 한다. 이 동네에는 비좁은 조선시대 골목길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골목의 폭은 1m 남짓이다. 지게를 진 사람이 양 방향에서 겨우 스쳐 지나갈 수 있는 만큼의 폭이다. 골목을 걷는데 한 한옥의 굴뚝 위에 앉아 있는 고양이 한 마리가 눈에 띈다. 사회적 기업 ‘앨리스’가 이 집을 예술가들의 창작과 전시 공간인 ‘기억의 집’으로 재단장하기 전까지, 오랜 기간 빈집으로 방치돼 길고양이들이 살았던 것을 기억하려는 조형물이라고 한다. 앨리스 역시 순천 도시재생의 ‘산물’인 것이다. 순천시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운영하는 도시재생대학 과정을 이수한 청년들이 주축이 돼 결성됐고, 순천 원도심에서 다양한 지역 살리기 활동을 벌이고 있다. 순천시가 한때 매우 유명했던 삼겹살집 장안식당을 개조해 마련한 ‘장안창작마당’ 운영도 앨리스가 맡고 있다.

옛 중앙 파출소의 빈 건물을 리모델링해 갤러리 작업실의 오후로 사용하고 있으며 앞길에는 토요장터 등이 열리며 문화의 거리에 인파가 몰리고 있다.

■ 청년 창업지원 프로그램 ‘청년 챌린지숍’
주거지역인 향동이 예술촌으로 거듭나고 있다면 상업지역인 중앙동은 ‘청년의 힘’이 보태지고 있다. 순천시는 2015년 쇠퇴하는 중앙동 상권을 살리고 동시에 청년 일자리를 만들자는 취지에서 청년 창업 지원 프로그램 ‘청년 챌린지숍’을 기획했다. ‘청년 챌린지숍’ 간판을 내건 상점들은 옛 도심으로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순천시와 주민들이 손잡고 빈 점포를 활용해 만든 청년 창업촌이다. 순천시는 공모를 통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가진 청년 창업가들을 뽑았다. 청년 챌린지숍 프로그램은 이렇게 진행된다. 순천시는 엄격한 심사를 거쳐 청년 창업가를 선발해 이들 청년을 중앙동의 빈 점포 건물주와 연결해준다. 청년 사업가가 이러한 빈 점포에 가게를 내면 순천시는 리모델링 비용의 50%와 첫 1년간 임대료의 60%를 지원한다.

도시재생과 황학종 팀장은 “건물주는 보증금을 없애고 최소 5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을 것을 조건으로 이들을 세입자로 받아들인다. 1단계로 고깃집, 플라워카페, 건강식 가게 등 5개 가게가 창업했고, 2단계로 사진관, 애견훈련소 등이 창업했거나 창업 준비 중이다.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일부 건물주는 청년 창업을 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고자 최근 임대료를 30% 더 낮추기로 했다”고 전한다.

황 팀장은 “이렇게 선정된 20~30대 창업가 6명은 올해 5월 플라워 카페, 구제옷 상점, 수제초콜릿 가게 등을 열고 손님을 맞고 있다. 한때 순천시의 최대 번화가였던 시민로는 상점들이 신도심 등으로 빠져나간 탓에 빈 점포가 수두룩했지만 챌린지숍이 들어서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는 설명이다. 챌린지숍으로 맞춤형 옷가게를 연 강연희 대표(33)는 “챌린지숍이 생긴 뒤 주변의 빈 가게가 거의 다 찼다”며 “상권이 활기를 띠면서 매출이 예상액의 2배로 나온다”고 말했다. 순천시는 연말까지 청년 챌린지숍 10곳을 더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순천의 인구는 현재 28만2000여 명 수준이다. 목표인구는 30만1000명으로 현실적이다. 순천시는 도시재생 선도사업(1단계)과 뉴딜 시범사업(2단계), 그리고 3단계로 나머지 지역 도시재생을 통해 2025년 원도심 전체를 회생한다는 계획이다. 조 과장은 “원도심 전체를 활성화하는 것은 관광지가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순천이 압축도시(compact city)를 지향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순천시가 벌이는 빈집과 빈점포 활용 등을 통한 마을공동체와 상권 살리기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이유다.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취재=한기원/김경미 기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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