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다른 문화지만 즐거운 한국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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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다른 문화지만 즐거운 한국생활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11.11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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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홍성 사람, 다문화 가족 만세 <19>

홍북읍 신경리 툐 올가
툐 올가(사진 왼쪽)와 러시아 친구 엘레나가 함께 했다.

고려인들은 이주 후 척박한 중앙아시아의 환경을 열렬한 교육열로 억척스러운 삶을 극복해내고 러시아 소수민족 중 아르메니아계, 독일계, 오세트계, 유대계 등 다음으로 돈과 학식이 있는 민족으로 성장했다. 고려인들은 개개인마다 차이가 있기 때문에 고려인의 정체성을 딱 한 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현재 젊은 층은 거의 대부분 한국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러시아어를 사용한다. 물론 한국이 자신의 민족인 고려인이라고 자각은 하고 있다. 고려인들의 이름 역시 거의 모두 러시아식 이름을 사용한다. 또한 소련 해체 후 지역 민족주의가 대두하면서 여러 심한 차별을 받게 된 고려인 중에는 연해주로 돌아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연해주를 자신이나 부모의 고향으로 여기는 노인들, 다른 곳에서 희망을 찾아보려는 젊은 고려인들 가운데 이런 경향이 있다고 한다. 고려인 젊은 층은 요즈음 한국에 와서 공부를 하고 일을 하는 것을 선호한다.

툐 올가는 지난 2013년 남편의 직장생활로 의정부에서 첫 한국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아는 지인의 소개로 홍성에 온 것은 지난 2015년이다. “한국에서 대학 공부를 하면 다른 나라에 가서도 인정을 해준다. 그래서 키르기스스탄 젊은이들이 중국이나 한국으로 공부를 하러 많이 가는 편이다.” 올가는 키르기스스탄에서 19살에 결혼을 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거의 대부분 여성들이 일찍 결혼한다고 한다.

“한국 처음 와서 가장 좋았던 것은 쇼핑이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큰 도시에나 가야 슈퍼가 있다. 여기는 언제 어디서고 신선한 야채들을 쉽게 구입할 수 있어 좋다. 다른 물건들도 너무 많다.” 물론 조금은 다른 문화적 이질성으로 ‘엇?’하는 마음으로 쳐다본 적도 많았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여자들이 바지를 입을 때 발목을 내놓고 다니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해야 한다. 물론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지나가는 시선을 받을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또 집에서 입는 옷과 외출복이 명확하게 구분돼 있어 혹시라도 집에서 입었던 옷을 입고 그대로 나가면 눈총을 받는다. 한국에서는 집에서 입던 옷을 입고 동네 슈퍼에 간다고 해서 누군가의 눈총을 받을 일은 없다. 그 외에도 많다. 남자가 파마를 하거나 염색을 하는 일, 남자가 몸에 딱 붙는 스키니진을 입는 일도 신기한 문화로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이거 너무 좋다. 집에서 이렇게 셔츠 입고 있다가 바로 밖에 나가도 아무 눈총 안 받는다.”

올가가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의사소통과 조금은 비슷하면서도 다른 음식 문화다.  “우리 고려인들 외모는 한국 사람이랑 똑같은데 말을 하는 순간 다른 나라 사람이다. 우리는 한국에서 외국 사람이다.”

열심히 한국어를 배워도 보지만 다른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고려인들은 언어적 측면도 러시아 문화에 동화된 부분도 많지만 한국 요리 식습관을 지켜나가고 있다. 그러나 오랜 시간 러시아 문화와 접촉하고 중앙아시아의 식재료를 사용하다 보니 전통 한국 음식과는 조금은 달라졌다.

“한국은 너무 바쁘다. 키르기스스탄에서는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늘 가족 친지들이 모여 음식 만들어 먹으며 얘기하고 지내는데 여기는 그런 문화가 없는 것 같다. 전화해도 늘 바쁘다고 한다,”

그야말로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지구촌이다. 서로가 조금은 다르지만 다르기에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배려와 인정의 마음, 그것이 우리가 다문화 가족을 이해하고 우리의 이웃으로, 우리의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첫 걸음일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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