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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만들기란 무엇인가

10년도 더 된 일이다. 내가 처음으로 취직해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무렵 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넌 하는 일이 뭐냐?” “농촌에서 마을만들기 활동을 합니다”라고 대답했더니 “너 부동산 하니?”라고 되물으셨고 나는 내가 하는 일을 설명하기 위해 30분 정도를 소요했다. 이때부터 누군가 내게 “당신은 어떤 일을 하십니까?”라고 물으면 그냥 농업·농촌 관련 일을 한다고 짧게 대답하고 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더 이상 궁금해 하지 않지만 좀 친해졌다 싶으면 더 꼬치꼬치 묻곤 한다. 그럼 또 자세히 공을 들여 설명해 준다. 그런데 솔직히 내 직업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는 것 같지는 않다. 심지어 아버지는 아직도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모르시는 것 같다. 같은 분야의 사람들이야 마을만들기를 한다면 어떤 일을 하는지 단번에 알아듣지만 다른 분야의 사람들에게 마을만들기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긴 시간이 필요하다. 이는 마을만들기란 단어가 갖는 함축적인 의미 때문이기도 하지만 내가 마을만들기를 짧게 설명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지난 2016년 10월 홍성군 마을만들기 지원센터가 문을 열었다. 사실 지금도 마을만들기를 설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내가 스스로 가장 짧고 쉽게 마을만들기를 설명하는 정의는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다. 이는 지역리더를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라 지역재단에서 정의한 내용을 차용한 것이다. 내가 정의한 문구를 계속 읽어보고 생각해보라! 무언가 떠오르는 단어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 주민 스스로 마을의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을 더 짧게 요약하면 ‘주민자치 활동’이 되겠다. 그래서 나는 마을만들기는 주민자치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렇게 설명하고 나면 현실에서 어떻게 나타나는 것이냐고 묻는 분도 있다. 아직도 많은 마을에서 주민 공동작업으로(‘부역’, ‘비럭질’이란 표현도 쓴다) 마을길 제초작업을 한다. 행정에서 시킨 것도 아닌데 ‘왜 마을사람들이 스스로 제초작업을 합니까?’라고 물어보면 마을 일이니까 당연히 마을사람들이 하는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이처럼 주민들이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어 가기 위해 하는 모든 일이 마을만들기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덧붙여야 할 것은 ‘함께’다. 나 혼자의 생각으로 혹은 몇몇의 생각으로 주민들이 살기 좋은 마을을 위한 일은 마을만들기가 아니다. 기본적으로 마을만들기란 말에는 공동체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소통과 설득이 필요하다. 그래서 마을만들기가 어렵고 힘든 것이다.

생각해보자. 내 땅에다 내가 무엇을 하건 무슨 상관이냐고 말하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다. 우리 농촌도 이렇게 가는 것이 현실이지만 아직까지 마을만들기 입장에서는 네 땅이라도 우리 마을에 있으니 마을사람과 협의해 마을의 미래 방향에 맞게 함께 생각하자는 논리다.(과장이 좀 있다) 그래서 늘 강조하는 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우리가 하고 싶게 만들자’다. 공동체적 사고방식만이 마을만들기를 할 수 있게 하고 마을만들기야 말로 주민자치의 시작이며 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을만들기 지원센터는 주민 스스로 자기 마을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도록 학습의 장을 지원하고, 해결방안을 찾도록 유도하며, 해결방안을 실천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이창신<(사)홍성지역협력네트워크 사무국장·칼럼위원>

이창신 칼럼위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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