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면 볼수록 어여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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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면 볼수록 어여쁜 사람”
  • 취재=김옥선/사진=김경미 기자
  • 승인 2018.11.19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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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홍성 사람, 다문화 가족 만세 <20>

광천읍 내죽리 이성진, 짠티칸리
광천읍 태경식품에서 이성진, 짠티칸리 가족이 함께 했다.

베트남은 54개의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베트남은 일찍이 1000년 동안이나 고대 및 중세 중국 제왕조의 지배를 받았기 때문에 독자적인 문화를 유지하는 한편 중국문화의 영향도 받아왔다.

베트남에는 킨족을 제외한 800만 명에 달하는 53개의 소수민족이 있다. 주된 민족인 베트남인(킨족)이 델타나 평야지대에 거주하면서 벼농사에 종사하는 것과 반대로 이들 소수민족의 대부분은 산악 또는 고원지대에 산재하며 유목이나 화전경작을 영위해 왔다. 베트남인들은 스스로 근면, 성실, 인내, 친절, 용감성 등의 국민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오랜 세월 동안 끊임없는 외침을 성공적으로 물리친 국민으로 자신들을 표현하고자 하며 무엇보다 외세에 굴복하지 않은 역사를 지닌 나라라는 자부심이 매우 강하다. 성실함과 친절함의 국민성을 가진 짠티칸리는 한국에서 결혼생활을 하면서 그 국민성을 그대로 보여주며 시댁과 가족에게 끊임없이 노력한다.

지난 2011년 결혼해 광천읍에 둥지를 튼 이성진, 짠티칸리는 요즘 아들 돌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베트남에 있는 장모도 초청했다. 그래서 지금 한 집에 일곱 식구 대가족이 산다. 시부모님과 장모님, 부부와 큰 딸 이주은 양과 아들 이재희 군이다.

“우리 집사람이 부모님들에게 잘하려고 하고 우리 부모님도 그런 집사람을 예뻐한다. 특히 어머니가 이해심이 많다. 밭일도 짠티칸리가 많이 도와주고 여기 와 살면서 너무 고맙기만 하다.”
이성진 씨는 자칭 애처가다. 집에 들어가면 나가기 싫고, 심심하지 않고, 보기만 해도 사랑스러움이 넘쳐난다고 하니 이 정도면 심각한 수준의 애처가가 따로 없다.

“우리 형님이 같이 사시다가 나가셨는데 장롱에 이런 글이 붙어 있다. ‘여자 말을 잘 들어야 자다가도 떡을 얻어 먹는다’는 내용이다. 보면 볼수록 가슴에 와 닿아 일부러 버리지 않고 늘 마음에 새긴다.”

멀리 낯선 타국에서 온 짠티칸리가 혹시라도 외로움을 타지 않을까 성진 씨는 짠티칸리 옆에서 늘 오빠처럼 돌본다. 그런 남편이 있기에 짠티칸리 역시 전혀 외로움도 느끼지 않으며 친구 만날 새도 없이 가정에 푹 파묻혀 산다.

짠티칸리 가족의 집에서는 다소 낯선 광경이 가끔 연출되기도 한다.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짠티칸리지만 가끔 베트남 음식이 그리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두 개의 밥상을 차린다. 한식 밥상과 베트남 밥상을 차려 각자 먹고 싶은 대로 먹는다. 가족 모두가 좋아하는 베트남 음식 중 하나는 단연 쌀국수다. 

“베트남은 생선이나 고기를 꼭 먹었는데 여기는 안 그렇다. 처음에는 그게 이상했는데 지금은 괜찮다. 한국에 와서 눈을 처음 봤다. 눈 올 때 너무 신나서 시어머니에게 빨리 나와 보라고 했었다. 얼마 전에는 딸과 함께 눈사람도 만들었다.” 짠티칸리는 밥을 먹을 때 성진 씨가 손을 전혀 대지 않아도 될 만큼 배려를 한다. 귤도 껍질을 다 까서 앞에 놔주고, 생선 가시도 다 발라 먹기 좋게 놓아준다.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이성진 씨는 김을 생산하는 태경식품을 10년 째 운영하고 있다. 당연히 손이 바쁠 때는 짠티칸리도 같이 나와 일을 돕는다. 아이를 돌보고, 밭일도 거들며, 공장 일까지 돕는 짠티칸리에게 문득 너무 일이 많은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든다. 그러나 그 옆에는 늘 든든한 남편 이성진 씨가 함께 하니 피곤함은 저 멀리 하고 나른한 행복함을 느낀다. 조금은 다른 문화를 가진 두 나라 사람이 만나 평생을 회로하면서 산다는 일은 두 사람의 노력과 애정이 따라야 한다. 또한 서로 다른 문화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이 없으면 살을 맞대고 사는 결혼생활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혼률이 높아가는 우리 사회에 다문화가족이 던지는 진중한 메세지다.
그 노력의 과정이 돋보이는 이성진, 짠티칸리 가족의 앞날에 응원을 보낸다.<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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