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교위기 농어촌의 작은 학교에서 희망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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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교위기 농어촌의 작은 학교에서 희망을 찾다
  • 취재=한관우/한지윤 기자
  • 승인 2018.11.24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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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학교에서 희망을 찾다 <8>
방과후 교육 등 특성화 교육으로 폐교위기를 넘기는가 하면(사진 위쪽) 분교장이 본교로 승격하는 등 교육환경이 학생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통폐합 정책 반발, 학교가 지역사회에서 구심점 역할하기 때문
지역의 가치 담지 못한 사업보다 지역·학교 하나 된 활동 중요
문화예술분야와 특성화교육 실천, 대표적인 우수학교로 거듭나
도시학생, 고향·농촌의 시골학교로 보내 행복한 희망교육 찾아


농촌사회에 절망감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아이 울음소리가 끊기고, 농사만으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원성이 자자하다. 누구도 농사를 지으려하지 않고, 농사짓는 이들마저 농사를 포기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학생은 줄어들고, 정부는 ‘교육재정의 효율적 운영’이라는 경제 논리로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추진하고 있는 통폐합 정책은 여전히 거센 반발과 함께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에도 교육과학기술부가 통폐합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밝혀 큰 논란이 일기도 했다. 수십 년 째 이어지는 반발, 그 이유는 학교가 지역사회에서 구심점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학교 문이 닫히는 순간, 마을 공동체는 풀이 죽고, 아이 웃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닫힌 공간이 돼 소멸의 길을 걷게 마련이다. 수십 년째 팽팽하게 이어지는 통폐합과 작은 학교 살리기. 소규모학교 통폐합만이 능사인지, 농촌의 현실과 함께 정부의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 이에 따른 농촌학교의 변화와 폐교위기에 처한 작은 학교 살리기에 성공한 학교들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작은 학교들 다문화·문화예술 꽃 피워
제주시 애월읍의 더럭분교장은 올해 3월 1일부로 본교로 승격했다. 1996년 분교장으로 격하된 후 꼭 22년 만의 일이다. 더럭분교장은 2009년만 하더라도 재학생수가 17명에 불과한 제주도내 농촌지역의 대표적 작은 학교였다. 한때 통폐합 위기까지 내몰리며 학교 존폐의 기로에서 새로운 전환점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다 지난 2012년 삼성전자의 기부사업으로 진행됐던 ‘컬러 프로젝트’학교에 선정되고, CF에 학교가 소개되면서부터 농촌지역 작은 학교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지난해 12월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제357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애월초등학교 더럭분교장을 본교로 승격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도 도립학교 설치 조례 일부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 이주열풍까지 더해지면서 학교는 점차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고, 재활의 불씨를 찾은 주민들은 거기다 한 발 더해 이주민들을 위한 마을공동주택 건립, 학교발전위원회의 활동 등을 통해 지역 거주환경에서부터 교육환경까지 대대적인 개선에 들어갔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올해 재학생 수가 100여 명에 이르러 본교 승격의 기틀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작은 학교 살리기의 활로를 찾아야 할 것이다. 지역의 가치를 담지 못한 수백 가지 사업보다는 지역과 학교가 하나 된 활동이 이어졌을 때, 그리고 차별화된 매력이 이를 뒷받침해줄 때 비로소 ‘작은 학교 살리기’가 가능하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 위기에 몰렸다가 차별화 된 자구책으로 ‘부활의 학교’라 일컬어지는  농촌의 산골초등학교가 문화예술분야와 특성화교육의 대표적인 학교로 거듭나고 있는 점에도 주목해야 한다. 청양군의 수정초등학교의 경우처럼 주목받는 학교로 급성장하게 된 배경에는 지역사회와 공감하는 교육과정 운영과 그 중심에 국악 프로그램인 ‘예술꽃 씨앗학교’가 있다. 수정초등학교의 예술꽃 씨앗학교는 7개의 특성화 프로그램을 운영해 학생들은 장구·가야금·난타·민요·판소리·춤사위·해금 등 다양한 국악을 통해 전통문화를 새롭게 알아가며 저절로 국악 사랑과 자신감을 키워 나가고 있다. 예술꽃 씨앗학교는 지난 2008년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학교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문화예술교육 운영의지가 높은 전국 400명 이하 소규모 학교를 선정해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예술꽃 씨앗학교’에 선정되면 공연예술과 음악예술, 시각예술, 통합예술 등 다양한 문화예술교육을 단기 지원이 아닌 4년간 장기적으로 지원된다. 따라서 지역이나 빈부의 격차와 관계없이 전교생 모두가 문화예술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 마을주민까지 함께 하는 문화예술 공동체가 형성됨으로써 학교로 인해 마을이 살아날 뿐만 아니라 일상의 삶 속에서 지역사회 모두가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특성화교육과 다문화가정의 학생 등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폐교위기를 극복하는 학교도 많다. 서산시의 차동초등학교가 폐교위기를 극복한 것은 ‘다문화 특성화교육’이었다. 차동초 교직원들은 “다문화가정 자녀를 전·입학시켜 폐교 위기를 극복하자”고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교직원들은 서산 동지역 초등학교에 재학 중인 다문화가정 학생들의 부모를 만나 설득에 들어갔다고 한다. 학부모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당당하게 학교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겠다’는 교사들의 약속이었던 것. 교직원들의 노력에 2010년 다문화가정 학생 12명이 전학을 오면서 재학생은 41명으로 늘었으며, 학교는 다문화가정 학생을 위한 ‘이중언어 교육’(영어·일본어·중국어·몽골어)이 호응을 얻으면서 2011년에는 학생수가 67명(다문화 21명)으로 늘어 폐교 대상 학교에서 탈출했다. 2018년인 올해에는 학생수가 92명(다문화 38명)으로 행복한 어울림 교육을 실행하고 있다. 또한 청양군 비봉면의 가남초등학교의 경우도 다문화 가정 학생이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이를 잘 활용해 2018년에는 충남다우리 이중언어학교를 운영하면서 영어를 비롯한 베트남어 등 다양한 나라의 언어를 방과후학과에 접목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는 다문화가정 대상국 교육교류사업 학교로 선정되면서 베트남에서 현직교사 2명이 3개월 동안 학생들과 함께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가남초등하교는 지난 2009년 전원학교로 지정되면서 17억 원의 예산을 지원 받아 전원학교로의 변신을 꾀하면서 이목을 끌기 시작했다. 교실을 황토방과 편백나무로 꾸미고 운동장도 천연잔디로 교체했다. 농촌에서 보기 힘든 골프연습장에 첨단 기자재를 갖춘 영어교실과 역사관 건립, 가람교육센터 신축, 야외학습장 등 교육환경을 일대 혁신하기도 했다. 생태학교로 변신을 꾀하면서 도시지역 학생들이 몰려오고 있어 폐교위기에서 학생 수가 늘면서 전교생이 52명이며, 유치원생이 10명인 소규모학교로 작은 학교 살리기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지역사회와 공감하는 교육과정으로 폐교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 통폐합보다 지역교육 살리려는 노력 필요
정부 차원에서는 소규모 학교에 투입되는 비용이 크기 때문에 이를 줄이기 위한 통폐합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1982년부터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추진해 왔는데 2016년부터는 이 정책을 변경해 농촌은 기존의 기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도시는 통폐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도시에는 학생이 많고 인근에 동일한 초등학교와 중등학교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노력은 작은 학교를 폐교해 경제적 효율을 높이려는 정책이다. 정부는 그동안 소규모 학교를 폐교했을 경우 농촌의 초등학교는 30억 원, 도시의 초등학교는 60억 원, 중등학교는 100억 원을 지원했다. 이런 재정 지원에도 불구하고 소규모 학교 통폐합은 성공적으로 추진되지 못했다. 교육감들의 작은 학교 살리기와 같은 정책적 저항이 있었거나 소규모 학교 통폐합 기준이 현실과 부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정책이 성공을 거두려면 농어촌의 초등학교는 통폐합보다 지역의 교육을 살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오히려 작은 학교 살리기에서 희망을 찾아야 할 일이다. 충북지역에서 펼쳐지고 있는 시골지역 행복씨앗학교의 참뜻은 폐교 위기의 작은 시골학교 살리기다. 시골아이들이 시골 작은 학교에서 도시 아이들에 비해 훨씬 행복하게 자랄 수 있음을 입증해 보여줌으로써 도시 부모들이 아이들을 시골학교로 보내도록 하자는 것이다. 전북교육청의 ‘작은 학교 희망찾기’의 어울림학교(공동통학구역) 지정도 교육공동체에서 주목하고 있다. 이처럼 시골이나 농촌의 작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정말 행복하다. 이런 행복한 학교도 언제 폐교될지 모른다. 농어촌에는 얼마 남지 않은 고령의 농민들은 해가 바뀔 때마다 세상을 떠나고 새로 태어나는 아이가 없기 때문이다. 도시의 부모들이 아이들을 자신들의 고향이나 또는 농촌의 시골로 보내는 방안도 행복하고 희망을 찾을 수 있는 한 방법일 것이다. 특색 있는 교육으로 학생들이 몰리고 활기를 되찾는 학교를 기대해야 한다. 마을이 살아나고 학교가 살아나는 행복한 삶이 작은 학교의 희망 만들기가 아닐까?<끝>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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