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같은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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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 같은 너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8.11.22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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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 G양은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듣는다. 식사 할 때, 그리고 학교 갈 때도 헤드셋을 귀에 걸치고 학교로 향한다. 학교에서 스마트폰을 반납 후 친구들과 소통은 거의 없지만 간헐적으로 이야기를 할 경우 시청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음악 이야기를 한다. 수업을 마친 후 스마트폰이 다시 주어지만 헤드셋을 낀 채 집에 온다. 그 상태로 간식을 먹고, 다시 학원으로 향한다. 학원에서 스마트폰을 끄고 공부를 한 후 집으로 돌아올 때면 또다시 헤드셋을 낀 채 집에 온다. 씻은 후 저녁을 먹고, 다시 헤드셋을 끼고 숙제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TV를 시청한다. 이러한 생활이 거의 일상이다.

G양과 같은 세대를 Z세대(Generation Z),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 모태(母胎) 디지털족, 디지털 노마드족(Digital Nomad)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곧 태어날 때부터 인터넷을 접했고, 스마트폰 없이는 살아가기 힘들며, 첨단 디지털 장비로 무장한 채 자유롭게 떠도는 21세기형 유목민의 뜻이 담겨 있는 세대다. Z세대를 대표하는 G양을 기성세대인 상담자가 상담을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G양에게 적절한 도움을 주기 위해 이리저리 궁리하다가 콩쥐팥쥐 전래동화가 떠올랐다. 콩쥐는 아버지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아버지는 콩쥐에게 새엄마와 팥쥐를 소개했고, 함께 생활하게 됐다. 새엄마는 늘 콩쥐를 내쫓을 생각만 했다. 어느 날 새엄마는 콩쥐에게는 나무호미를 주고, 팥쥐에게는 쇠 호미를 주면서 밭의 풀을 뽑으라고 했다. 팥쥐는 쇠 호미로 풀을 뽑고 집으로 돌아갔지만, 콩쥐는 나무호미 자루가 부러져 풀을 뽑을 수가 없어 울고 있었다. 이때 커다란 소 한 마리가 나타나서 풀 뽑기를 도와줘서 일을 마칠 수 있었다. 어느 날 마을에 새 원님이 오기로 해서 동네잔치가 벌어졌다. 새엄마는 콩쥐에게 깨진 항아리에 물을 채우고, 벼 한 가마니를 찧고, 베를 짜라며 일을 잔뜩 시킨 후, 팥쥐에게 새 옷을 입혀 잔치에 가버렸다. 콩쥐는 항아리에 물을 계속 부었지만 채워지지 않아 울고 있을 때, 두꺼비가 나타나 깨진 부위를 막아줘 물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벼 한 가마니를 찧을 때에도 참새 떼가 몰려와 대신 찧어줬고, 베틀에 앉아 베를 짤 때에도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와 대신 베를 짜줬다.  마을 잔치에 갈 수 있도록 예쁜 옷과 꽃신도 선물해줬다. 예쁘게 차려입은 콩쥐가 잔치 집에 가던 중 원님 행차를 알리는 나팔 소리에 놀라서 꽃신 한 짝을 개울물에 빠트렸고, 꽃신으로 인해 원님과 결혼까지 하게 됐다. 몇 번을 읽으면서 나도, 내가 필요할 때마다 도와주는 대상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과 G양에게 상담자가 좋은 대상이 돼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일상적인 대화를 할 때는 예, 아니요 라는 말이 대부분이던 G양은 자신이 즐겨 시청하는 애니메이션이나 음악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면 목소리 톤이 올라가고 얼굴에 생기 가득해 이야기는 거미줄처럼 이어져서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으로 오인할 정도였다. 하인즈 코헛(Heintz Kohut)은 말한다. 우리 몸이 산소를 필요로 하듯, 모든 사람은 심리적으로 생존하기 위해 정신적인 산소를 제공하고 그의 필요를 만족시켜주는 자기 대상을 필요로 한다고. 타인이 내 수족처럼 마음대로 움직여 주리라고 믿고 있을 때 자기(Self)가 분명하고 안정돼 있으며, 통합된 자기를 가진 건강한 사람이 된다고. G양은 상담자를 통해 부분이나마 자기대상 경험을 했고 건강한 자기애를 형성해 가고 있다. 그러면서 친구가 한 명 생겼다. 또래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었던 G양이 친구와 함께 떡볶이를 사먹고, 함께 놀고, 함께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다. 때때로 상담자도 자기 대상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상담자도 완전하지 않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콩쥐가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소가 나타나고, 참새가 나타나고, 두꺼비가 나타난 것처럼, 문제마다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그리고 우리가 서로에게 자기대상이 돼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가면 얼마나 좋을까.

최명옥 <한국정보화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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