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부터 안전, 이제는 대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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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으로부터 안전, 이제는 대비다
  • 취재=한기원/사진·자료=김경미 기자
  • 승인 2018.11.3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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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10>
일본의 지진발생시 행동 요령.

전문가들, 한반도 학술적·역사적으로 지진 안전지대 아니다
정부·지자체, 매뉴얼·대응방안보급, 내진설계·안전기준 강화
수년 내에 수도권에 5.0~6.0 규모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
일본기상청,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지진속보 관측 가능해져


지난해 기상청의 국내 지진 목록을 분석한 결과, 경북이 40차례로 가장 많았지만 북한지역(18회)과 강원, 전남, 제주(각 9회) 등도 적게는 수차례, 많게는 수십 차례 지진에 시달렸다. 충남, 경남, 전북, 인천, 충북 등에서도 땅이 흔들렸다. 사실상 한반도 전역이 지진 피해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지진 잠재 지역을 미리 알고 대응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지진의 진원이 깊을수록 찾아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주지진은 지하 11~16㎞에서 가로, 세로 5㎞의 단층면이 새로 만들어지면서 발생했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한반도 활성단층 지도 작업은 지표검사에 의존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한반도는 학술적으로나 역사적으로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한반도에서 발생한 규모 5.0 이상의 강진 10건 중 4건은 2014년 이전에 발생했기 때문이다.

1978년 10월7일 충남 홍성(규모 5.0), 1980년 평안북도 서부 의주·삭주·귀성지역(규모 5.3), 2003년 인천 백령도 서남서쪽 80㎞ 해역(규모 5.0), 2004년 경북 울진군 동남동족 17㎞ 해역(규모5.2) 등이다. 이렇듯 한국도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증거다. 특히 지진에 철저히 대비한 일본과는 달리 우리나라는 내진설계 등 지진대비가 미약해 강진이 발생할 경우 대규모 참사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한반도에서 지진 빈도가 증가하고 이웃 일본에서 발생한 지진에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앞으로 우리나라도 지진에 대해 경각심을 갖고 철저히 대비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동해안에 깔린 원전은 한 번의 큰 지진으로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이 될 수도 있다”며 정부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한반도, 지진으로부터 안전할까?
이웃나라의 일이라고만 여겨졌던 지진이 이제 한반도의 현실이 됐다. 한반도 지진 발생 주기는 짧아지고 강도는 점점 강해져 일상 속에 내재된 공포로 변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와 지자체 차원에서 시급히 대처 매뉴얼과 대응방안을 보급하고, 내진설계 등 안전기준을 강화해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행정안전부와 경기도 등에 따르면 경기도 전체 주택 63만1030동 가운데 내진설계가 제대로 이뤄진 주택은 9만7704동(15.4%)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전체 주택의 82%를 차지하는 단독주택 51만8885동 가운데 내진설계가 된 곳은 3만9310동으로 7.5%에 불과한 상태라는 지적이 바로 그것이다.

과연 한반도는 지진으로부터 안전할까? 해외에서 지진으로 도시가 기능을 잃고 수많은 사람들이 재산과 목숨을 잃는 사고가 발생할 때 마다 어김없이 제기되는 질문이다. 한반도의 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한 다양한 전망이 제기되고 있지만 대부분 가설일 뿐 누구 하나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진에 대한 기초적인 연구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조차도 과학적 분석보다는 통계를 통한 불확실한 추정만 하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지진에 대한 국가적 연구를 서두르고 내진설계에 대한 규정도 보다 강화해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는 이유다.

이와 같이 실증적인 자료가 부족하다 보니 우리나라의 지진 예측은 사실상 피상적인 가설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최근 기상청이 관측한 한반도 지진 발생 횟수에 대해서도 전문가마다 해석이 분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학계는 판의 내부에서는 활성단층이 약화되거나 흔들리면 규모 6.0이상의 강진이 200년~1000년을 주기로, 판의 경계에서는 이보다 자주 지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활성단층은 지진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단층으로 지하 1km 깊이에서 수십km 아래까지 암석들이 케이크를 잘라놓은 것처럼 어긋나 있는 지층이다. 전문가들은 이 활성단층이 어느 지역에 어떤 모습으로 위치하고, 현재 어떤 상태에 처해있는지 파악해야 장기적으로 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활성단층의 위치, 형태, 지진 가능성에 대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하다.

조선왕조실록, 고려사 등 역사문헌에 기록된 ‘역사 지진’사례를 분석한 전문가들은 “현재 수도권 지역이 200년간의 지진정지기가 끝나고 다시 활성기가 오는 시기에 돌입하고 있다”며 “수년 내에 수도권에 5.0~6.0 규모의 강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역사문헌 자료에 바탕을 둔 주장이다 보니 학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무시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처럼 한반도 지진 가능성에 대해 누구도 자신 있게 대답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지진대응 시스템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내 아파트 등 일반건물 62만8325채 중 내진설계가 반영된 건축물은 9.85%에 불과한 6만1919채 뿐이라는 통계다. 전문가들은 지진이 발생하면 더 큰 피해를 입는 이유는 내진설계에 소홀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내진설계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한 번의 대형 지진으로 대형 참사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일본, 지진파 감지되면 자동 지진속보
일본의 경우 일본기상청은 전국에 270여 개의 지진계 외에도 국립방재과학기술연구소의 관측망 800여 곳을 이용해 지진을 관측한다. 지진파가 감지되면 즉시 자동으로 ‘긴급지진속보’를 내보낸다. 사람이 몸으로 지진을 느끼기도 전에 기상청이 먼저 경고를 내보내는 것이다. 일반 국민에게 발표되는 것은 이 ‘경보’부터다. 기상청에서 발표된 긴급지진속보(경보)는 방송사와 학교 등의 지정 공공기관·이동통신사 등에 통보된다. 이어서 지하철 등의 교통기관과 백화점·빌딩 등에 자동으로 전달돼 일반에게 고지된다. 예를 들어 실내에서는 주진동이 오기 전에 테이블 아래 등 안전한 곳으로 몸을 피해 부상을 방지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 있을 경우 가장 가까운 층에서 내려 엘리베이터 안에 갇히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 건물 밖에서는 쓰러질 위험이 있는 자동판매기 근처나 담벼락 등으로부터 재빨리 떨어져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해안가에서는 해일을 피해 높은 곳으로 이동하고 자동차를 운전 중일 때는 급작스러운 흔들림으로 인한 사고를 방지할 수 있도록 속도를 늦추거나 멈춰 선다. 공항에서는 비행기의 이착륙을 제어해 지진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 항구의 수문을 통제해 해일에 대비하거나 선박 등에 경고를 보낼 수 있다. 국민뿐 아니라 사회기관도 진도별로 상세하게 규정된 매뉴얼대로 움직인다. 방송국은 진도 3 이상이 예상되는 지역 시청자들에게 자막으로 지진정보를 전달한다. 진도 5약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NHK는 정규방송을 즉각 중단하고 지진속보로 전환된다. 진도 4부터 철도와 고속도로 등은 사업자의 판단으로 운행이 지연되거나 중단된다. 5약부터는 가스공급이 자동 중단되며 5강부터는 엘리베이터가 자동으로 정지한다. 6강 이상의 강진이 발생한 지역은 통화량 급증으로 전화가 연결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다. 통신 사업자가 피해지역 주민을 대상으로 ‘재해용 음성사서함 서비스’를 제공해 피해지역 주민들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게 돕는다. 피해를 당한 사람이 ‘171번’으로 전화해서 자신의 안부를 알리는 메시지를 등록하면 가족들이 171로 전화해서 그 메시지를 들을 수 있게 하는 서비스다. 일본의 신속한 지진경보 시스템은 1995년 6300명의 사망자를 낸 ‘고베아와지 대지진’(고베 지진)을 계기로 구축됐다. 전국 각지와 바다에 20㎞ 간격으로 고감도 지진 예측망 정비가 시작됐다. 2007년 본격 도입된 후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지진 발생 8.6초 만에, 2016년 4월에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은 3.7초 만에 경보를 발령하는 실적을 보였다고 한다.

이처럼 일본의 지진대책은 그동안 겪은 수많은 지진피해의 피드백으로 다듬어져 왔다. 1978년 최초의 대도시 지진으로 불리는 ‘미야기현 지진(규모 7.4)’이 센다이시를 덮친 후 1981년에 건축기준법이 개정됐다. 이에 따라 ‘진도 5강 정도의 중규모 지진에서 미세한 손상, 진도 6강~7 정도의 대규모 지진에서도 무너지지 않을 정도’의 내진 기준을 갖추도록 의무화됐다. 1995년에 발생한 고베지진에서는 당시의 부정확한 지진 속보로 인해 피해규모가 커졌다는 반성이 일었다. 이후 기상청의 지진 속보시스템을 보완하는 작업이 실시되며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지진 관측이 가능하게 됐다. 지진 당시 1981년 건축기준법 이전의 건물들이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희생자의 90%가 무너진 건축물에 의해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1995년부터 기존의 주택과 시설물의 내진화를 위한 ‘내진개보수촉진법’이 제정됐다.<끝>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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