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노동의 즐거움을 만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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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노동의 즐거움을 만끽하다!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9.01.05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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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당신
홍동면 금당리 이승현
시골에 살면서 사람을 만나 행복함을 느낀다는 이승현 씨.

‘내가 꽃이다’라고 생각한 한 여자가 있었다. 당연한 일이다. 모든 인간은 각자 아름답게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다. 그러나 꽃은 그 나름대로 꽃으로서의 아름다운 생명이다. 어느 날 여자는 엄마로부터 매생이발톱을 선물 받았다. 꽃이란 그저 버려야 하는 쓰레기였다. 그러나 연로한 어머니가 준 야생화 하나가 여자의 눈과 마음을 열었다. 절대 죽이면 안 될 것 같았다.  여자는 꽃을 사랑하고 아끼고, 가꿀 줄 알며, 나누는 여자가 됐다.

지난 2017년 홍동면 금당리에 터전을 잡은 이승현 씨는 수원에서 30년을 미용사로 살았다. 아침부터 밤까지 작은 공간 안에서 숨 쉴 새도 없이 살았다. 땅은 인연이 돼야 이뤄진다고 했다. 처음에는 청주에 자리를 잡았던 이 씨는 현재의 땅을 본 순간 한눈에 반해 집을 짓고 자리를 잡았다.

귀촌을 하고 1년 동안 마을 내 49가구 모든 집을 방문했다. 뉘 집 할아버지, 뉘 집 할머니들을 만나며 손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했다. 지금은 ‘왜 인사만 하고 손은 안 흔드냐’며 오히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두 팔을 번쩍 들고 손을 흔들어댄다. “여기 마을에는 5,60대 가구가 20가구가 넘는다. 시골에 사는 일은 사람을 만나면 행복하고 혼자 있으면 혼자 있는 대로 매일 매일이 즐겁다.”

이 씨는 귀촌을 하면서 귀농지원연구회 운영위원과 홍주천년야생화 사무장을 맡아 일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면서 지역에서 자리 잡았다. 타고난 사교적 성격이 사람들과 스스럼없이 다가가는 비결이었다. 사무장 일은 정리를 하고 지난 8월부터 마을만들기 공동리더로 참여한다. “얼마 전에 공동리더 연수교육도 받고 지난 4개월 동안 문패 만들기, 마을공원 만들기, 마을 간판 만들기, 둘레길 나무심기 등의 사업들을 진행했다. 앞으로도 할 일이 많은 것 같은데 이장님과 주민들과 함께 같이 이야기 나누며 마을만들기 사업을 진행해나갈 것이다.”

귀촌을 하고 이 씨는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많은 일들을 했다. 콩 심어 메주 만들기, 고추 심어 고춧가루 만들기, 고구마, 팥 심어 수확하기, 수세미 수확하고 씨앗 나눔하기 등 도시에서 느껴보지 못한 소소한 노동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시골에 살면서 굶어죽을 일은 없을 것 같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감이며 밤이며 늘 가져다준다.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생활비가 많이 나가는 것이 통신비다.”

30년 동안 미용실에 묶여 살았던 이 씨는 도예와 목공 수업을 수료하고, 야생화 모임과 약용식물 모임에도 참여하며 야생화에 대한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 요즘 이 씨의 최종 목표는 꽃 장사를 하는 것이다. “내가 예쁘게 키운 야생화들을 트럭에 싣고 장날에 팔러 다니는 것이 꿈이다. 그런데 결정적으로 내가 안개 낀 날이나 터널을 지나가는 운전을 잘 하지 못한다. 남편에게 부탁했는데 반대를 한다. 오히려 친정 엄마는 ‘너는 잘 할 거야, 자유롭게’라며 격려해줬는데 말이다. 트럭에서 틀 노래도 준비했다. 운전만 되면 되는데….”

‘꽃 사세요, 꽃 사’라는 노랫말이 흘러나오고 휘파람을 불며 신나게 운전하는 이 씨의 모습이 저절로 상상되는 장면이다. 시골에서 살면서 그동안 자신이 펼쳐보지 못했던 모든 역량을 자유롭게 펼쳐가며 사는 이 씨의 삶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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