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을 하겠다는 것은 지역주민이 되겠다는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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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을 하겠다는 것은 지역주민이 되겠다는 의미
  • 김옥선 기자
  • 승인 2019.01.14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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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청년귀농지원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장곡면 협업농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청년들. <위 사진은 기사와 아무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청년귀농 장기교육생 50명 이어 100명으로 늘려 뽑을 계획
6개월 인턴기간 정착하기에 너무 짧아… 대상 연령 확대해야
청년창업영농정착지원금 있지만… 실질적으로 사용할 곳 없다
농촌 살리기 위해 귀농인들 오지만… 농민은 사업가가 아니다


2019년 청년 귀농인들에 대한 정책이 보다 더 확대된다고 한다. 청년귀농지원정책은 고령화되어가는 농촌에서 농촌을 살리고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취업이 아닌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 수 있도록 정부에서 정책적 뒷받침을 한다는 것을 근거로 하고 있다.

2017년 홍성군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귀농인은 96명으로 이 중 청년귀농인은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10명 내외로 추산한다. 청년이 농촌에 정착해 농사를 짓는 비율은 그리 높지 않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정부는 올해 청년귀농인들에 대한 정책과 예산을 늘려 농촌에 청년들이 정착해 사는 비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농촌 현장에서 청년들이 농사를 지으며 정착하는데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농사 이외에 다른 일을 하며 농촌에 정착하는 방안에 대한 정책적 지원은 없는 것인지에 대한 목소리를 들어보는 일에는 게을리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에 농사를 지으며 시골에 정착하려는 젊은이의 한 사례와 홍성군귀농·귀촌지원센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청년 귀농인 대상 16개 신규사업
농림축산식품부는 귀농·귀촌 정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관련 예산을 7.0% 늘린 8억 9300만 원으로 발표했다. 이를 바탕으로 귀촌인 창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농산업 창업 지원 사업을 신규 도입하고 귀농·귀촌인과 지역 주민과의 갈등 완화를 위한 융화 프로그램도 확대될 예정이다. 지난해 도입된 청년귀농 장기교육생의 경우 지난해 50명의 교육생을 선발한 데 이어 올해 에는 100명으로 늘려 뽑기로 했다. 청년귀농 장기교육은 청년 귀농인들이 선도농가, 농장 등에서 6개월간 체류하면서 농업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실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귀농·귀촌인 지역융화 지원도 확대된다. 농촌 마을로 찾아가는 융화교육을 신규 도입해 올해 1400개 마을을 대상으로 교육할 예정이다. 도시민유치지원 사업 예산의 50%이상을 지역 융화 프로그램 등에 의무 사용하도록 하고 귀농·귀촌 희망자 교육에 융화 과목도 2시간 이상 편성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귀농인들이 영농기반, 주거 마련 전 임시로 거주할 수 있는 귀농인의 집을 올해 70개소를 추가로 조성하고 이용기간과 관리기간도 연장하기로 했다.

농업분야 취업이나 창업을 희망하는 대학생에게 졸업 후 농업 분야에 종사하는 조건으로 장학금 지급, 농업분야 취업을 희망하는 청년 200명에게 농업법인 회사에서 인턴으로 일 할 기회 제공, 해당 인턴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기업에 인건비 지원, 만 40세 미만의 청년농업인 영농정착지원사업 신규 대상자 1600명에게 창업자금과 임대농지 우선 지원 등의 혜택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스마트팜 관련한 예산도 늘어나 스마트팜 혁신밸리에 들어서는 창업보육센터에 122억 원, 청년 임대형 스마트팜에 164억 원, 실증단지 192억 원을 패키지로 육성해 청년 귀농인들의 창업을 기초 단계부터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총 16개의 신규 사업을 추진하고 청년 귀농인들의 주거나 보육 부담을 덜어주며  문화, 여가 등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농촌유휴시설 활용 창업지원, 청년농촌 보금자리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홍성군농업기술센터는 올해 청년농부인큐베이팅사업, 초보농부 실천농장 인큐베이션 팜, 도시농부 플랫폼 사업, 청년농부 현장실습교육 등을 준비하고 있다. 인큐베이션 팜은 청년들이 농지나 시설 임대료와 농자재 일부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며, 청년농부 현장실습교육은 청년들이 한 달에 10일 동안 현장에서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 청년농부, 6개월 인턴 너무 짧다
지난해 도입된 청년귀농 장기교육생 프로그램은 청년농부 인큐베이팅 사업 등 각 지자체마다 그 명칭이나 내용은 조금씩 다르지만 청년 귀농인들이 6개월 동안 선도농가에 머무르며 농업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을 실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으로 월 20일 정도를 일하고 월 80만 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

지난 5일 귀농한 지 2년이 된 박병용 씨는 “이 제도는 평가에 호불호가 갈린다”라며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사람이 와서 생활에 적응해야 하는 시기에 반드시 실습이 필요하고, 생활 전반에 대한 소소한 노하우를 선배 귀농인들이 가르쳐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 평가지만 문제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인턴을 한 번은 걸쳐 갈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 농부로 독립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선도농가가 멘티를 끌어줘야 하는 상황인데 선도농가도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턴 생활이 끝나면 그 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농사를 지으려면 땅을 구해야 하는데 농사 기술 배우고, 땅에 대한 정보와 공유를 하고 세금이나 직불제 문제 등 현실적 벽에 막혀버린다. 특히 친환경 인증 논밭의 경우 양도조건이 까다로워 반드시 공부를 하고 조언을 해 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년농부인큐베이팅 사업은 그 대상이 2~30대이지만 그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도 있다. 박 씨는 “정작 시골에 와서 농사를 지으려고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4~50대가 많다. 결국 정부의 지원책이 별로 없으니 그동안 모아두었던 자신의 돈을 털어서 농사를 짓다가 혹여 실패라도 하게 되면 다시 도시로 돌아가기도 한다”고 말한다.

홍성군귀농·귀촌지원센터 이환의 센터장은 “현재 귀농인들 대부분이 50대가 가장 많다”며 “귀농인 뿐만 아니라 귀촌인들에 대한 정책적 지원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귀농·귀촌인에 대한 정책이 좀 더 세분화해서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 허울뿐인 청년창업영농정착지원금
정부의 청년창업영농정착지원금 제도는 청년들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3년 기간 동안 일정 금액의 생활비를 지원하는 제도다. 영농 초기 소득이 불안정한 청년창업농에게는 영농정착 지원금을 지급하고 이를 통해 젊고 유능한 인재의 농업 분야 진출을 촉진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해 농가 경영주의 고령화 추세 완화 등 농업 인력구조를 개선한다는 목적이다.

만 18세 이상에서 40세 미만 청년을 대상으로 하며 5개년 영농계획서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심사를 통과하면 독립경영 1년차는 월 100만 원, 2년차 월 90만 원, 3년 차 월 80만 원을 지급하는데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발급해 바우처 방식으로 금액을 지급한다. 또한 자금의 용도는 농가 경영비나 일반 가계자금으로 사용 가능하며 농지 구입이나 농기계 구입 등의 용도로는 사용할 수 없다. 박 씨는 “실재로 이 카드로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다”며 “겨우 생필품이나 식재료 구입 정도에만 사용하며 교통비도 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초보농부가 정착하는 기간 동안 생활비를 덜게 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아는데 청년이 그 지역에 와서 집을 얻어 살려면 최소한 가전제품들도 필요하다. 그러나 이 카드로는 그런 것들도 살 수 없다. 25만 원이 넘어가면 안 되기 때문이다. 만약 로타리를 기계를 빌려 한다고 해도 반나절 로타리 치는데 드는 비용이 25만 원이다. 카드를 받지도 않을뿐더러 계산도 하지 못한다”며 “그런데 정작 현실에서는 청년들이 지원금을 받아 흥청망청 쓰고 있다는 부정적이고 왜곡된 여론이 형성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박 씨는 “정부가 농민들의 편을 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언론의 편을 들어줌으로서 의무조항 등을 넣으며 제재하려고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라며 “정책 제안자들이 현장성이 떨어져서 생기는 문제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환의 센터장은 “지난해 청년인큐베인팅 사업을 통해 14명의 청년들이 지역에 남기로 결정한 것은 확실한 성과다”라며 “그러나 과제도 많다. 실제 인큐베이팅 사업이 실제 현장에서 청년들의 욕구를 담아내기에는 한계가 있다. 청년들의 심리, 행동적 특성, 농촌에 얼마큼 뿌리내리려고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 등에 기반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가장 중요한 것은 인식의 전환
타지에서 살다가 지역을 옮겨 그 지역 주민으로 살아가는데 걸리는 기간을 보통 5년으로 잡는다고 한다. 물론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도 귀농인은 귀농인일뿐 원주민이 되지 못한다는 말도 있다. 3년이든 5년이든 그 기간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귀농을 한다는 것은 그 지역 주민으로 살아가겠다는 남다른 의지의 표현인 것이다. 귀농·귀촌인들이 지역에 정착해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만든다면 그 출발점은 귀농·귀촌인들이 정착하려고 하는 마을에서 출발되어야 한다.

박 씨는 “물론 귀농자금을 60~65세까지도 빌려 사용할 수는 있다. 그러나 영농정착지원사업으로 지원을 받았다고 해도 융자를 갚으려면 1년에 최소한의 순수익이 5000만 원은 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라며 “농촌을 살리기 위해 귀농인들이 내려와야 한다고 하는데 농부를 사업가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귀농인들을 지역에서 정착하려는 한 주민으로 바라봐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환의 센터장은 “올해 센터는 3년차 미만의 귀농·귀촌인들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해 도움이 절실한 이들에게 도움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농사는 쉬운 일이 아니다. 또한 지속가능한 농사를 짓는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그 험하고 어려운 여정에 나선 청년 농부들이 현장에서 느끼고 처한 애로사항을 직접 듣고 말하는 일, 지금 우리의 정책에 가장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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