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금치된장국 랩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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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된장국 랩소디
  • 이동호 <홍동면>
  • 승인 2019.01.13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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된장국, 농촌에 살며 처음 배운 요리다. 머리와 내장을 떼어낸 멸치는 냄비에 살짝 볶아 비린내를 날린다. 쌀뜨물을 부어 육수를 낸다. 양파껍질, 파뿌리도 넣어 국물을 내면 금상첨화다. 건더기를 건져낸 후 마늘을 다져 넣고, 된장을 푼다. 씻어둔 시금치를 투하하고 국간장으로 간을 맞춘 뒤 파를 송송 썰어 넣으면 완성이다. 김장 김치까지 꺼내니 밥 한 그릇이 뚝딱이다.

인도에 커리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된장이 있는 것 아닐까. 커리가 모든 재료를 받아들이듯, 된장국도 그렇다. 어느 재료든 아우르는 포용력이 있다. 기본만 알면 얼마든지 응용 가능하다. 해산물이나 고기를 넣을 수도 있지만 제철 채소만 넣어도 완전하다. 봄에는 쑥과 냉이, 여름에는 감자, 가을에는 아욱, 겨울에는 시래기 등을 넣는다. 오늘은 시금치 된장국이다. 달큰한 겨울의 맛이다.

“대두로 두부를 만들어 간장에 찍어 먹는 아시아의 오랜 요리법은 대두를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다. 대두는 주요 곡물이지만, 건강에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대두에는 각종 ‘반영양소’가 들어 있다. 반영양소는 인체의 비타민과 미네랄 흡수를 방해하고, 호르몬 체계를 교란하고, 우리 몸이 콩 단백질을 분해하는 것까지 막는다. 아시아의 음식문화는 이 가망 없는 식물을 영양가가 높은 음식으로 변화시키는 방법을 알아냈다.”

‘먹방’이 유행하는 시대다. 누가 더 맛있게 먹는지, 시각효과에 오디오효과까지 총동원되어 우리 시선을 사로잡는다. 먹방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는 연예인이 2018년 연예대상을 받았다. 먹방이 흥행하는 이유로 잦아진 외식을 꼽을 수 있다. 외식이라는 단어는 선진국 중산층 같은 느낌을 풍기지만, 끼니 때우기식인 이 시대의 외식은 마음 한 켠을 불편하게 한다. 맛과 가격 중심의 ‘가성비’ 메뉴에 원재료의 출처와 첨가되는 조미료에 대해 말할 틈이 없다. 식사에 들이는 비용과 시간을 절약한 만큼 병원비와 같은 건강관리 비용이 늘었다.

“식사가 진화 과정의 산물이라면, 새로운 음식이나 요리는 돌연변이 같은 것이다. 그것이 혁명적 발전일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잡식동물의 딜레마’라는 베스트셀러를 쓴 마이클 폴란은 식품의 산업화에 문제를 제기했다. 식품이 넘치는 시대에 우리가 무의식으로 느끼고 있는 빈곤이 무엇인지, 후속작 ‘마이클 폴란의 행복한 밥상’은 그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책이다. 저자는 ‘영양주의’의 함정에 빠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음식은 단순히 영양과 영양의 합이 아니며, 진짜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좋든 싫든 토양, 식물, 동물, 인간의 건강은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말한다. 집된장이 왜 더 맛있을까, 우리 땅에 나는 채소 모두와 어울리는 마성은 어디서 올까. 여기 혀끝 뿐만 아니라 허기까지 채워주는 그의 책으로 새해를 끓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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