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 오리새끼는 백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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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오리새끼는 백조가 되고 싶다
  • 이병희 칼럼위원
  • 승인 2019.02.1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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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시 쓰레기소각장이 포화 상태에 가깝다 한다. 이에 아산소각장에 의존해왔던 인근 시·군들에 쓰레기 문제로 인한 불안과 갈등이 번지고 있다. 아산시로 반입되는 외부 쓰레기 반입 단가는 지속 상승 중이고, 종국에 포화 상태에 이르면 외부 쓰레기 반입 거부 사태에 따른 쓰레기 대란도 충분히 예견되기 때문이다. 홍성군의 처지도 다를 바 없다. 이미 포화 상태인 매립장 때문에 여러 방법을 모색하던 군은 지난해 ‘폐기물처리시설 설치 타당성’에 대한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그 결과물은 ‘처리 단가 증가로 재정부담 가중, 처리업소의 법적 안전성 미흡’ 등의 이유로 ‘처리시설(소각시설) 설치 필요성’을 제시한다. 군은 올 상반기에 정책설명과 주민협의체와의 협의를 거쳐 의견을 수렴하고, 하반기 안에 사업추진방식을 확정하고 행정절차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홍성의 쓰레기소각장은 기존의 매립장 부지를 활용하는 것이 현실성 있는 방안으로 거론된다. 추진 주체가 관이냐 민이냐도 논란거리다. 또한 소각장 인근의 주민 반발도 사업의 원만한 진행에 우려되는 요소다. 이러한 갈등 요소들이 정책설명과 주민 의견 수렴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되고 숙의돼 용광로의 쇳물처럼 기분 좋은 합의로 도출되길 기대해 본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살펴야 할 것은 우리 지역의 쓰레기가 누구의 책임인가 하는 문제다. 또한 쓰레기소각장이 과연 위험시설이며 우리 힘으로 감당할 수 없는 괴물인가 하는 것이다. 가정은 물론 지역에서도 자신들의 쓰레기를 자신들의 영역 안에서 처리하기를 꺼린다. 그러나 남의 쓰레기를 반기는 가정이나 지역은 없으며 그런 나라는 더더욱 없다. 우리 지역의 쓰레기를 우리 지역에서 해결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고 시대의 당위다. 홍성의 쓰레기 독립도 더는 미룰 수 없다. 그 독립은 독자적인 소각장을 갖춰 쓰레기 대란이라는 곤경을 친환경적으로 해결하면서도 경제적 실익을 낳고, 그 혜택이 군민에게 돌아가는 호혜적인 사업이 돼야 한다.

최근의 쓰레기 소각장은 과거와 다르다. 환경피해를 최소화하고 시설 가동의 부산물로 주민에게 혜택을 돌리는 친환경적, 친주민적 시설로 변신하고 있다. 서울시의 ‘마포자원회수시설’과 ‘양천자원회수시설’, 아산시 ‘아산환경과학공원’이나 화성시의 ‘화성그린환경센터’ 등이 그것이다. 소각장을 전망대로 만들고, 주민센터나 헬스장, 찜질방 등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한 곳도 있고, 소각시 발생하는 폐열을 이용, 생산한 전기와 잔여 온수를 주민에게 공급하는 자연순환형 친환경 시설도 있다. 또한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이익금을 인근 지역주민에게 배분한 결과 오히려 주민들이 앞장서 소각장 증설을 지자체에 요구하는 사례도 있다.

동화 속의 미운 오리새끼는 응원과 칭찬을 통해 각성하고 마침내 백조가 된다. 변신은 발상의 전환을 통한 정체성의 회복을 통해서 가능해진다. 혐오시설, 위험시설이라는 오명을 쓰고 따돌림 당하던 쓰레기소각장이라는 미운 오리새끼는 이제 친환경과 경제성이라는 날개를 활짝 펴고 백조처럼 우아하게 복지의 상징으로 거듭날 수 있다. 그를 위한 응원과 칭찬은 관과 민, 모두의 몫이다. 내 것은 안 되고 남의 것은 상관없다는 식의 이기주의는 홍성을 쓰레기장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미운 오리새끼의 백조 되기’는 관의 면밀한 검토와 설득, 주민과의 소통과 수렴, 참여 주체 간의 양보와 협력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이다.

이병희<홍성군의원·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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