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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시대에 반(反)하다

충분한 것을 너무 적다고 여기는 사람에게는 아무리 많은 것도 충분하지 않다. 작가 김훈도 그의 산문에서 “심청이는 공양미 3백 석을 구할 돈이 없어서 죽었다. 심청이의 죽음은 그 이데올로기적 형식은 효이지만, 그 실존적 내용은 돈이다. 심청이는 돈이 없어서 죽었고, 윤심덕은 그 돈이 설치고 다니는 세상이 더러워서 죽었다”고 말한다. 어쨌거나 다 돈이 문제다. 우리사회에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야기한 것은 노조의 영향과 정부의 노동개혁이 미진한 탓이다. 게다가 정부의 반 시장 정책이 거들었다. 철학자들도 고대로부터 ‘외적으로는 우연이나 내적으로는 필연인 것’을 비극으로 인식해 왔다. 경제의 군살을 없애고 튼튼하게 기초체력을 다져 놓아야 홀연히 올 충격도 잘 견딜 수 있다.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연 2.7%에서 2.6%로 낮췄다. 올해 경제 상황이 작년보다 더 좋지 않으리라는 방증이다. 경제 원리를 도외시하고 정치논리나 지역 정서에 영합하는 구조조정의 대가는 결국 국민의 부담이다. 정부는 올해 470조원 규모의 예산을 집행한다. 정부가 재정을 풀어 경기 하락세를 돈으로 메우는 상황이 올해에도 재현될 조짐이다. 내수 경기의 두 축인 투자와 민간소비가 꺾이는 상황에서 정부 소비만 급증하는 현상이 작금의 우리나라 현실이다. 국외 상황도 녹록하지 않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2차 ‘하노이회담’ 결과에 따라 동북아 정세는 요동칠 것이다. 국익의 각축전에서 선함은 결코 미덕이 아닌지 오래다. 승리는 정교한 국가 전략과 유연한 전술을 구사하는 나라 몫이다. 요즘 한국과 관계가 소원해진 일본은 우리보다 더 강력한 외교 조직과 인프라를 가졌다. 이런 나라와 외교전을 하려면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현 정부에는 미국통 일본통 외교관은 전면에 거의 없다. 양국 간 갈등이 격화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나라는 미래가 없다. 훌륭한 리더와 함께 태평성대를 살아갈 수 있는 길은 부단히 노력하는 국민의 권리다.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여 주고 싶은 것만 보여 주는 건 국민과의 진정한 소통이 아니다. 현 정부가 전 정권, 전전 정권을 두들겼던 비판의 키워드도 소통이 아닌가. 현대 문명 이기는 인간에게 폭력으로 작용할 수 있는 잠재적 지수가 높다. “군자는 일의 원인을 자기에게서 찾고, 소인은 남에게서 찾는다”고 논어, 위령공편도 일갈하고 있다. 리스크가 크더라도 잘못된 길에 들어섰으면 방향을 과감하게 틀 줄도 알아야 한다. 선입견에서 해방되어 모든 문제나 현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 문제를 논리적으로 정연하게 풀어내며, 사유를 열린 마음으로 투명하게 해보려는 마음의 태도 및 탐구자세가 ‘철학적 사고’다. 국민도 대통령도 늘 선택과 판단의 연속에 직면한다. 어떤 스탠스를 취해야 하는가는 자명하다.

이 세상 모든 생명체 중 인간으로 태어나는 것은, ‘아주 넓은 광야에 콩을 가득 펼쳐 놓고 하늘에서 바늘 하나가 떨어져 그 콩 중 하나에 꽂힐 확률과 같다’고 한다. 삶 자체가 얼마나 소중한가. 우리는 잠재적으로 무언가를 실행할 수 있는 에너지를 보유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은 성과를 위해서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닫힌 문을 너무 오랫동안 쳐다보고 있으면 열려 있는 등 뒤의 문을 못 본다. 비판과 회의를 두려워하면 어떤 진리라도 구호에 그친다. 고쳐야 할 것을 잊는 사회는 발전이 그만큼 더딜 것이다. 이 나라에서 한해 1000명에 가까운 생명이 산업현장에서 죽어간다. 현 정부가 말하는 ‘노동 존중’ ‘안전한 나라 건설’은 이제 공허한 메아리다. 정부·여당은 지금의 경제 상황과 시대 흐름에 뒤진 경제·사회제도를 개선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제 혼란을 부추기는 반 시장 정책을 이제 그만 거둬야 한다.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말한 “당신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당신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다”라는 격언이 귓전을 스친다.

한학수 <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 교수·칼럼위원>

한학수 칼럼위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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