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에너지전환, 이제는 홍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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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에너지전환, 이제는 홍성이다
  • 신나영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녹색당>
  • 승인 2019.03.21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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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날씨를 확인하는 것보다 미세먼지를 확인하는 게 더 중요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기상이변이 이제 하나도 이상할 것 없는 뉴스가 되어 버렸다. 보령과 당진, 태안의 석탄화력발전소 덕에 대안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태양광 발전의 입지 갈등으로 여기저기서 주민들이 몸살을 앓고 있는 요즘 중앙정부의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정책이 아닌 각각의 지역 자치단체들이 모여 대안에너지를 고민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전국의 자치단체 중 대안에너지에 관심 있는 24개의 지자체가 모여 2016년 창립한 ‘지역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에서 주최한 ‘지역에너지전환 전국포럼’이 지난 13일 수원에서 열렸다. 앉을자리가 없을 정도로 가득 메운 사람들의 열기로 포럼이 열린 연회장은 후끈 달아올랐다. 지자체 뿐 아니라 전국의 에너지전환 시민단체들과 에너지정책 실행기관으로서의 한국에너지공단이 한 자리에 모여 중앙 정부가 아닌 지역에서, 주민참여에 기반한 에너지 정책에 대한 생각을 나눴다.

세계적인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위치한 당진시의 주민주도형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선도 사례 발표와 24개의 지방자치단체장들의 ‘지역에너지전환 협력을 위한 공동실천선언문’ 낭독과 결의로 문을 연 포럼은 민과 관의 협치로 시민참여형 발전소 18기를 설치한 안산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의 성공 사례, 지역에너지전환 전국네트워크의 지역 에너지의 전국적인 현황과 쟁점, 태양광 입지갈등과 여러 가지 주민 참여 형태에 대한 발표와 지자체장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결성면에서 양돈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성우 농장 이도헌 대표도 농장이 위치한 원천마을의 주민들과 함께 생태마을에 대한 비전을 세우고 주민들과 협력해 바이오가스플랜트를 설치해 나가는 과정을 발표해 농촌형 주민참여 모델을 보여줬다. 이번 포럼은 ‘지역에너지전환 지방정부협의회’에서 연 첫 전국 포럼으로 지금까지 중앙정부 중심으로 이끌어왔던 에너지정책을 지역 중심으로 분산해 에너지 민주주의를 달성해 나가자는 결의를 다지는 자리였다.

에너지의 생산은 지역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지방자치단체와 태양광의 무작위 입지로 고통을 받고 있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나아갈 수 있게 되었다는 희망이 보였다. 논 한 가운데로 송전탑이 지나가도 무력하게 그걸 바라볼 수밖에 없던 현실에서 이제는 에너지 자립을 이야기하게 된 시대 흐름의 변화 속에 홍성군은 어디쯤 와 있는지 홍성군의 에너지 정책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축사만큼이나 흔히 볼 수 있는 태양광 패널, 어느 면이나 볼 수 있는 대단위 태양광 설치 반대 현수막, 과연 우리 지역의 대안에너지가 태양광 뿐 인지, 우리의 시각이 너무 좁혀져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홍성군의 돼지와 소가 배출하는 분뇨가 매일 4200톤 가까이 된다. 2012년 축분의 해양투기가 금지된 이후 축분은 퇴비·액비로 논밭에 뿌려지고, 정화해서 하천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많은 양의 축분을 과연 홍성군이 다 감당해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악취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축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봐야할 시점이 아닐까 한다.

이웃한 논산시의 논산계룡축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바이오가스플랜트는 매일 200톤의 축분을 이용해 2개 면 주민이 사용할 수 있는 양의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액비를 무상으로 논밭에 뿌려주고 지역의 청년들을 고용해 시설 운영을 맡기고 신재생에너지로 받는 이익을 시설 주변 주민들에게 돌려주고 있다. 현재 축협에서도 바이오가스플랜트 설치를 추진 중에 있다. 2018년 환경부의 지원을 받아 논산시와 비슷한 규모의 시설을 준비하고 있지만 1년이 넘도록 아직 시설이 들어설 장소도 찾지 못해 난항을 겪고 있다. 주민들의 투표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낸 것은 민주적인 일이지만 주민들이 왜 반대할 수밖에 없는지 그 이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봐야 할 시점이 아닌가 한다.

바이오가스플랜트는 축분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보다 23배의 온실효과를 가진 메탄가스를 태워 전기를 얻는다. 홍성군에 매일 발생하는 4200톤의 축분이 골칫덩어리가 아니라 전기를 생산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신재생 에너지 자원이 된다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까지 감소하게 된다. 이런 바이오가스플랜트가 왜 냄새나는 혐오시설, 똥 공장이 되었는지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결성면의 원천마을과 성우 농장의 사례를 본받아 어떻게 민과 관이 협력하고 상생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길을 찾아나가야 할 때다. 축산의 메카로서의 홍성군 뿐 만 아니라 주민과 함께 대안에너지를 생산해내는 지역 에너지 전환의 중심에 선 홍성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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