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Go, 게임기 또는 소통의 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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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Go, 게임기 또는 소통의 도구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9.03.20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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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은 아주 좋은 게임기다. 특별히 포켓몬Go는 게임 세계와 현실 세계를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게임이다. 주말에 운전을 하다보면 손에 스마트폰을 들고 스마트폰을 주시한 채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는 초등학생들을 보곤 한다.  그들과 나는 같은 공간, 다른 세계에서 살아가는 것 같다.

초등학교 5학년 J는 부모님 직장 때문에 새로운 학교로 전학왔다. 처음에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건네지 못하고 기다리는 아이였다. 담임이나 학원 선생님은 J가 특별한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에 착하고 성실한 학생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집에서 J는 동생과 자주 다툼을 일으키고 화가 나면 방에 들어가서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울기도 해서 부모님을 힘들게 했다. 그러나 J는 밝고 긍정적인 면도 가지고 있는 아이다.  

J는 “저는 집이 제일 좋아요.” “제 방 침대에 대(大)자로 누워서 베개를 안고 자면 천국이거든요.” “저는 지금까지 집에 먹을 것이 없어서 화를 내본 적이 없어요. 제가 해 먹으면 되니까요.” “이 지역에서 가장 좋은 음식점은 우리집이예요”라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J의 표정은 매우 들떠 있고, 목소리 톤은 올라간다. J의 말을 들으면 집에 대한 느낌이 매우 편안하고 긍정적이며, 스스로 음식을 요리해서 먹는 능동적인 아이라고 해석된다.

학교와 가정에서 다른 평가를 받고 있는 J가 어느 날 “선생님, 저는 포켓몬이 100마리 정도 있어요… 라티아스를 잡았으면 좋겠어요.”라고 한다. 포켓몬Go에 대해서 할 말이 많은지 계속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주말에는 친구와 버스를 타고 타 지역에 가서 포켓몬도 잡지만, 평일에는 30여명이 운영하는 포켓몬Go 톡 방에서 형이나 아저씨들과 이야기도 나눈다. 내성적이라고 평가되는 J에게 친구가 생겼고, 포켓몬Go를 통해서 친구나 가족이 아닌 사람들과도 소통하는 적극적인 소년이 된 것이다.

포켓몬Go는 일본 닌텐도가 만들어낸 포켓몬스터 게임의 모바일 버전이다. 1996년 일본 닌텐도는 포켓몬스터라고 불리는 작은 캐릭터를 포획, 수집하고 성장시키는 게임을 세상에 내놓았다. 이 게임을 하려면 스마트폰에서 포켓몬Go 앱을 내려 받아야 한다.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현실세계를 둘러볼 때 진동이 울리면 이때 포켓몬이 나타났다는 징후인 것이다. 지도 위에 포켓몬이 보이고 화면을 터치하면 포켓몬을 잡을 수 있다. 포켓몬Go에는 IV와 CP가 있다. IV는 힘이나 체력을 의미하는 스탯이고, CP는 공격과 방어능력을 총칭한 전투력이다. 등급도 S부터 D까지 존재하며, 가이오가, 물어 깨부스기, 메타그로스, 만나용, 갸라도스, 라티아스 151개의 포켓몬 등이 존재한다.

포켓몬Go는 은둔형으로 게임만 하던 사람들에게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몸을 움직여 우울증으로 힘들어하던 사람들을 회복시키기도 하는 등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하지만 포켓몬Go 이용자들이 나타날만한 곳에 미리 잠복하고 있다가 그들을 위협해 금품을 빼앗는 무장 강도들이 출몰하기도 한다. 또한 포켓몬Go 이용자들 스스로가 게임에 몰두해 배수로에 미끄러져 응급실로 실려가기도 하는 등 부정적인 사례들도 자주 발생한다.

상담자는 부모에게 포켓몬Go에 대해 공부를 하면 좋겠다고 권유했다. 자녀가 좋아하는 게임을 검색해보고, 아이와 이야기 할 수 있는 재료를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켓몬을 잡기 위해 먼 곳으로 여행을 가자고 한 자녀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함께 여행을 떠나라고 독려했다. 포켓몬Go를 통해 J와 부모는 그 전보다 좀 더 가까워졌다. 그리고 지금 우리나라의 아동·청소년 패널조사 및 대만과 홍콩의 연구 결과를 보면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이들의 1년 내 자가 회복률은 30-50%대에 이른다고 보고하고 있다. 게임기로 치부했던 포켓몬Go도 잘 사용하면 부모와 자녀 사이를 연결해주는 소통의 도구가 될 수 있다. 포켓몬Go, 게임기일까? 소통의 도구일까? 당신의 가족이 결정할 수 있다.

최명옥<한국정보화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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