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의 다크 투어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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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다크 투어리즘
  • 홍성군의회 김헌수 의장
  • 승인 2019.04.0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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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지금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간혹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시대의 흐름을 놓치는 경우도 많다. 여행문화 또한 많은 것이 변하고 있다. 예컨대 단체관광에서 소규모 혹은 혼자만의 여행,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유명 관광지 여행에서 숨은 명소나 지역의 아담한 골목길을 찾아 관광하는 시대로 변하고 있다. 나아가 이제는 관광이 단순한 휴식이나 즐거움을 넘어 관광을 통해 교훈을 얻는 여행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바로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이 대표적인 여행이다.

다크 투어리즘은 전쟁·학살 등 비극적 역사의 장소나 재난과 재해 등 참혹한 참상이 일어났던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을 뜻한다. 대표적인 장소로는 297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미국 세계무역센터의 9·11테러를 추모하기 위해 조성한 9·11 메모리얼파크 그라운드제로와 150만 명의 유대인이 학살당한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 수용소가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제주 4·3 사건과 일제 강점기 민족지도자와 독립운동가들이 투옥됐던 서대문 형무소 등이 있다.

그렇다면 홍성에는 바로 홍주순교성지가 있다.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가 계속되는 동안 홍주로 끌려온 212명의 천주교 신자가 갖은 문초와 형벌을 받은 곳이다. 1000명 이상의 천주교 신자가 순교한 서산 해미순교성지는 많은 사람들이 알며 찾아가고 있으며, 2014년 교황 프란치스코가 방문하면서 더 많은 국내외 신자와 관광객이 다녀가고 있다. 추모 관광지를 경쟁하듯 유치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인근 지역의 유명세에 밀려 홍주순교성지가 빛을 보지 못하는 실정이 씁쓸하기만 하다. 그래서 홍성의 홍주순교성지를 살리기 위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는 무명 순교자의 재조명과 역사 발굴의 필요성이다.

홍주순교성지는 기록상으로는 212명의 순교자가 있고 알려지지 않은 사람까지 거의 700여명이 순교한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순교자가 많은 곳이다. 비록 이름이 없을지언정 700여명의 순교자가 있었음을 재조명하고 끊임없는 역사 발굴과 연구·고증을 통해 무명의 순교자 이름 찾기를 진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순교성지의 성격상 순교자의 수도 중요하지만 순교의 의미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 순교성지를 찾은 이로 하여금 그 순교가 어떤 의미인지, 어떤 희생이 있었는지를 알아야 지난날의 아픔을 교훈 삼아 미래를 다짐하고, 계획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부분에서 홍성은 천주교 신자 원시장 베드로가 옥중에서 세례를 받았다는 점과 추운 겨울 동사형을 당한 충청도의 첫 순교지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는 곳으로 그 의미를 부각시켜야 하는 이유다.

둘째는 순교성지를 찾은 신자들이 미사를 진행할 공간 마련이다. 온라인상에서 홍주순교성지길을 다녀온 후기를 보면 미사 공간이 열악하다는 글들이 자주 보이곤 한다. 미사를 보려 했지만 날씨가 좋지 않아 미사를 진행하지 못하거나, 성지성당이라고 해서 가봤더니 작은 상가에 마련된 열악한 시설과 환경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멀리 내다볼 필요가 있다. 훗날 군청이 이전하고, 홍주읍성이 복원될 것을 고려해 홍주읍성 내에 한옥 성당을 건립하는 것이다. 건물 반은 미사관으로 건립해 순교성지를 찾은 신자들이 언제든 미사를 볼 수 있게 하고, 반은 카페로 구성해 신자나 일반 관광객 모두가 더위나 추위를 피해 따뜻한 차나 시원한 음료, 디저트를 먹으며 쉬었다 갈 장소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에 홍성의 관광 홍보물을 게시하거나 혹은 트레이에 홍성군 관광지도를 디자인해 설치한다면 자연스럽게 성지를 찾아온 분들에게 홍성의 관광지와 특산품을 알리고, 관광객에게는 홍주순교성지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공간이 될 것이다.

셋째는 전문 해설사 양성이다. 순교지를 찾은 신자와 관광객에게 보다 깊이 있고, 생생한 정보를 전달한다면 더 오랜 시간 각인될 것이다. 그렇기에 순교지에 전문 해설사를 배치해, 순교지를 찾은 신자나 관광객에게 많은 정보 전달을 해야 한다. 아울러 홍주읍성과 홍성의 역사에 대해서도 함께 해설을 하여 홍성을 더 알리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단체 방문객은 관련 사이트나 군청 홈페이지를 통해 해설사를 예약해 성지순례 코스를 해설사와 동행하며 관광하는 시스템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글을 마치며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것이 있다. 주객이 전도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최소한 순교성지를 찾은 신자나 관광객에게 그들이 오롯이 슬픔을 느낄 시간, 교훈을 얻을 시간을 줘야 한다. 순교성지에서의 과한 상품판매 관광유치를 한다면 성지순례를 하러 온 이들에게 눈살만 찌푸리게 될 것이다. 그렇기에 홍주순교성지를 찾아왔다가 홍성의 관광명소로 자연스럽게 눈이 가게 만들고, 찾아가게 만드는 홍보전략을 개발해 홍성의 다크 투어리즘, 홍주순교성지를 더 널리 알리고 홍성의 관광산업도 활기가 넘쳐나길 기대해본다. 아울러 충남도와 함께 협력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더 깊이 연구한다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결코 헛된 꿈이 아닐 것이다. 훗날 홍주순교성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돼 홍성이 세계적인 명소가 되고, 충남을 알리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알리기 위해서는 오늘 우리가 함께 그 첫 삽을 떠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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