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수버걱 소나무 숲, 아름다운 충남 100대 소나무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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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수버걱 소나무 숲, 아름다운 충남 100대 소나무 선정
  • 취재=한기원 기자 사진·자료=한지윤 기자·신우택 인턴기자
  • 승인 2019.05.1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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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시대 공동체의 삶과 생명의 공간이다
홍성군 장곡면 화계리 소나무 숲

충남도, 민족문화 상징 수종 살리기 위해 100대 소나무 선정
1970년대 산림면적의 50%, 1980~90년대 솔잎혹파리로 시련
소나무 재선충병·지구온난화 등 기상변화로 소나무 숲 감소해
장곡 화계리 소나무 숲 ‘용수 버걱’소나무 문화재급으로 진단


충청남도가 민족문화의 상징 수종인 소나무를 살리기 위해 지난 2007년부터 소나무림 100개소를 선정해 가꾸기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충남도는 16개 시·군에서 조사된 150개소 654ha의 소나무림에 대해 성균관대학교 심경구 교수, 대전·충남생명의 숲 안재준 부장 등 전문가와 관계공무원 등으로 현지 조사반을 편성해 아름다운 소나무림 100개소를 가꾸기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2007년 당시 사적지와 관광명승지, 마을입구나 좌우 산줄기, 뒷동산 등 마을의 풍광을 이루거나 주민들과 정서적 교감을 같이하는 숲과 집단적으로 이루어진 우량 소나무림을 우선 선정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동안 우리민족의 역사와 함께한 소나무는 1970년대까지 우리나라 산림면적의 50%이상을 차지했으나, 1980~90년대 솔잎혹파리로 한때 큰 시련을 겪었고, 최근 들어서는 소나무에 치명적인 피해를 줘 ‘소나무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병으로 큰 위협을 받고 있어 이들 병해충으로부터 소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민선 4기 특수시책으로 이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이 사업의 추진 목적은 소나무가 솔잎혹파리, 소나무 재선충병 등 산림병해충의 피해와 지구온난화 등의 기상변화로 우리 고유의 향토수종인 소나무 숲이 급격히 감소되는 상황에서 더 늦기 전에 우수한 소나무 숲을 보존·육성해 사람과 함께 공존하는 공간으로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 고유의 소나무 문화를 이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데 있었다. 소나무 숲 지정으로 인한 사유재산 등을 침해하는 일은 없었다는 게 사업담당 관계자의 설명이다.

충남도는 민선 4기를 맞아 민족문화 수종인 소나무를 보존하기 위해 아름다운 소나무 숲으로 태안 안면 승언리, 중장리, 창기리, 정당리와 당진 정미면 수당리 산 13-8, 그리고 청양 화성 화암리 산30 등 100개소에 1080헥타르(ha)를 선정해 우수 소나무유전자원 보호 시범사업을 전개해 나간다는 계획이었다. 당시에 선정된 100개소에 대해서는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오는 2008부터 2010년까지, 또 이후에도 계속해 연차적으로 특성에 맞는 나무가꾸기, 병해충방제, 토양개량, 피해목 시술 등 보호·보존사업과 소나무 보존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벤치 산책로 등 편익시설을 설치하며 산림문화공간과  3헥타르(ha) 이상의 숲에는 치유의 숲으로 조성해 나간다는 방침으로 추진됐다.

홍성군에서 선정된 아름다운 소나무림은 장곡면 화계리 산41번지 0.1헥타르를 비롯해 홍성읍 남장리 산44-2 남산 일대 0.5헥타르, 결성면 읍내리 산 28-2 석당산 일원 3헥타르, 결성면 읍내리 산 22 결성향교 부근 0.7헥타르, 홍동면 신기리 산 61일원 1헥타르, 서부면 이호리 산70-5 우심산 일원 25헥타르가 충남의 아름다운 100대 소나무림으로 지정됐다. 지난 2015년에 지정된  홍동면 신기리 산142일원 0.6헥타르, 장곡면 산성리 산24-1일원 0.8헥타르, 갈산면 취생리 76-1일원 1.2헥타르 등이 지정돼 있다.

■ 보기 드문 화계리 용수버걱 소나무

특히 장곡면 화계리의 소나무 숲은 다른 소나무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물게 버걱(소나무의 두꺼운 수피)이 나무를 옆으로 휘감으며 올라간 것이 이채롭다. 이러한 현상을 ‘용수버걱’이라 한다고 전해진다.

장곡 소나무 숲은 장곡면 화계리1구의 꽃밭마을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다. 화계1리 꽃밭마을은 장곡면 소재지인 도산리에서 남서쪽으로 1.2㎞거리에 있는 마을이다. 꽃밭마을의 소나무 숲은 전주최씨 종중산을 중심으로 조성돼 있는데, 이곳에는 다른데서 볼 수 없는 ‘용수버걱’ 소나무가 한 그루 있어 문화재로 지정될 가능성이 제기됐다. 서울소재 한국나무종합병원 이희봉 대표는 홍성군의 의뢰로 장곡면 화계리 소나무를 정밀 검사한 결과 수령이 300년 이상으로, 버걱이 나무를 휘감으며 올라가 ‘용수버걱 소나무’ 로 이 소나무를 문화재급이라고 진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용수’(龍鬚)란 용의 수염 혹은 임금의 수염이란 뜻이다. 그래서인지 이 소나무를 마을 사람들은 매우 신성시하며 마을의 ‘신목’으로 보호하고 있다. 2003년 2월 보호수로 지정됐다. 이 소나무는 성인 두 발(약 3.5m) 크기의 둘레에 높이가 15m 정도 되는데, “소나무 버걱의 모습이 용이 기둥을 휘감으며 올라가는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수간의 내부 나무결도 뒤틀리며 형성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같이 용수버걱으로 자생하는 소나무는 식생환경상 바람이 거칠게 몰아치는 지역에 많을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이런 유형의 소나무는 직간으로 자라는 소나무보다 약간 비틀며 성장하고 바람에 부러지지 않고 강하게 버틸 수 있을 것 이라는 설명이다. 홍성군에서는 이 소나무를 보호수로 지정했는데, 보호수 간판은 훼손된 채 주변에 떨어져 있다. 인근에 사는 주민 박아무개 씨는 “최소한 400년은 넘었을 희귀한 용수버걱 소나무를 보호수로 지정만 해놓고 방치하는 느낌”이라며 행정관청의 세심한 관심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 소나무는 장곡 3·1독립만세운동을 주도한 독립유공자 윤낙중의 묘소 인근에 위치해 있다. 화계리에 살았던 윤낙중(호적이름은 윤기순)은 서울에서 교육을 받았고 1919년 서울에서 벌어진 3·1독립만세운동에 참여한 이후 독립선언문을 들고 고향으로 돌아와 장곡면 독립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장곡면지역의 독립운동가들과 교류하면서 혼란한 시기에 큰 고초를 겪었던 인물이다. 장곡면의 독립만세운동을 기념하는 ‘기미31독립운동 및 항일투쟁공훈종합비’가 화계리 산39번지에 조성돼 있다. 이 비석에는 장곡면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한 윤태병의 아들인 윤익중, 윤형중, 윤낙중 삼형제의 활동내용이 기록돼 있다. 윤형중은 1895년 6월 23일 장곡 화계리에서 출생했다. 장곡면 만세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체포돼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고 애족장이 추서됐다. 둘째인 윤익중은 장곡만세운동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았지만 1919년부터 1920년대까지 활발하게 독립운동을 한 독립운동가이다. 셋째인 윤낙중은 장곡 화계리에서 1900년 7월 13일에 태어났으며 형들과 함께 오서산 내원사에서 사서삼경을 수료했다. 경신고등보통학교를 다니던 중 31만세운동이 일어나자 고향인 장곡으로 내려와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이로 인해 징역 1년6월을 언도받고 경신고등보통학교를 중퇴 일본으로 건너갔다. 1983년 8월 애족장을 받았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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