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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연가(廣場戀歌)

이즈음, 조양문 앞으로 도열한 콘크리트 건물의 삭막함을 지워주는 즐비한 가로수의 상쾌함을 상상한다. 혹은, 태양이 흘려놓은 노을 끝으로 기다렸다는 듯 펼쳐지는 야시장 천막의 불빛들이 촘촘히 박히는 그림도 그려본다. 때론 대낮 쉴 새 없던 자동차를 외곽으로 밀어낸 채 대로는 온통 사람들의 들썩임으로 가득 차는 엉뚱한 기대도 해본다. 그 옛날 저잣거리의 풍취에 흠뻑 젖는다. 그 안에 소리가 있고, 맛과 멋이 있을 터다.

기억 속에, 멋 부리듯 시집 한 권 손에 들고 친구를 만나 산책을 한다. 그 곳에는 함께 보고 즐길 수 있는 자그마한 호수가 있고, 수변 카페와 놀이마당이 있다. 물론, 눈 호강을 시켜주는 벼룩시장도 있다. 낡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한 청년이 서있는 광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벤치도 있다.

고단한 삶의 무게를 덜어내는 꿈꾸는 자유, 그 티끌 같은 상상이 바로 새로운 활력을 만들어내는 시작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 너른 마당은 공회당과 신전, 상점과 술집이 늘어서서 상업과 사교 등이 이뤄지는 다양한 활동 장소였다. 직접민주주의의 상징으로 의사소통의 창구 역할을 했던 그 곳, 바로 광장이다. 온라인에 시선을 고정하다보면 이웃과 벽을 만들고 그 안에 스스로를 가두게 된다. 허물지 않고 고립을 벗어날 수 없다. 그 벽을 허물고 걸음을 떼는 순간 자연스럽게 광장이 이루어진다.

혹은 곧고, 혹은 굽이지고 갈라진 길들의 접점에 광장이 있다. 그 곳에는 서로를 공감하고 나누는 훈훈한 정감이 흐른다. 역사의 변곡점 중심에 광장이 자리했다. 민주주의의 씨앗이 뿌려진 그 곳을 이념논쟁의 장으로 폄훼시키는 일은 이제 멈춰야 한다. 그 곳에는 2002년의 월드컵 축제의 함성만이 자리하는 것은 아니다. 신분도 지위도 구별하지 않고 일체의 차별도 없이 기쁨과 슬픔이 공존한다. 환희와 분노, 응원과 비판도 함께 한다. 한 판의 마당놀이처럼, 터놓고 표현하고 이해하는 곳, 무절제와 무질서를 뒤로 물리는 시민들의 성숙한 의식으로 지난한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공간이 바로 광장이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가 모여 있는 곳. 가장 직접적인 소통의 창구가 바로 광장이다. 그럼에도 우리 지역은 마음을 열고 공감할 수 있는 장소가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시상식의 정형화된 수상소감처럼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하면서도 공유의 공간을 마련해 내지 못하는 그 책임 앞에 문득, 진중하고도 엄숙해진다. 너른 마당에 나온 사람들은 그저 사당패의 연희를 즐기러 나오지만, 저잣거리는 사람들의 북적거림으로 인해 장사가 잘 된다는 이치를 잊어서는 안 된다.

요즘, 도시재생이 화두다. 우리 지역에도 홍주성 주변의 남문동 마을이 도시재생 뉴딜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본격적인 추진에 들어간다. 지난 시절 재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새로운 지형을 만들어내던 일방통행에서 벗어나 재발견을 통한 도시의 활력을 불어넣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무엇보다 우선으로 살펴야 할 것은 기존의 공간들과의 어우러짐이다. 또한 삶의 영역에 숨을 불어넣는 열린 공간을 만드는 일이다. 홍성군 도시재생 사업의 출발이자 기준점으로 새로운 도전인 셈이다.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추진해나가야 할 사업이기에 살피고 또 살펴야 할 것이다.

광장은 침체된 도심에 활력을 불어넣는 도시재생 사업의 핵심 공간이다. 사람들의 발걸음을 이끌어내는 열린 공간이자 넘실대는 희망을 만나는 곳이기도 하다. 굳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아니어도, 의도적으로 건물을 헐어내지 않아도 된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함께 마주하고 소통하는 마당을 마련하겠다는 열려있는 의식과 굳은 의지다. 그 뒤로 실천은 너무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다.

삭막한 조양문 앞 대로를 떠올리며 했던, 티끌 같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왁자지껄, 야단법석, 시끌벅적한 홍성을 기대해본다.

이병희<홍성군의원·칼럼위원>

이병희 칼럼위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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