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장맛 가득한 ‘애란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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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생각나게 하는 장맛 가득한 ‘애란농장’
  • 황동환 기자
  • 승인 2019.06.08 09: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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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은 묵혀야 제맛...스스로 터득한 비법 전수

이웃과 함께하는 맞춤형 체험농장 운영하고파
손수 담근 장을 보여주는 이애란 대표.

“장은 묵어야 제 맛이 납니다. 3년정도 묵혀놨을 때 제 맛이 든다는 것을 거듭되는 실패를 통해 터득하게 됐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그 해에 담궈 그해에 먹는데 저는 절대 그런 방식으로 장을 담지 않습니다. 그렇게 3년 묵힌 된장과 3년 정도 묵힌 종간장을 3대1 혹은 5대1의 비율로 섞어서 만듭니다. 이게 바로 전통적인 제조방법입니다.”

장을 담그기위해 마련한 항아리만 100여개, 장의 종류만 해도 30여종에 이르는 장을 담고 있는 ‘애란농장’의 이애란 대표. 이 대표가 장을 담기 시작한 것은 시집 온 때부터라고 한다. 무려 47년동안 장을 담궈온 이 대표의 장담그기 역사는 시아버지로부터 시작됐다.

“저는 원래 서울 사람입니다. 그러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이곳 시골로 시집 왔습니다. 장 담그는 것은 물론 농사에 문외한이었던 제가 나름대로의 장 담그는 노하우를 터득하게 된 것은 시아버님 덕분이었어요. 시아버님에게 두부 만드는 법, 된장, 동동주 담그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렇게 조금씩 장 담그기를 시작했습니다.”

이 대표가 처음 장을 담기 시작했을 때는 물의 양도 제대로 못 맞추는 등 여러 시행착오도 수없이 겪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아버지로부터 배운 것을 기초로 응용하여 새로운 장을 선보였고 때로는 실패도 하는 가운데 차츰 이 대표만의 노하우를 터득한 것이다. 일정한 장담그는 경지에 올라 선 것이다. 시아버지의 가르침 덕에 동동주 담그는 것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있다고 말한다.

애란농장은 다른 체험농장들처럼 한동안 장담그기 체험객을 받았다가 지금은 농장 여건이 여의치 않아 중단된 상태다. 농장 주위를 둘러보니 체험객을 다시 받으려면 경관도 정비하고 일정한 시설도 갖추어야 가능할 것 같다. 이 대표는 맞춤형 체험이 가능한 농장에 대한 꿈을 그리고 있다. “항아리도 제대로 준비해야 하고 또 항아리에 먼지가 덮이지 않도록 하우스도 설치해야합니다. 찜질방도 갖췄으면 좋겠어요. 그러면 그 안에다 콩을 띄울 수 있고… 사랑방도 만들어 체험객들과 함께 동동주도 만들고, 장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마당 안쪽에 컨테이너 판매부스를 설치해, 장도 팔고, 신랑이 재배한 참외, 수박도 같이 팔고 싶습니다.”

이 대표가 말하는 ‘맞춤형 체험’이란 된장 고추장 등, 장 담그길 원하는 사람과는 장을, 동동주 담그길 원하는 사람과는 동동주를, 김치 담그길 원하는 사람과는 같이 김치를 담그면서 자연스럽게 본인이 터득한 비법들을 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가 담그는 장과 다른 사람이 담그는 장의 차이를 물었다. 3년 묵힌 된장에 종간장을 섞는 전통방식을 고집한다. 이를 기본으로 다양한 재료를 섞는 응용방식이다. 이렇게 이 대표의 손을 거쳐 종전에 없던 새로운 장이 탄생하는 것이다. “냉이를 키우고 있는데, 냉이를 응용해 된장을 담궜더니, 사람들이 맛있다고 합니다. 얼마 전에 표고버섯 가루를 섞었는데 그 맛이 어떨지 궁금합니다. 시골에 살다보니 할 수 있는 것이 무궁무진하게 나옵니다. 엄마가 담궈주는 된장, 엄마를 생각하게 하는 된장, 간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결혼 할 때 시골에 와서 이렇게 살게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이 대표는 “혼자 갈등을 많이 했습니다. 살아야하나 말아야 하나...하지만 아이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크는 모습을 보고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부모한테 잘하면 아이들도 말썽을 피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죠.”

자신이 가진 재능을 이웃과 나누고 싶어하는 이 대표는 말한다. “귀농·귀촌 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사람들과 함께 김치며, 된장, 고추장 등을 담그며 터득한 나만의 비법을 전하고 싶어요. 나 혼자 알고 있기에는 아깝습니다. 내가 직접 공부해서 터득한 것이니, 누가 가르쳐달라고 하면 자신있게 또 확실하게 장담그는 비법을 가르쳐줄 수 있습니다”라고.

내 몸이 좀 고달프더라도 내가 희생하면 다른 방법으로 보람을 얻게 된다고 말하는 이 대표와 애란농장에서 함께 장담그는 모습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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