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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이 사회에 던지는 질문

문학작품을 읽거나 영화를 보고 긴 여운이 남는 것은 그 작품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매력’ 때문일 것이다. 독특한 매력이란 그 작품이 품고 있는 미학적 차원과 메시지, 또는 둘의 화학적 결합양식에서 기인한다. 예술작품에 대한 이러한 논쟁은 유구한 역사를 가져왔고 앞으로도 지속 될 것이다. 작품의 형식과 내용이 하모니를 이루면서 독자나 관객의 흥미를 자아낸다는 것은 생산자의 탁월한 능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그 능력이 시대와 맞물리지 못해 비참한 삶을 살다가 생을 마치는 예술가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번 칸 영화제에서 ‘황금 종려상’을 받고, 천만 관객을 향해 질주하는 ‘기생충’의 봉준호 감독은 후자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다. ‘설국열차’, ‘옥자’와 같은 봉 감독의 영화는 그가 우연히 상을 받은 것이 아니었음을 뒷받침해 준다. 그의 이러한 능력은 태생적으로 DNA속에 녹아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의 외할아버지는 ‘천변풍경’,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과 같은 작품을 쓴 박태준이다. 박태준은 1930년대의 도시 풍속의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소설화한 모더니스트였다. 봉 감독의 아버지는 미대 교수였다. 집에서 많은 화보집을 보면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봉 감독은 말한다. 영화에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과 미장센의 디테일은 영화감독으로 성공하게 하는 요소들이다. 대학 다닐 때 잠시 대학신문에 만화를 그렸던 그의 경험은 콘티를 세심하게 그릴뿐 아니라 세상을 풍자적으로 볼 수 있는 눈빛을 갖추게 했다.

이러한 경험과 노력은 영화 ‘기생충’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관객들이 오만가지 생각이 들도록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했다.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즈음, 관객은 밝은 불빛 속으로 걸어 나가길 머뭇거린다. 작품 속의 장면들이 자신의 일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생충’은 우리들의 이야기이면서 인류 사회의 오랜 숙원 사업이었던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일찍이 고대 로마의 플루타르코스도 “부자와 가난한자의 불균형은 모든 공화국의 가장 오랜 치명적 우환이다”라고 말했다. 박태준도 “고생은 날 적부터 나온 제 팔자다. … 이제는 완전히 익숙하였다”라고 ‘천변풍경’에서 빈곤을 당연지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역사 속에서 진부해 보일 수 있는 이 문제를 봉 감독은 새로운 문제이듯 우리 앞에 내 놓고 있다.

그가 이러한 문제에 천착하고 있는 것은 위에서 언급한 그의 두 영화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난다. ‘기생충’에서, 박 사장 아들의 생일 파티를 벌일 때 피비린내 나는 살인이 발생한다. 너에게서 꿉꿉한 “냄새가 난다”라는 박사장의 말은 기택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만다. 기택은 남에게 빌붙어야 살아갈 수밖에 없는 허약한 존재다. 그러나 자존감은 강렬하다. 그의 가족들은 잠시 박사장 집에 기생충처럼 붙어 있었지만 영화가 끝날 즈음 다시 지하방에 되돌려진다. 이 영화처럼 가진 자와 갖지 못한 자가 지상과 지하에 구별된 사회는 영화 속 파티 장면처럼 험악한 사회적 대가를 치를지 모른다.

영화의 끝에서, 기택이 보낸 모스 부호를 해석한 아들 기우가 지하실에 유폐되어 있는 아버지 기택을 구하겠다고 대저택을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말하지만, 5G의 시대에 낡은 언어로 소통하는 그들이 저택을 살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의 삶은 그들만의 책임일까? 미국의 사회학자 찰스 라이트 밀즈는 ‘사회적 상상력’에서 빈곤은 개인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문제라고 말하고 있다. 국가는 빈부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복지국가를 지향해야 한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누구는 ‘루저’와 ‘잉여’로 지하방을 전전하게 될 것이다. 지상의 저택과 비가 새는 지하방의 대립은 국가의 사회적 통합을 방해한다.

영화 ‘기생충’은 양극화로 위험해 보이는 우리 사회에 ‘국가의 역할은 무엇인가?’를 묻고 있다.

김상구 <청운대 영어과교수·칼럼위원>

김상구 칼럼위원  sangkoo@chungwo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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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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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철중 2019-06-13 19:21:53

    기생충! 이라는 영화에서의 단어를 너머 사회의 양극화속에서 또다른 눈으로 바라보면 사회적 약자들에게 기생하는 알부 정치,경제계의 기득권자들 또한 기생충 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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