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태어났지만 우리의 이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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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태어났지만 우리의 이웃입니다
  • 신우택 인턴기자(청운대)
  • 승인 2019.07.20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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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전문 사진작가 김하연 씨

충남도서관에서 ‘운칠기삼’ 사진전
김하연 작가가 자신의 작품 사진들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7일까지 충남문화재단 진행 <운칠기삼>, <따뜻한 공존> 사진전을 전시한 김하연 작가를 충남도서관에서 만났다.

“허술한 길고양이 집사 겸 찍사(찍는사람의 줄임말) 김하연(49)입니다.”
김 작가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그는 길고양이만 전문으로 촬영하는 사진작가다. 김 작가는 2004년 우연히 길을 걷다 촬영한 길고양이의 눈빛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길고양이를 촬영하기 위해 밤낮, 건물 옥상, 길거리 등 가리지 않고 길고양이를 찾아다닌다고 한다.

길고양이를 촬영하러 다니면서 처음에는 당황스러운 경험이 많았다고 한다. “큰 키에 카메라를 들고 촬영을 하니 종종 도둑이나 수상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아 경찰에 신고된 적도 있어요. 심지어는 길고양이에 대해 탐탁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 왜 찍냐고 물어보기도 하죠.”

김 작가는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고 당부했다. “길거리에서 쥐를 본 경험이 손에 꼽힐 정도로 적을 겁니다. 그 쥐들을 전부 길고양이가 사냥해주는 덕분이거든요, 쓰레기통을 뒤지는 이유도 먹을 것이 없어서 그런 것이지. 사람이 먹이를 보장해주면 굳이 쓰레기통을 뒤지지 않아요.”

또한 일본이나 말레이시아의 경우,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행동이 지극히 당연한 것이라며 생명체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이 이상하고 비상식적인 행동으로 비춰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혹여 길고양이에 대해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새끼고양이는 가급적 만지지 말 것을 당부했다. 새끼고양이에게 사람 냄새가 베면 어미고양이가 자기 새끼를 구분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성묘가 된 길고양이는 도움을 주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도와줘도 괜찮다고 말했다.

김 작가는 최근 우리사회에 큰 충격을 준 진주 아파트 살인사건, 베트남부인 폭행사건, 홍성길고양이 총격사건 등 약자들에게 대하는 태도가 공격성을 띄고 그 강도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약자들의 기본권이 사람이든 동물이든 다르지 않다며 약자들이 얼마나 존중 받는지에 따라 인권의 척도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길고양이가 로드킬을 당하는 사고에 대해서도 “길고양이는 반응속도가 매우 민첩한 동물”이라며 “고양이가 사고를 당할 정도라면 그 다음은 사람이 다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 작가는 자신이 바라는 세상의 모습을 이렇게 정의했다. “길고양이는 길에서 태어났지만 우리의 이웃입니다. 길고양이가 힘든 삶을 살아간다는 게 믿기지 않는 사회를 꿈꿔요” 이어 “그런 세상이 오면 기분 좋게 길고양이 사진작가를 그만둘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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