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앓는 아내를 위한 아름다운 도전 결실 맺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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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앓는 아내를 위한 아름다운 도전 결실 맺어
  • 최선경 논설위원
  • 승인 2019.07.27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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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세 최고령으로 요양보호사 합격한 최대식 할아버지

선경C가 만난사람<14>

구순 나이에도 하루에 8시간씩 공부
서로 의지하며 오래 함께 살고 싶어


치매 환자인 아내를 간호하기 위해 91세 나이에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최대식(예산읍·사진) 할아버지의 순애보가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 최대식 할아버지를 만난 곳은 예산역 인근 간호학원이었다.

“이곳 학원에 다니면서 하루 오전 4시간, 오후 4시간, 쉬는 시간 30분. 20일 동안 하루 8시간씩 공부했다. 실습도 하고 일지도 꼬박꼬박 썼다. 합격 소식을 듣고 아내에게 얘기했더니 거짓말하지 말라며 믿지 않았다. 오직 아내를 내가 간호해야 되겠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서울이 고향인 최 할아버지는 친구의 소개로 지금의 아내를 만나 37살 늦은 나이에 결혼했다.  결혼 후 10년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대전과 천안을 거쳐 예산에 터를 잡은 건 50년 전이다. 할머니의 고향이 예산과 가까운 청양인 데다 당시 예산에 충남방직공장이 있어 그 주변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시계점, 할머니는 양품점을 운영했다. 19년 전 공장이 문을 닫으면서 자연스레 가게를 정리하고 오롯이 아내와 함께 행복한 노후를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7월 할머니에게 이상이 보이기 시작했다. 할아버지에게 왜 통장을 가져갔냐고 계속해서 묻는 등 간혹 기억력이 온전치 않았다. 당뇨와 혈압 검진 겸 병원을 찾았다가 할머니에게 치매 초기증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때부터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간호하며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그러던 중 지난 1월 치매 치료를 위해 찾은 보건소에서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할아버지는 바로 ‘예산간호학원부설 요양보호사교육원’으로 매일같이 출근하며 공부를 시작했다.

“지난 5월 어버이날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님께서 초청해 주셔서 만났다. 지금 생각해도 꿈만 같다. 대통령께서 치매는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강조하셨다. 치매 환자는 가급적이면 가족들이 이해해 줘야 된다. 환자가 별의별 소리 다 하고 엉뚱한 소리를 해도 20~30분 정도 지나면 다시 돌아온다. 이해하고 넘어가야지 같이 맞대응하면 절대 안 된다”

할아버지가 교육을 받은 예산요양보호사교육원 관계자는 “가족요양제도가 생긴지 10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모르는 사람이 적지 않다”며 “최대식 어르신 덕분에 자연스럽게 홍보가 됐다”고 전했다. 가족이 직접 요양보호사 자격을 취득해 환자를 부양하면 하루 1시간 기준 한 달 25만 원, 1시간30분 기준 50만~60만 원 가량 정부가 지원하는 급여를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최 할아버지는 최근 혜전대학교에서 진행한 치매전문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함께 해온 50년, 그리고 남은 인생 모두 최 할아버지는 아내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하고 돌볼 것이라고 전했다. 할아버지의 사랑이 할머니의 마음속 깊이 닿아 더 이상 건강이 악화되지 않기를 바란다. 서로 의지하며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할아버지의 작은 소망이 이뤄질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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