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월출산 아래 자연석 돌로 쌓은 죽정마을 옛 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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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월출산 아래 자연석 돌로 쌓은 죽정마을 옛 돌담
  • 취재·글=한관우/사진·자료=한지윤·이정아 기자
  • 승인 2019.08.10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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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돌담길의 재발견<9>
전남 영암의 월출산 아래에 있는 죽정마을 돌담은 자연석 막돌로 쌓은 조선시대의 옛 담장으로 우리민족의 미적 감각이 담겨있는 문화유산이다.

죽정마을 돌담, 흙을 채우지 않고 돌만 사용해 줄맞춤 없이 쌓아
죽정마을, 다수 분포된 고인돌 통해 선사시대부터 주민 거주 추정
돌담, 크고 작은 막돌로 허튼층쌓기, 네모반듯한 돌로 바른층쌓기
옛 담장, 문화재보호법에 근대문화유산 등록문화재로 보존과 활용


전남 영암(靈巖) 군서면 도갑리 죽정마을에 있는 조선시대의 옛 담장이다. 죽정마을에는 대나무 숲이 우거져 있는데 월출산에서 흘러내리는 하천을 중심으로 음죽정(陰竹亭)과 양죽정(陽竹亭)으로 나눠진다. 옛 지방도 819호선에서 도갑사 쪽으로 들어가면 돌담장이 있는 마을이 나온다. 담장의 길이는 대략 2㎞정도이고, 등록 고시된 지적은 1825.5㎡(도갑리 188-6번지 등 128필지)이다. 죽정마을 뒤에는 명산인 월출산이 있고, 앞에는 물이 흐르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길지다. 죽정마을의 담장은 가옥의 벽체, 하천 제방과 옛 돌담이 잘 조화돼 우리의 전통 마을의 경관을 연출하고 있다. 죽정마을 옛 담장의 특징은 흙 채움 없이 돌로만 쌓은 강담 구조로써 산기슭과 하천의 호박돌, 막돌, 잡석 따위의 자연석을 이용해 쌓았다. 담장의 높이는 1.5~2m정도다. 마을 안쪽 민가의 경계를 형성하는 돌담은 원래 상태가 잘 유지되고 있다. 하단부에는 긴 장대석이나 큰 돌을 놓고 그 위로 성기면서도 촘촘하게 돌을 쌓아 올리고 기와로 마감한 곳도 있다. 이 돌담은 2007년 11월 30일 등록 문화재 제368호로 지정됐다.

■ 돌담, 미적 감각 고스란히 담긴 문화유산
영암군 군서면 동구림리, 서구림리, 도갑리 일원의 구림은 선사시대부터 취락이 형성됐으며, 예로부터 바다로의 뱃길이 있어 중국과 일본 교류의 중심지로 알려져 있다. 특히 월출산과 영산강을 끼고 있어 입지 여건이 좋다. 이 때문에 죽정마을은 삼한시대부터 마을이 형성됐으며 마을에는 서원, 사우, 정자 등과 기와지붕을 얹은 한옥 등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러한 건축물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며 마을의 돌담이 만들어졌다. 마을의 돌담은 공동체 공간이라 할 널찍한 마을길과 개인 생활영역인 주거 공간과의 경계로 쌓은 것이 대부분이다. 마을길 안쪽을 들여다보면, 경작지, 노거수, 유실수, 장독대 등 또 다른 공간과 영역을 가르는 구실을 한다. 돌담은 가옥의 벽체로도 기능하며 지붕을 얹는 일종의 기둥 구실을 함께 하기도 한다. 그 벽체의 바깥쪽은 자급자족의 소규모 생산 활동이 이루어지는 ‘논서밭’ 경작지이기도 하다.

죽정마을 옛 담장의 특징은 흙을 채우지 않고 자연석 돌들만 사용해 줄맞춤 없이 쌓은 돌담과 흙다짐에 돌을 박은 형식인 토석담이 섞여 있다. 이 마을 돌담은 마을 주민들이 스스로 세대를 이어가며 만들고 덧붙여 우리 민족의 미적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문화유산이다.

죽전마을이 있는 영암군의 지명은 월출산에 있는 바위 이름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곳에는 움직이는 바위라는 뜻의 동석 3개가 있었는데, 중국 사람이 이 바위들을 산 아래로 떨어뜨리자 그 가운데 하나가 스스로 올라왔다고 전해진다. 그 바위가 바로 영암인데, 이 동석 때문에 큰 인물인 많이 난다고 해 고을 이름도 ‘영암(靈巖)’이라 했다고 한다. 군서면(郡西面)은 영암군의 중앙에 위치한다. 월출산을 끼고 있으며, 남동부는 산지이고, 북서부 남해안 연안에 평지가 펼쳐져 있다. 북부에는 넓은 간척지가 있다. 과거 해변이었으나 영산강 하구둑 축조로 넓은 면적이 농토가 됐다고 한다. 특히 월출산과 영산강을 끼고 있어 입지여건이 좋다. 월출산은 고대부터 나라에서 제사를 지낸 명산으로 꼽힌다. 국립공원이면서 역사 유적지이자 경관지구(전라남도 기념물 제3호)로서 도갑사, 무위사, 천황사, 국보 마애불, 구림 토기요지, 왕인유적지, 선사주거지 등 많은 유산이 있다. 구림 일원은 일본에 학문을 전한 왕인박사 출생지로 전하고, 우리나라 풍수지리사상의 원조인 도선국사의 탄생지이기도 하다. 가장 이른 시기의 토기요지(구림리 토기요지, 사적 제338호), 국보로 지정된 건조물(도갑사 해탈문), 조선시대 촌락공동체 조직을 알 수 있는 구림대동계 등 인간과 자연과 문화가 조화된 곳이다.

죽정마을은 다수 분포된 고인돌을 통해 선사시대부터 주민이 거주했음을 알 수 있고,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많은 인물을 배출했다. 조선시대에는 전라도 영암군 서종면에 속했다. 조선시대 후기 호구와 동리를 기록한 ‘호구총수(1789년)’ 영암 서종면조에 죽정은 평리, 선장리, 선인동 등과 함께 27개 마을 가운데 하나로 표기 되고 있다.
 

전남 영암의 월출산 아래에 있는 죽정마을 돌담은 자연석 막돌로 쌓은 조선시대의 옛 담장으로 우리민족의 미적 감각이 담겨있는 문화유산이다.

■ 옛 담장, 등록문화재로 등록 보존과 활용
한편, 죽정마을 일원에는 명문 돌장승 3기가 있다. 각각 ‘국장생(國長生; 도갑리 죽정마을 수박등, 전라남도 민속문화재 제18호)’, ‘황장생(皇長生; 동구림리 학암마을, 전라남도 민속문화재 제19호)’, ‘장생(長生)’(서구림리 메밀방죽 , 전라남도 민속문화재 제20호)의 명문이 있는데, 조선시대에 유행한 인면형 장승보다는 훨씬 이전의 민속문화재로 보고 있다. 조선시대 초기 관찬 지리지인 ‘동국여지승람(東國輿地勝覽; 1481년, 신증본 1530년)’에 기록이 있어 고려시대 유물로 보고 있다. 특히 국장생의 명문 ‘○○六年庚午三月’의 연기를 간지와 비겨 ‘대안(大安) 6년’ 즉 1090년(고려 선종 7)으로 판독이 가능해 보물 제74호로 지정된 경남 양산 통도사의 국장생(1085년)에 이어 귀중한 돌장승이다.(전남대 호남문화연구소, 전남향토문화백과사전, 태학사, 2002)

이곳 죽정마을의 돌담은 아마도 가장 흔히 볼 수 있으면서도 나름대로 특징과 가치를 지니고 있다. 돌이라는 재료가 지천으로 널려 있고, 사람이 사는 공간이라면 울을 치기 마련이고, 그러니 어디서든 볼 수 있어 보편성을 지닌다 하겠다. 그러면서도 공간과 건축 구조물에 따라 모양과 규모가 다르고 쌓는 방법이 다르고, 특히 의미하는 바가 다른 특수성이라 하겠다.

담은 집의 둘레나 일정한 공간을 둘러막기 위해 흙, 돌, 벽돌 따위로 쌓아 올린 건축구조물을 말하는 게 일반적인 정의다. 울, 울타리, 담장, 도장(堵牆), 울담, 장리(牆籬), 장옥(牆屋), 장원(牆垣)등으로 쓴다. 주택이나 궁궐, 관아, 문묘, 사당, 사찰 등의 건축물 구성요소로서도 중요하지만, 도시와 마을과 공간의 울로서도 여러 기능이 있다. 이처럼 담장은 국가의 시설물로서, 도시나 마을의 경계로서, 개인집이나 적거지 등 주거지문화 공간의 구성물로서 때로는 경계를 가르기도 하고, 때로는 생활 경관으로서 사람과 함께하고 있다.

특히 돌담(石墻)은 크고 작은 막돌들을 허튼층쌓기로 쌓기도 하고, 네모반듯한 돌들을 바른층쌓기로 쌓기도 한다. 농촌이나 어촌의 주택에서 허튼층쌓기를 한다면, 중상류 주택이나 규모 있는 건물은 바른층쌓기를 한다. 그런가 하면 진흙·지푸라기·석회를 섞어서 쌓으면서 중간 중간에 잔돌들을 넣는 토담(土墻)도 있다. 이에 대한 연구도 있어 왔지만, 근래 들어서는 ‘옛 담장’이라는 명칭으로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근대문화유산으로서 등록문화재로 등록되면서 보존과 활용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더해져 가고 있다. 마을 주민들 스스로의 힘으로 세대를 이어가며 만들고 덧붙인 우리 민족의 미적 감각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토속미를 지닌 문화유산이라는 점에 가치를 부여한 것이다. 지역마다, 시대마다 담장이 있고, 기능도 다양하기 마련이다. 딱히 기능을 구분할 필요가 없을 수도 있다. 인간과 공간과 시간이 함께 어우러진 속에서 생활과 문화의 일부가 됐기 때문이다.

전남 영암의 월출산 아래에 있는 죽정마을 돌담은 자연석 막돌로 쌓은 조선시대의 옛 담장으로 우리민족의 미적 감각이 담겨있는 문화유산이다.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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