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을 가르며 진한 자취를 남기는 글씨 예술, 서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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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을 가르며 진한 자취를 남기는 글씨 예술, 서예
  • 황동환 기자
  • 승인 2019.08.11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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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서예 동아리 모임, 홍주서학회
과제로 받은 체본(體本)을 스승에게 교정받는 홍주서학회 동아리 학서자(學書者).

서양 사람은 알 수 있을까? 서울 인사동에서부터 동네 화방에 이르기까지 쉽게 볼 수 있는 그 붓에 대한 각별한 친숙함을. 붓을 잡고 글을 써온 역사를 공유하고 있는 한·중·일의 서예문화를 굳이 들추지 않더라도 적어도 붓을 적신 먹물의 향이 어떤지 모를 한국인은 없을 것이다.

기실 누구나 붓은 잡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그 붓을 잡고 제대로 글을 쓴 사람은 과연 몇이나 될까? 이는 아마도 또 다른 이야기가 될 것이다. 먹물 담뿍 머금은 붓이 화선지 위에 연출하는 서예의 세계는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그 진수를 알 수 없는 법이다.

홍주서학회(회장 이윤재)는 붓글씨에 매료돼 화선지 위 붓끝이 지나간 먹물에 심취한 이들이 일필휘지의 손 맛을 체득하러 모인 홍성의 서예 동아리이다. 곧 있으면 그 예전의 모습을 회복할 홍주읍성을 병풍삼아 자리잡은 전주표구사 윗층 공간이 홍주서학회의 갤러리요, 아지트요, 서당이요, 훈련소다. 그리고 유정 복광수 선생, 그는 이곳의 터줏대감이다.

“어려서 서당에서 한학을 배웠는데, 서예는 한학과는 또 달라 별도로 배웠어요. 송민 이주형 선생으로부터 글씨를 사사받았고, 호도 받았습니다. 그분의 문하로 들어가 글씨를 배운 뒤 경기도 광명에서 학원을 열고 저 역시 20여 년 후학들을 가르쳤어요. 붓을 잡은 지는 40년 됐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붓을 잡았으니까요.”

복 선생의 범상치 않은 글씨를 알아본 이가 바로 전주표구사 사장이다.
“살고 있는 곳은 청양입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전주표구사 2층 공간에서 홍성사람들을 위해서 서예를 지도하고 있습니다. 홍성에서 서예를 가르쳐달라는 표구사 사장님의 부탁을 흔쾌히 허락하면서 2013년부터 여기까지 왔습니다. 현재 인원은 10명 안팎에서 빠지고 새로 들어오고 하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복 선생의 서예 지도를 거쳐간 이가 홍성에서만 100여 명에 이른다.
“매주 수요일 3시부터 8시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농사를 짓는 분들은 좀 일찍 와서 저하고 같이 공부할 수 있고, 직장다니는 분들도 퇴근 후 서둘러 오시면 6시 반부터 8시까지 같이 서예를 배울 수 있습니다. 저하고의 공부는 일주일에 한 번 입니다. 초학자들은 선긋기 등의 기초 연습을 한 달 가량 합니다. 어느정도 숙달됐다 싶으면 숙제를 내줍니다. 체본(體本)이라고 하는데, 제가 내준 숙제를 집에서 써서 오면, 교정을 해드리고, 다시 숙제를 내주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고 어느 정도 기초가 되면, 오체(전서, 예서, 해서, 행서, 초서) 가운데 본인에게 맞는 서체를 선정한다. 선정한 서체로 1년 정도 열심히 연습을 이어가고, 그런 다음 실력을 뽐내고 싶은 이들은 공모에 나가는 경우도 있다.

동아리 모임에 참석한 이들은 대여섯명 쯤, 서예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된 듯 한쪽에서 선긋기에 삼매경인 이들부터 복 선생으로부터 배운 글씨 솜씨를 전시회에 출품한 이력이 있는 이들까지 다양했다. 그들을 보면서 문득 드는 생각은 서예를 하면 어떤 면들이 좋을까였다.

“서예는 정적인 운동이라 할 수 있고, 인성을 배양하는데 이보다 더 좋은 공부가 있을 수 없습니다. 특히 컴퓨터나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해하는 학생들에게 매우 좋은 인성 공부가 됩니다.”
쳇바퀴 돌 듯 바쁜 일상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기 쉬운 현대인들에게 붓 끝에 머금은 먹물이 지나간 화선지의 여백은 자신을 비추는 진정한 거울일 수 있지 않을까?

한편 홍주서학회 서예 수강 문의는 김억환(010-6376-7362) 씨 에게 연락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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