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의 꿈
상태바
맨발의 꿈
  • 이성철(나사렛대 교수·칼럼위원)
  • 승인 2015.06.29 1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랜만에 영화 한편을 보았다. ‘맨발의 꿈’. 한국 청소년 국가대표 팀의 선수였던 ‘김신환’ 선수에 대한 실화를 영화로 만든 것이다. 청소년축구대표팀에서 활약하던 그는 다리부상을 입게 된다. 운동밖에 모르던 사람이 운동을 못하게 되었으니 무엇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사업을 시작하게 되고, 하는 일마다 계속해서 줄줄이 파산하게 된다. 결국 국내생활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그가 도망치듯 가게 된 곳이 바로 동티모르다. 그는 도피처로 선택했던 그 곳에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한 사업이 아니라 자신이 ‘이루지 못했던 꿈’을 이루기 위해 마지막 남은 혼신의 힘으로 세상을 향해 정면으로 도전장을 던진다. 그게 바로 동티모르 유소년 축구팀이다.

동티모르는 1978년까지 포루투갈의 식민지였다가 1979년 인도네시아의 27번째 주로 강제 합병된다. 합병을 반대하는 독립운동 세력과 인도네시아군 사이의 대치가 수많은 동티모르 국민의 희생과 함께 1991년 11월까지 계속되다가, 1998년 5월에 와서야 비로소 동티모르 신정부가 출범하게 된다. 그 후 2002년 4월에 민주적인 선거로 초대 대통령을 선출하고 9월에 191번째 UN 회원국이 된다. 김신환 선수가 동티모르를 도피처(?)로 삼은 것도 어쩌면 이러한 국가적 불완전함 속으로 숨어버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여기서 김신환의 미래지향적이며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꿈을 잃지 않고 반드시 이뤄내고자 하는 노력을 보았다. 당시의 동티모르는 내전 위험 속에서 하루 먹고 살기에도 빠듯한 생활이었다. 그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모든 걸 이겨내고 활기차게 공을 차고 있다. 그 아이들을 보면서 그의 꿈도 함께 자리 잡게 된다. 아이들이 포기하려 할 때마다 그는 아이들을 격려하며 자신의 나약해지는 모습도 다시 굳게 되살리려 자신을 채찍질하면서 아이들을 이끌어간다.

“야! 가난하다면 꿈도 가난해야해?”라면서 아이들과 함께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그는 맨발로 공을 차던 아이들을 데리고 2004년과 2005년 두 해에 걸쳐 ‘국제유소년축구대회’ 2회 전승이라는 기적을 만들어 낸다. 도망치듯 가게 된 막다른 곳에서 김신환은 동티모르에 유소년축구팀을 창단하는 계기를 이끌어 내었고, 한 국가의 역사에 길이 남을 획을 긋게 된다. 그는 우승에 안주(安住)하지 않는다. “이것이 끝이 아니고 다음이 있다는게 너무 좋아!”라고 말하며 지금도 아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불어 넣어주고 있다. 왜 이렇게 장황하게 얘기했냐고? 요즘 여러 가지로 나라가 뒤숭숭하다. 메르스? 메르스가 과연 재앙인지 아니면 ‘merci beaucoup’인지 정말 궁금하다(재앙이기보다는 ‘메르시 보끄’쪽이 훨씬 더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지만…). 메르스가 난리를 치고 국민들이 공포에 떨어도 정부의 하는 짓을 보면 완전 가관(可觀)이다. 대책이라는 것이 고작 개인위생 철저히 하고 각자가 알아서 살아남으라니. 이건 정말 심해도 너무 심하다. 그러나 메르스 덕분(?)에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일들(궁금하면 종편-눈치 빠른 종같이 득되는 편을 드는-을 보시라)이 정말 ‘구렁이 담 넘듯’ 슬그머니 넘어가고 있다. 하긴 아직 완전히 넘어가지 못한 것도 몇 가지 있기는 하지만 그것도 곧 넘어 갈듯 싶다는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아무리 눈가림하려 해도 가려지지 않는 것이 있다. 바로 청년실업 문제, 즉 먹고 산다는 문제. 그래!!! 국가에서 국민들 각자 알아서 살아남으라 했으니 우리도 악착같이 살아남아 보자. 그러자면 우선 먹고는 살아야 하지 않는가? 먹고 살려면 일단 취업은 되어야겠지. 그런데 취업을 하고 싶어도 도대체 이거야 원…. 버텨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틸 수 있는데까지 버텨봐야겠지? 김신환의 말처럼, “이것이 끝이 아니고 다음이 있다는게 너무 좋아...” 라고 말하며…. 지난 22일, 뉴스와 여러 신문에 대통령께서 가뭄에 목마른 들판에 시원하게 물을 뿌리고 있는 사진이 나왔다. 어느 일간지에는 “청, 컨트롤타워 ‘포기’”, “메르스 한 달… 국회법 갈등에 ‘당·정·청’ 실종”, “서민들, 100만 원 벌어 31만 원 빚 갚는다” 등등 여전히 마음 불편한 내용들만이 지면을 뒤덮었다. 여전히 힘없고 돈 없는 백성들이 기다리는 뉴스는 없다. 대통령께서 들판에 물 뿌리듯 백성들도 시원하게 해줄 물줄기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과연 있기는 한 것인가? 있을 것이라고 또 한 번 속는 셈치고 믿어 볼까? 이 세상 모든 것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신환의 말처럼, “이것이 다행히 아직은 내 인생의 끝이 아니”라는 사실에만 감사해야 할 듯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