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세상에 푹 빠져 평생 걸어온 사진사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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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파인더 세상에 푹 빠져 평생 걸어온 사진사의 길”
  • 장윤수 기자
  • 승인 2015.08.07 15: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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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사는이야기-태실사진관 최기태 사진사

“도민증이 주민등록증으로 바뀔 때 이곳에서 사진관을 열었죠. 갈산면에 전기가 들어오지 않을 때니까 참 오래된 이야기네요.” 갈산면에서 태실사진관을 운영하고 있는 최기태(64) 사진사의 말이다. 최 씨는 “지금은 모두 디지털로 바뀌었지만, 아직도 마그네슘으로 플래시를 터치던 아날로그 방식이 생생하다”며 말문을 열었다. “옛날에는 일광이라고 해서 한 줄기 빛을 가지고 거울을 이용해 사진을 인화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처럼 신속하게 출력되는 것이 아니라서 사진을 찍은 손님에게 닷새 있다가 다음 장날에 와서 찾아가라고 하곤 했죠.” 최 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사진이 진짜였다”면서 당시의 기억을 회고했다. 수도도 제대로 없던 과거에는 대부분의 집이 우물을 사용했는데, 최 씨는 사진을 인화할 때 약물 처리 후 깨끗이 씻어내는 수세 작업을 위해 집 앞 냇가 광주리에 사진을 담그곤 했다. 최 씨는 “신기하게 센 물살에도 사진은 광주리 안에 그대로 있었다”고 말했다.

태실사진관 최기태 사진사.

최근엔 사진학과가 보편화되고 취미로 사진을 찍는 이들도 많지만 최 씨가 사진을 찍을 당시만 해도 사진사가 찾아가면 마을 주민들이 마중을 나오던 시절이 있었다고 한다. 잔치나 행사가 있어 출사 한 번을 다녀오면 면서기가 두세 달 받을 봉급을 받기도 했다고. 또 1970년대에는 구제역이 와서 돼지 값이 크게 떨어졌을 때, 증명사진 한 장을 돼지와 바꾸기도 했다고 한다. “도민증이 주민등록증으로 바뀌면서 갑작스럽게 사진을 많이 찍어야 했는데, 그 땐 한 마을에 찾아가 흙 담에 사람들을 열 명, 스무 명씩 세워놓고 연달아 사진을 찍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피부 톤이 흙 담을 배경으로 했을 때 가장 잘 나오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그 시절이 그립네요.” “최근에는 예식장이나 학교 앨범도 지정 업체나 계약을 맺은 업체가 진행하기 때문에 동네 사진사들이 할 일이 없어졌다”고 말하는 최 씨는 “사진관은 담뱃값 정도 벌 요량으로 하는 사업이 됐고, 지금은 아내가 사진관 옆에서 식당을 운영하는데 힘들게 하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최 씨의 사진사 인생은 중학교 1학년 때 사진기를 처음 접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사진기는 렌즈 앞 고무부분을 누르면 열리고 닫히는 원리였는데, 최 씨는 사진을 찍을 때 눈을 대고 보는 뷰파인더에 뒤집혀 보이는 세상에 한순간에 매혹됐다. 이후 도시락을 싸들고 학교 공부가 아닌 사진을 배우러 다녔던 최 씨는 무작정 서울로 상경해 태양사진관이라는 곳에서 일을 시작했다. 최 씨는 군대도 사진병사로 입대해 내설악에서 복무했는데, 전역한 이후 고향으로 돌아와 지금까지 태실사진관을 지키고 있다. 사진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묻는 기자에게 최 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날로그 시대엔 전문 사진사들이나 사진을 찍었지만, 디지털로 바뀌면서 누구나 다 사진을 찍고 수정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옛날에는 수정을 하는 것도 전문분야여서 어느 정도 자부심이 있었지만 요즘은 색상 복원까지 컴퓨터가 다 알아서 해주더라고요. 또 디지털카메라가 처음 나올 때는 많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사진을 인화해 소장하기도 했는데, 요즘엔 다들 컴퓨터에 저장해서 보곤 하죠. 그래서 동네 사진관이나 사진사들이 설 땅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가끔씩 우리 사진관을 찾아주는 손님들이 오면 참 고마운 마음에 정성스럽게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손님이 있다면, 제가 약혼 사진을 찍어준 부부가 환갑이나 칠순이 돼 다시 사진을 찍을 때죠.” 마지막으로 최 씨는 앞으로의 계획과 소망을 덧붙였다. “이제는 돈 욕심보다 건강하고 즐겁게, 손주를 보는 낙으로 살고 있습니다. 벌어놓은 게 많지는 않지만 앞으로는 심심할 때 집사람과 여행이나 다니며 행복하게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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