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째려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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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수연(미디어활동가·주민기자)
  • 승인 2015.08.28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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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살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조카에게서 전화가 왔다. 조카는 전쟁이 나면 이모랑 이모부 그리고 나의 아들은 어떻게 하냐며 울먹이며 물었다. 너무 귀여워서 처음에는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진심으로 걱정을 하고 있는 조카를 보니 멀리 있는 이모네를 생각하는 그 마음이 너무 예뻐 덩달아 내 마음까지 짠해졌다. 그리고 꽤 긴 시간 조카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거라며 달래야 했다. 나중에 언니에게 들으니 조카는 아무리 아니라고 설명을 해줘도 일부 매체에서 말한 (전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던) 그 시간까지 내내 초조하게 있었다고 한다.

많은 매체들에서 사실을 기반으로 하여 다양한 예측을 내놓은 것을 예측이 아닌 응당 사실처럼 받아들인 것이 비단 조카가 어리니깐 또는 잘 몰라서 그런 것이라 생각하면 될까? 그러기엔 뭔가 껄끄러운 것이 계속 마음에 걸린다. 흔히 우리는 불특정 대중에서 일방적 또는 공적·간접적으로 많은 사회정보와 생각을 전하는 것들, 신문 TV 라디오 영화 잡지 등을 두고 매스미디어(mass media)라고 부른다. 이 매스미디어에는 가장 큰 특징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바로 편집이란 것이다. 이 편집이 왜 중요한가 하면 해당 매스미디어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편집은 아주 다양한 형태로 알게 혹은 모르게 진행된다. 해서 이러한 매스미디어의 편집의도를 알아차리는 것은 그 매스미디어를 접하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다.

매스미디어에서의 편집을 또 다른 표현으로 조작이라 한다면, 매스미디어의 조작이 잘 나타난 영화가 바로 짐캐리가 주연한 <트루먼 쇼>이다. 영화 줄거리가 한 남자의 인생 전체가 미디어에 의해 조작되어 있다는 다소 과장된 이야기인 하지만 이 영화를 보면 매스미디어가 주는 횡포가 얼마나 무서운 지 잘 알 수 있다. 이번 조카와의 통화를 통해서 나는 다시금 미디어교육의 중요성을 생각했다. 매스미디어에서 쏟아내는 수많은 내용들을 나에게 필요한 것, 내가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것, 그리고 그렇지 않은 것들을 구분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한데 이는 저절로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또 미디어교육은 단지 어린 학생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성인들 또한 쉽게 아무 비판 없이 매스미디어가 주는 정보들을 수용하기 때문에 미디어교육은 모두에게 꾸준히 필요한 공부이다. 이 공부를 좀 더 재미있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최근 많이 한다.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함께 영화를 보면서 영화 뒷담화나누기와 같은 방식으로, 나이가 비슷한 아이들을 둔 부모들끼리 모여 아이와 함께 놀이처럼 해보는 미디어교육은 어떨까? 다함께, 자주, 일상에서, 즐겁게 해보는 ‘미디어 째려보기.’ 상상만으로도 상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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