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도라의 상자
상태바
판도라의 상자
  • 김종대<내포문화숲길 사무처장·칼럼위원>
  • 승인 2016.12.22 13: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우스는 불을 훔쳐간 프로메테우스에게 보복하기 위해 ‘판도라’를 창조한다. 신들은 판도라에게 재능과 아름다움을 선물했고 제우스는 거짓과 아첨, 호기심 따위의 가치 등을 판도라에게 주입했다. 프로메테우스의 동생인 에피메테우스는 판도라의 아름다움에 빠져 결혼하게 된다. 판도라는 호기심으로 인해 결코 열어서는 안 될 ‘죽음과 병, 질투 등’이 담긴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야 만다. 이로 인해 고통과 번뇌와 죽음에 괴로워하는 인간의 운명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2016년이 얼마 남지 않은 겨울, 원자력발전소의 폭발사고를 담은 영화 ‘판도라’가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영화에서는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빛’, ‘꿈의 에너지’, 가장 저렴하고 안전한 발전‘이라는 눈속임으로 원자력발전이 가지고 있는 근원적 위험에 대해 은폐해 왔던 사실에 대해 원자력발전소의 폭발사고라는 사건을 통해 잘 다뤄주고 있다. 평상시에는 온갖 위세를 다 떨어대던 위정자들은 정작 국가재난의 위기를 대처하는 데는 얼마나 무능하고 치졸한지를 잘 보여 주고 있다. 총리는 모든 언론을 통제하며 경찰력을 동원해 핵발전소 사고를 은폐한다. 비용절감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원자력발전소의 불안정성을 높인 발전회사는 참사를 막아보려는 많은 이들의 노력을 무력화시킨다. 무능한 대통령과 그를 농단하는 국무총리를 보노라면 요사이 매일 뉴스에 나오는 그들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음에 자못 씁쓸하기까지 하다.

원전마피아로 불리는 정부 관료들과 원자력발전회사는 ‘탐욕’으로 한 몸이 되어 이해관계를 같이한다. 국민들의 안전은 이들의 관심 대상은 아닌 듯하다. 2014년 수 백 명의 목숨을 앗아 간 세월호 대참사에서 박근혜 정부와 청해진 해운이 보여 준 모습과 너무나도 흡사하지 않은가? 영화는 마지막으로,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전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탈핵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전 세계 핵발전소 밀집도 1위’의 우리나라는 현재 원자력발전소 24기를 운영하고 있으며 6기가 건설 중에 있고 건설예정인 발전소만 해도 4기나 된다는 사실을 밝힌다. 이미 한국의 노후화한 핵발전소들은 크고 작은 사고를 겪어 왔다. 참사가 될 뻔했던 사고들도 임기응변식으로 무마하면서 사고 위험에 잘 대처해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해 왔다. 핵발전소의 사고로 인한 폐해는 비단 한 지역이나 한 국가만의 문제로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일 수 있다. 지난 2011년 3월에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와 함께 국제 원자력 사고 등급의 최고 단계인 7단계를 기록한 전 지구적 재해였다. 5년여가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적으로 원자로에서 방사능 물질이 공기 중으로 누출되고 있으며, 빗물과 원자로 밑을 흐르는 지하수에 의해 방사능에 오염된 방사능 오염수가 태평양 바다로 계속적으로 누출되고 있다. 누출된 방사능 물질로 인해 발전소 인근뿐 아니라 일본 동북부 전체의 방사능 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다. 정량적으로 표시할 수 없는 피해 비용 뿐 아니라 실제 원전사고 복구비용은 이미 200조원을 넘었고 얼마만큼의 비용이 더 투입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2017년도 우리나라 1년 정부예산이 400조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원자력발전으로 인해 만들어진 ‘저렴(?)한 비용’의 전기가 얼마나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원자력 발전소에 배출되는 원전폐기물들에 대한 안전하고도 항구적인 처리에 대한 위험과 비용문제, 2017년 수명을 다한 고리1호기 해체비용인 6000억 원은 직접 치러야할 비용이 되고 있다. 완벽한 원전 해체에 필요한 주요기술 38개 중 17개의 기술밖에 못 갖추고 있는 우리의 기술력 또한 큰 문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우리 모두의 자산이며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위대한 유산이다. 막대한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기보다는 지속가능한 친환경 에너지를 개발하고 주어진 에너지를 절약하여 사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어수선한 연말이지만 새로운 해가 떠오를 2017년에는 아직도 판도라의 상자에 남아 있는 ‘희망’이라는 것에 기대를 걸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