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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

시작은 늘 가슴이 뛴다. 1월이 그렇다. 해넘이와 해돋이 간극에서 소원성취를 빌며 거듭 다짐한다. 과거에선 아쉬움을 느끼지만 미래에선 희망을 본다. 피에르 쌍소는 “내일은 또 다른 하루가 태어날 것이다. 내일 나는 다시 한 번 미래를 내다보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만물을 향해 손을 뻗을 것이다”라고 희망을 꽃 피운다. 긍정의 태도를 지니고 실천함으로써 느껴지는 자존감이 자신감으로 솟구친다.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버리지 못하면서, 새로운 것을 가질 수는 없다. 새해에는 가벼운 흥분마저 느낀다.

청년에게 목표가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즉답을 피한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좋아 보이는 것, 멋져 보이는 목표만 있어서다. 나를 소외시키고 남에게 성공한 사람으로 보일 수 있는 추상적인 생각만 있는 셈이다. 목표를 세울 때는 나를 먼저 들여다봐야 한다.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도 ‘현대인은 모두 타인 지향의 인간’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 현실이 그렇게 만든 면도 없지 않다. 현 정권이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지만 실업률은 역대 최고다. 이 시대의 청년은 정말이지 슬프고 외롭다. 눈물을 참으면 감정에 상처가 난다고 하지만 말리고 싶지 않다.

정부의 2018년 경제 성적표가 나왔다. 누가 봐도 참 민망할 지경이다. 국내 경기 위축, 대외 여건 악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고용 부진을 불렀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로제는 중소기업인과 자영업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겼다. 해법은 잘못된 정책 기조를 신속하고 과감하게 바로잡는 것일 텐데. 대통령은 ‘경제 실패 프레임 때문에 성과가 국민에게 잘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인식관으로 어찌 경제해법을 찾을 수 있겠나. 대통령은 결단하는 사람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힘든 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라고 주권자가 맡겨놓은 것이다. 금년에 최저임금이 거푸 오른 데다 주휴수당 문제까지 겹쳐 중소기업과 자영업체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대외 여건 위축 등의 이유로 기업 투자심리도 잔뜩 움츠러들었다. 경제 현장에서 들리는 사회적 약자의 비명 소리가 얼마나 더 커져야 변할 텐가. 정치사회적 현안마다 진영과 이념으로 쪼개진 우리사회는 만신창이다. 삶이 나아질 것이란 긍정적 사고와 희망 대신 절망과 좌절이 팽배하다. 세월의 속도에 따라 믿음과 희망을 되뇌며 살아내도 우리의 삶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이런 삶을 “인간의 모든 불행은 단 한 가지, 고요한 방에 들어앉아 휴식할 줄 모른다는 데서 비롯한다”고 파스칼은 꼬집는다. 자본주의는 경쟁과 효율이 견인한다. 해서 어디에나 경쟁에 뒤진 사람은 있다. 노동계 현안은 소통으로 풀어야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수 있다. 나라 안팎이 총체적 위기인데 정부와 여권의 경제 인식은 예사롭다. 오히려 ‘악어의 눈물’을 흘린다. 경제와 안보를 강화하고, 갈등과 양극화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변화를 가속화해야 할 일이다.

‘위기가 아니다’는 현실 인식이 되레 경제위기를 부를 수 있다. 세계 경제에 대한 전문가의 예견도 심상치 않다. 퍼펙트 스톰이 닥치는 게 아니냐는 시각까지 있다. 규제 혁신과 노동시장 유연화 없이 이대로 간다면 미래는 암울하다 못해 참담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문제를 풀려면, 문제만 바라보지마라고 한다. 우리 뇌는 무게가 전체 몸무게의 2%밖에 안 되지만, 우리가 먹는 에너지의 25%를 쓴다. 생각하고 신경 쓰는 데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는 셈이다. 대한민국은 분단과 전쟁의 비극을 겪고도 경제성장과 정치 민주화를 이뤄냈다. 인정받는 국가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위기마다 강인해지는 한민족 특유의 유전자가 아닌가 한다. 죽을 만큼 절박한 마음으로 습관이라는 굴레를 벗어나야 한다. 우리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이 기적을 부른다.

“왜 안 된다고 하십니까?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드라마 ‘대장금’ 마지막 회에서 장금이가 한 말을 상기해 둘 필요가 있다.

한학수 <청운대 방송영화영상학과 교수·칼럼위원>

한학수 칼럼위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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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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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승학 2019-01-18 12:35:39

    좋은 말씀이십니다. 정부는 경제성적표에 대한 평가를 올바르게 진단하여 올해는 역대최저의 청년실업이라는 경제의 위기속에서 벗어날 방안을 마련하는데에 더욱 힘써야한다고 생각이 듭니다. 비평에 대해 '프레임 씌우기'라는 변명보다는요, 국민들 또한 정부에만 기대지 않고 다같이 노력해서 급속도로 변화하는 시대에 트렌드를 따라감으로 극복해야하는 시기이기도 하구요.   삭제

    • 권혁환 2019-01-18 11:19:35

      기적은 기적처럼 오지 않는다의 제목이 내면의 크게 느껴집니다.
      청년에게 목표가 뭐냐고 물으면 대부분 즉답을 피한다 하신것처럼 저 또 한 그랬습니다. 저도 저의 머릿속에는 좋아 보이는 것과 멋져 보이는 목표만이 나이에 어울리는 것이라 생각했기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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