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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을 스마트폰에 뺏겨 속상해요

“남편은 집에 오면 스마트폰만 해요.” 우주베키스탄에서 온 30대 초반 A는 외국인 치고는 꽤 잘하는 한국어로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A의 고민은 너무나 진지했다. 쌓여 가는 스트레스는 아이에게 분노로 폭발했고, 때로는 “너 때문에 이혼할 거야”라고 말할 정도로 화를 표현했다. 아들은 언어 발달이 느렸고 언어치료를 받았다. A는 자신의 미숙한 양육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한국으로 올 때 A의 꿈은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었다.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하루하루 버텨야 하는 삶의 무게가 무거웠다. 그녀는 살기 위해 서둘러 일자리를 찾았다. 첫 직장은 C지역의 식품 공장. 1년 2개월의 근무는 고생으로 가득했다. 성추행은 기본이고, 질 낮은 음식과 취약한 주거환경, 야간근무는 너무 고됐다. 졸릴 때마다 믹스커피를 다발로 마셨고, 그로 인해 위가 많이 상했다. 몸이 아팠지만 너무 바빠 병원에 갈 수 없었다. 살기 위해 직장을 옮겼다. 지역을 떠돌며 근무했고 몸은 더 악화됐다. 너무 무서웠고 고독했다. 한국에서 자신의 존재는 지우개로 지워진 글자처럼 희미했다. 어머니가 보고 싶었고 돌아가려고 결심했다. 이때 만났던 남자가 청혼을 했고, 아픈 몸을 간호해줬다. 그 남편이 그녀에게 한 줄기 빛처럼 느껴졌고 사랑받는다는 마음이 들어 결혼을 결심했다.

도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은 총 인구 대비 4.8%(10만4000여 명)로 전국 2위이며, 결혼 이민자와 귀화자는 도민의 0.69%(1만4000여 명)에 해당한다. 결혼 이민자 여성들은 결혼을 통해 삶에 대한 이상을 가지기도 하고,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통로, 친정을 도와야 한다는 책임감 등이 높다. 더구나 A가 성장한 우즈베키스탄은 체면을 중시하는 민족이다. 그러므로 이혼하고 친정에 돌아간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두렵고 슬픈 일이다. 두려움은 위험에 직면했을 때 분별력을 줌으로써 도망하게도 하고 도피처를 만들도록 한다. 그래서 A는 도피처로 상담실에 왔다. 귀가하면 스마트폰만 하는 남편과 잘 살아내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직접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중앙아시아인과 서구인 두 인종이 섞여서인지 A의 외모는 매우 예뻤다. 하지만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눈물을 흘렸다. 마음 속 깊이 쌓여있는 슬픔이 눈물을 흘리게 한 것이다. 눈물은 고통을 덜어주기도 하고 정화되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더 나아가 상실한 것들을 마음껏 슬퍼하고 나면 우리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하므로 상담자는 A의 감정을 공감해줬다. 결혼 전 A에게 심각한 신체적 증상들이 나타난 것은 감정의 에너지를 외부로 표현하지 못함으로 무의식 안에 쌓여 있는 분노의 에너지가 자신을 공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로이드는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은 무의식에 쌓여 자기를 공격하거나 타자를 공격한다고 했다. 마음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는 것은 성숙한 사람으로 사는 가장 중요한 길이다. 많은 결혼이민자 여성들이 사랑에 실패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언어도 서툴고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서툴기 때문이다. 언어 소통의 부재와 감정 소통의 부재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은 상대 이야기에 귀 기울여 듣고 그 감정을 공감하는 것이다. 곧 A의 이야기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A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다.

한국어를 배우듯 감정 표현하는 법을 배우면 좋겠다. 상담자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A의 감정을 공감해주려고 노력하자 A는 조금이나마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그래서 상담 후 A는 남편에게 자신의 마음을 말했다. “고향에 가서 엄마와 친구들을 보면 마음에 힘이 날 것 같아요.” 그래서 몇 개월 고향에 다녀오기로 합의했다. 친정에 갈 때 남편이 함께 가기로 했다. A의 변화를 보고 상담자로써 보람을 느꼈다. 상담자는 A가 고향에서 어머니와 고국의 사랑을 받아 마음의 분노와 슬픔을 어느 정도 정화하고 남편이 있는 이 땅으로 돌아올 수 있기를 희망한다.

최명옥<한국정보화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칼럼위원>

최명옥 칼럼위원  hjn@hjn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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