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마강에는 낙화암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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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강에는 낙화암 -15
  • 한지윤
  • 승인 2019.10.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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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윤의 청소년 역사교육소설

무엇인지 묵직한 것이 보자기에 싸여 있었다.
보자기는 얼마쯤 썩었으나 그대로 있었기 때문에 속의 물건은 드러나 보이지 않았다.
유리는 썩어가고 있는 보자기를 풀어 헤쳤다. 그 때 번쩍 빛나는 것이 있었는데 자루가 있는 한 토막의 은장도였다.
“바로 이것이구나!”
유리는 기쁜 마음으로 은장도 토막을 들고 어머니에게로 달려갔다.
소나무 기둥이 서 있는 일곱 모로 깎아 세운 주춧돌 밑에서 찾아냈다는 이야기를 어머니에게 상세하게 말씀드렸다.
“그것이다. 바로 그거다. 장하다. 내 아들 유리야!”
어머니 예씨 부인은 유리를 부둥켜안고 기쁜 눈물을 흘렸다.
“이젠 아버지를 찾아가도 되지요?”
“오냐, 오냐, 이젠 아버지를 찾아가 보기로 하자.”
그 날부터 예씨 부인과 유리는 동부여를 빠져나갈 계획을 세웠다.
유리를 따르며 좋아하던 옥지, 구추, 도조도 유리를 도와 동부여를 떠나기로 했다.
엄체수만 무사히 건너면 되는데, 엄체수까지가 어렵고, 엄체수를 건너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엄체수까지는 벼슬자리를 지방으로 옮긴 사람의 가족처럼 꾸며서 가기로 했다.

유화 부인, 예씨 부인, 유리는 마차를 타고, 옥지, 구추, 도조는 하인으로 꾸며 마부같이 데리고 가기로 하는 것이 어떠냐고 옥지가 말했다.
옥지는 마차를 준비해서 사람이 살지 않는 동구 밖 수풀 속에 숨겨 두었고 구추는 배를 구해 사람이 가지 않는 엄체수 강가 갈대나무 숲 밑에 감춰 두었으며, 도조는 관원(官員)의 눈을 피해 갈 수 있는 길을 살펴 두었다.
가지고 가지 않으면 안 될 소중한 물건은 남 못 보게 옥지가 마차 속에 옮겨다 두었다.
어느 날 저녁 때, 유리는 놀러 나가는 것같이 집에서 입는 옷 그대로 입고 집을 나왔다.
그 뒤 한참 있다가 예씨 부인이 유화 부인과 함께 소풍을 가는 모양으로 집을 나섰다.
집안사람에게도 눈치를 보이지 않기 위해서였다.
옥지와 구추 등은 유리와 예씨 부인, 유화 부인을 마차에 태우고 말을 몰았다.
유화 부인의 얼굴은 아는 사람이 없을 정도니까 문제가 아니고, 예씨 부인도 마차  안에서 약간 얼굴을 달리 꾸몄으므로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예씨 부인으로 알아볼 수가 없었다.
유리 또한 얼른 보아서는 유리임을 알아볼 수 없게 얼굴과 몸을 꾸몄다. 그러니까 누가 보아도 정말 벼슬자리를 옮긴 가장(家長)의 뒤를 따르는 가족같이 보였다.
게다가 관원이 없는 길로만 달렸기 때문에 중도에서 별다른 고통은 당하지 않았다.
간혹 관원의 눈에 띄었을 때도,
“변방으로 옮기신 분의 가족이오.”
하고 옥지가 태연히 대답해서 무사히 관문(關門)을 넘길 수가 있었다.

엄체수가에 이르렀을 때는 해가 넘어간 뒤였다. 그러나 그들은 관원의 눈에 띌까봐서 곧 배위로 오르지 않았다. 수풀 속에 몸을 숨기고 날이 어둡기를 기다렸다가 먼데서 사람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도조가 먼저 풀숲에서 나와 사방을 살펴보았다.
사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옥지는 가만히 휘파람을 불었다.
구추, 도조도 일어섰고, 유리도 일어섰으며 예씨 부인도 유화 부인의 손을 잡고 일어섰다.
그들은 도조의 뒤를 따라 발소리를 죽이며 걸어서 배위에 올랐다.
“후유---”
유화 부인과 예씨 부인의 입에서 안도의 한숨이 길게 흘러 나왔다.
배가 강 가운데 까지만 가면 완전히 동부여를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옥지, 구추, 도조는 물소리가 크게 나지 않게 노를 저었다.
강 가운데 까지만 가면 안심이 되는 일이라, 그들은 힘이 드는 것을 참으며 배를 저었다.
그래도 삐걱삐걱 하는 소리가 가끔 들렸다.
이제는 강가에서 동부여 군사가, 이들이 엄체수를 건너는 것을 알고, 활을 쏘려고 해도 어둠 속이라 소용이 없음을 짐작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무사히 엄체수를 건너 이제는 유리의 아버지가 다스리는 땅 고구려에 도착했다. 무서울 게 하나도 없었다.
관원에게 의심을 받아도 괜찮고, 붙잡혀도 걱정이 없었다.  <다음호에 계속>

<이 소설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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