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다음으로 석면 피해자 많은 부산, 908명 피해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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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다음으로 석면 피해자 많은 부산, 908명 피해 인정
  • 취재·사진=한기원·김경미 기자
  • 승인 2023.10.2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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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석면피해지역 충남, ‘석면피해기록관’을 세우자〈7〉
부산 연제구 연신초 건너 아파트 단지가 국내 최초 최대 석면방직공장 제일화학이 있던 자리.

부산, 전국에서 석면 환자가 두 번째로 많은 곳 ‘검진사업 14년째’
전국 인정자 5474명 석면 피해 구제자 16.6%인 908명 부산 거주
부산 석면공장 29, 조선소 34개소 노출원주민 398명이 집단 발병
2023년 학교석면 모니터링, 부산 616개교 중 53교 석면 남아있어


지난 2011년 석면피해구제법 시행 뒤 지금까지 피해가 인정된 부산 거주자는 908명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는 전국의 피해 인정 주민 5474명의 16.6%로, 충청남도(1981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인구 대비 피해자 발생 비율은 전국 평균의 2.5배에 달했다. 908명의 피해자 중 121명은 사망 뒤 피해가 인정된 경우로 구제가 인정됐다. 

피해 유형은 석면 폐암 221명, 악성중피종 100명, 석면폐가 587명으로 집계됐다. 부산에서 석면 피해가 컸던 것은 석면공장과 선박 해체시설 등이 많았고, 석면슬레이트 가옥 밀집 지역도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석면공장 29개소, 조선소 34개소, 석면슬레이트 가옥 11개 등의 지역에서 주민 398명이 집단으로 석면 피해를 입었다. 또 1970∼1980년대 새마을운동으로 조성된 석면슬레이트 밀집 주거지에서 119명의 석면 질환자가 나왔다. 환경부의 ‘2017년 전국 주요 석면 노출원 현황’에 따르면 석면 피해 우려 지역 847곳 중 부산은 411곳(49%)으로, 전국에서 석면 노출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부산은 전국에서 석면 환자가 두 번째로 많은 곳이다. 석면광산이 밀집했던 충남을 제외하면 17개 시·도 중에서 부산만큼 심각한 곳도 없다. 부산 연제구, 남구, 영도구, 사상구, 사하구, 서구 등지에 석면공장은 물론 배 해체 과정에서 석면이 다량 배출되는 수리조선소 등이 많았다. 또 피란민들이 만든 슬레이트 지붕 가옥 등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2018년에는 2907명을 검사해 78명의 환자를 발견했는데, 지난해에는 절반 정도만 검사했으나 환자는 2.3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잠복기가 끝나가면서 이제 본격적으로 환자가 출현하기 시작하는데, 부산시는 오히려 예산을 줄이고 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한다.

부산시는 어느 도시보다 선제적으로 지난 2009년부터 검진사업을 시작해 올해로 14년째지만, 대상자(18만 명) 대비 검진율은 13%(2만 3000여 명)에 그치고 있다. 지금의 속도로 나머지 15만 명을 완료하려면 10~20년이 지나도 어림없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석면피해구제법에는 지자체가 관할 구역 내 석면 피해자의 실태를 파악하고 관리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부산시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법에 규정된 의무를 게을리하고 있다. 부산시가 한해 석면 예산으로 사용하는 1~2억 원은 전체 예산 규모, 15조~16조 원에 비하면 결코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18만 명에 대해 전수검사를 시행한다 해도 300억 원 안팎이면 충분하다는 계산에서 결코 돈이 아니라 의식과 의지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석면 피해자들은 대부분이 60대 이상의 고령자들이다. 이 중에는 본인이 피해자임을 알지 못한 채 병을 얻어 사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조기 발견과 조기 치료가 중요한 만큼 검진이 시급한 이유라는 지적에 설득력이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1970년대 부산 제일화학공장의 굴뚝모습(왼쪽 사진)과 석면방직공장 작업자들의 모습(오른쪽 사진).
1970년대 부산 제일화학공장의 굴뚝 모습(왼쪽 사진)과 석면방직공장 작업자들의 모습(오른쪽 사진).

■ 부산 석면 피해자 전국서 두 번째로 많아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전국에서 인정된 5474명의 석면 피해 구제자 중 16.6%인 908명이 부산에 거주하는 주민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36%를 차지하는 충청남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다. 부산의 석면 피해구제 인정자는 인구 대비 2.5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환별로는 석면폐가 547명으로 인구 대비 2.7배 많고, 석면 폐암은 208명으로 인구 대비 3.5배 많으며, 악성중피종은 96명으로 인구 대비 1.2배가 많다. 석면피해구제법에서 인정하고 있는 주요 질환 3개 모두 부산 인구에 비해 많은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부산에서 석면 피해자가 많은 이유는 석면공장이나 선박 해체시설이 많았고, 석면슬레이트 가옥 밀집 지역이 많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부산지역의 11개 석면슬레이트 가옥 밀집 지역주민 119명에게서 석면 질환이 집단 발병했다. 또 부산지역 석면공장 29개소, 조선소 34개소 등 석면 노출원 지역 거주 주민 398명에게서 석면 질환이 집단 발병하기도 했다. 석면의 오염원이 많았던 곳에서 석면 피해 인정자가 많이 나오고 있어 석면공장이나 석면슬레이트 가옥 밀집 조건이 석면 질환 집단 발병의 원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앞으로도 40년 이상의 오랜 기간 동안 부산지역에서 석면 질환자가 다수 나올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석면 질환은 석면 노출 후 40년이란 잠복기를 지나 악성중피종, 폐암, 석면폐, 미만성흉막비후, 후두암, 난소암 등의 질병으로 발병하기 때문이다. 1952년부터 2008년까지 56년간 부산 전역에서 가동된 최소 29개소의 석면공장들과 1945년 이후 현재까지도 가동 중인 35개소의 조선소와 수리조선소의 현황과 다수의 석면슬레이트 가옥 밀집 지역의 현황 등을 고려할 때, 앞으로도 40년 이상 오랜 기간 동안 부산지역에서 석면 질환자가 다수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석면 피해를 해결하기 위해 △석면 노출 우려 지역에 대한 석면 피해 건강 모니터링 확대 △난소암, 후두암, 위암 등 구제 인정 대상 질환 확대 △구제 인정된 피해자의 구제 지원 수준을 높여 직업성 산재보험과 차이가 없도록 하기 △불인정된 석면질환자들에 대한 추가 구제 조치 △석면 질환 집단 발병이 확인된 지역의 석면슬레이트 제거 특별사업의 필요성 △추가적인 석면 노출을 막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 마련 등 해결방안을 내놓았다.

부산시에 따르면 2009년부터 최근까지 석면 피해 의심 지역의 주민 2만 2806명을 대상으로 건강 영향조사를 한 결과, 남구 일대에서 피해 인정자가 무더기로 쏟아졌다. 피해 인정자의 이전 거주지 분포를 보면 △남구 202명(26%) △연제·동래구 140명(18%) △영도구 99명(13%) △사상구 87명(11%) 순이다. 피해 인정자가 두 번째로 많이 나온 곳은 연제구와 동래구, 제일화학 일대로 석면 방직공장인 제일화학은 1969년에서 1992년까지 가동됐다. 

제일화학 석면 피해 노동자 모임 집계에 따르면, 노동자 72명이 30~60대에 숨졌다. 사망원인은 △악성중피종 14명 △폐암 15명 △석면폐증 15명 △폐질환 6명 △간암·피부암·흉망 중피종 각 1명 등이었다. 정기 모임에 참석하는 66명도 현재 △악성중피종 3명 △폐암 3명 △난소암 1명 △석면폐증 3급(7명), 7급(5명), 11급(4명), 13급(10명) 등 석면 질환을 앓고 있다. 석면 질환 피해 가능성이 높은 부산 주민이 최소 18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최소 추정치의 13%만 검진한 상태라고 설명한다. 

지난 2009년부터 2023년 2월까지 15년간 1만 755명을 검진해 830명의 석면 환자를 찾아내 7.7%의 검진율을 보였다. 올해 2월까지 부산에서 인정된 피해자는 1263명이며, ‘석면 피해자 찾기 사업’을 통해 찾아낸 830명은 부산지역 전체 석면 피해구제 인정자 1263명의 66%다. 10명 중 6~7명은 석면 피해자 찾기를 통해 찾은 수치다.

 

부산 동구 수정동의 슬레이트 지붕과 고층 빌딩이 대조적이다.
부산 동구 수정동의 슬레이트 지붕과 고층 빌딩이 대조적이다.

■ 부산, 석면 피해구제 인정자 900명 넘어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부산에서 석면 피해구제 인정자가 900명을 넘어서며 전국에서 2번째로 석면 피해자가 많은 것으로 확인되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지난 2011년부터 10년 9개월 동안 전국에서 인정된 5474명의 석면 피해 구제자 중 16.6%인 908명이 부산 거주자인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는 36%를 차지하는 충청남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규모이며, 908명의 피해자 중 121명은 사망 후 피해가 인정됐으며, 질환별로는 석면폐 587명, 폐암 221명, 악성중피종 100명으로 집계됐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로 흡입하면 10~50년 후 긴 잠복기를 지나 악성중피종, 폐암, 석면폐, 미만성흉막비후, 후두암, 난소암 등의 질병으로 발병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지난 2009년부터 모든 종류의 석면이 사용 금지됐다.

한국은 1930년대 일제에 의해 군수 물자로 개발된 석면광산이 충남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했고, 1980년대까지도 운영됐다. 또한 1970년대 시작된 새마을운동 시기에 석면슬레이트를 전국 규모로 사용했고, 경제개발 시기에 자동차, 전자, 건축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석면이 사용돼 해외에서 대규모로 석면 원료와 제품 등을 수입해 사용했다. 이 과정에서 석면슬레이트와 석면 텍스 등의 석면시멘트 건축재 제조공장, 석면 브레이크 라이닝 공장, 석면섬유공장, 석면광산 등이 전국 곳곳에서 가동되면서 주민들과 노동자들이 석면에 노출됐기 때문이다. 

건축물의 경우 학교와 관공서, 병원 등에서 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석면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하면서 대부분의 건축물에서 석면을 사용해 왔다. 지난 2005년 이전에는 석면 원료를 취급하는 일부 노동자들의 직업적 노출로 인한 직업병, 산업재해로 인색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재건축, 재개발 지역에서의 환경성 석면 노출 문제가 불거지고 이후 폐석면 광산, 지하철 석면, 학교 석면 등 지역주민들에게 석면 질환이 나타나면서 일반 환경에서의 석면 노출과 석면 피해를 경험하며 환경 문제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또한 부산석면추방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2023년 여름방학 학교 석면 해체·제거공사 모니터링 결과 부산에 소재한 616개교 중 53개교(8.6%)에 석면이 남아있고, 여전히 석면 초등학교의 수가 많이 남아있음(29개, 54.7%)을 확인했다고 밝히고 있다. 부산석면공대위는 지난 2008년 출범해 국내 최대 석면 방직공장이었던 제일화학 피해자 등 직업성, 환경성 석면 피해구제 활동을 지속해왔으며 2017년부터 학교 석면 해체·제거공사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한편 ‘석면피해구제기금’은 지난 2011년 제정된 ‘석면피해구제법’에 따라 피해자 구제급여 지급과 건강영향조사, 석면안전관리 등을 위해 기업과 정부가 공동으로 조성한다. 매년 약 8만 개의 기업과 19만여 개의 건설사업장이 ‘석면피해구제분담금’을 내고 정부도 출연금을 내 연간 200~270억 원의 기금을 조성한다. 중요한 것은 석면 피해가 부산과 충남뿐만 아니라 전국 곳곳의 슬레이트 밀집 지역도 마찬가지다. 국가 차원에서 석면 피해자를 찾아야 하는 이유다. 또한 ‘석면피해구제지원금’ 수준도 낮아 산업재해보상금의 20~30% 수준에 머문다. 따라서 구제기금을 확대해 산재보험금과 같은 수준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현실에 주목할 필요성이 있다.
 

부산 깡깡이예술마을의 1920년대 건축된 ‘조질창고(조선질소비료주식회사창고)’의 지붕은 아직도 슬레이트로 덮혔다.
부산 깡깡이예술마을의 1920년대 건축된 ‘조질창고(조선질소비료주식회사창고)’의 지붕은 아직도 슬레이트로 덮혔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 지역미디어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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