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이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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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이란?
  •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 승인 2024.04.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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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5일은 사랑하던 아내 故 김묘숙 권사가 50년의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고 내 곁을 영원히 떠난 지 꼭 100일째 되는 날이다. 

한동안은 혼란과 좌절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그간 잘못한 죄책감과 나만이 당하는 슬픔 같아 손에 일이 잡히지 않고 언행을 조심하게 됐으나 차츰 정신을 가다듬고 주변을 돌아보니 그것이 아님을 실감했다.

아주 가까이에 올해 90세가 되는 형수는 형이 50세에 별세했으니 40년을 혼자 4남매의 뒷바라지와 결혼까지 성사시켰고, 2006년에 106세로 소천하신 시어머님을 봉양하며 살아온 지난날을 생각하면 나는 할 말이 없다.

그런데 우리네 삶에서 과연 100이란 숫자의 의미는 무엇일까? 과거에는 어린아이가 태어나면 100일 잔치로 축하했고, 중대사의 성공을 위해서 100일 기도하며 정성을 드리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가 사용하는 돈의 액수도 전에는 100만 원이 가장 큰 단위로 조그만 집도 한 채 지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억 단위로 인상이 됐다. 

그 외에도 백화만발, 오곡백과, 백만장자, 백년가약, 백년해로, 백년지계, 백발백중, 백전노장 등 좋은 의미의 100과 관련된 말이 많다. 그러나 일의 성패에 100일이 관계돼 부정적인 의미로 “백날 해봐라”라고 야유했으며, 평균수명이 40세였던 시대에는 60세인 회갑을 살기가 어려웠다. 그 당시에 100세는 꿈같은 이야기였으나 이제는 100세 시대를 맞이해 전혀 생소한 나이가 아니다. 

이와 관련해서 10진법에서 1은 하루에 한 가지 좋은 일 하기, 10은 하루에 나에게 도움을 주는 열 사람 만나기, 100은 하루에 100자 쓰기, 1000은 하루에 천자 읽기, 10000은 하루에 만보 걷기로 보람 있는 하루를 보내기 위한 삶의 실천 과제가 있다. 역시 경제 성장이나 주변 환경과 신체의 건강상태는 과거에 비해서 많이 향상됐는데 과연 이에 따라 사람들의 행복지수도 함께 상승이 됐을까.

우리가 좋아하는 ‘행복 10계’라는 글에 보면 “무조건 행복하다”고 믿어야 한다. 행복의 시간은 좌절과 절망의 시간보다 더 많기에 그대로 믿어야 한다. 또한 “시련과 좌절이 와도 행복이라 믿어라”라는 말이 있듯, 시련은 견딜 수 있는 만큼 오는 것이니 행복의 믿음 앞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다.

아무리 아픔과 슬픔이 밀려와도 우리가 저절로 숨 쉬고 내 발로 걷고 내 손으로 음식을 먹을 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아마도 일생동안 모든 사람의 삶을 모아보면 불행한 일보다 행복한 일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하며 ‘행복 구호’로 지금까지의 슬픔을 승화하고자 한다.

“사랑해요, 모든 것을! 건강하세요, 항상! 친절하세요, 누구에게나! 용감하세요, 어떤 일에나! 효도하세요, 부모님께! 노력하세요, 살아 있는 날까지! 진실하세요, 언제까지나! 인내하세요, 어떤 일에도! 겸손하세요, 모든 일에! 밝게 웃으세요, 슬플 때도!”

우연히 임영웅 가수가 부른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의 가사가 생각나며, 가사 중에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 시험”에서 큰딸이 제가 근무하던 실업계 고교에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입학해서 졸업하고 간호학과시험에 응시한 후 합격자 명단을 보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졌지….

그리고 딸, 딸, 딸만 내리 셋을 낳고 네 번째를 임신해서 우연히 한약방에서 태맥을 봤는데 또 딸이라고 걱정하던 날, 그래도 한번 믿어 봅시다. 

우리에게도 아들이 필요하다면 아들을 주시겠지. 그래서 출산하기 전에 이름을 한일(一), 믿을 신(信)으로 일신이라 작명했는데 낳고 보니 아들이었을 때의 기쁨이야.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 데 다시 못 올 그 먼 길을 어찌 혼자 가려 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그러나 분명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불행한 시간보다 행복한 시간이 많았을 것이지?라고 묻고 싶다, 그러나 대답은 없지만….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칼럼·독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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