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리더, 우리 동네 이장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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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리더, 우리 동네 이장님! (3)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3.03.21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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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동면 팔괘리 상팔마을 이해진(52) 이장

행정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이장의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농촌이 빠르게 고령화되는 추세 속에 지역 주민을 위해 봉사하는 대표자로서, 요즘 이장은 열린 마음, 긍정적인 자세, 젊은 감성으로 변화와 혁신을 선도하는 지역 리더로 거듭나고 있다. 마을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역량을 십분 발휘하며 제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마을 이장들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이장일이요? 봉사잖아요. 마을 사람들이 못하는 일 대신해 주는 게 이장이 할 일이죠"
서글서글한 눈매로 무슨 일이든 씩씩하게 해낼 것 같은 이해진 이장은 홍성군에서는 면 지역 최초의 여성 이장이다.
지난 2005년부터 지금까지 8년 동안 마을을 이끌어 온 이 씨는 상팔마을에서 태어나 남편 직장 관계로 타지에 나가 있던 3년을 빼고는 상팔마을에서 몸과 마음을 키워 온 '토박이'다. 마을 부녀회 총무 일을 맡아 알뜰살뜰 부녀회 살림을 꾸려 그 실력을 인정받아, 주변 어르신들의 추천으로 남자들과 당당히 겨뤄 투표로 선출됐다. 상팔마을이 생긴 이래 여자 이장이 선출되기는 처음이다.

"당시 마을 사람들이 저를 이장으로 뽑아 준 것은 과거와 달리 여성이라고 이장 일을 못할 것도 없고, 오히려 더 잘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엔 무척 힘들었어요"
이 씨가 이장을 맡고 나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상갓집 조문을 다니는 일이었다고 한다.

"동네 애경사를 전부 챙겨야 하는데, 여자 혼자 문상을 다니는 게 굉장히 어색했어요. 처음엔 밖에서 아는 사람이 올 때까지 무작정 기다렸어요. 그런데 피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란 생각에 '에라 모르겠다, 못할 것도 없지'라고 마음을 단단히 먹고 부딪쳤어요. 다행히 지금은 문상 다니는 건 일도 아니게 됐죠"
또 여성 이장이다 보니 마을안길 포장, 배수로 정비, 농로 포장 등 크고 작은 마을 공사와 관련된 일은 참 낯설고 막막한 작업이었다고 이 씨는 털어놓았다.

"진입로가 뭔지, 필지가 뭔지, 또 토지 소유자는 누군지 전혀 파악도 안 돼서 처음엔 '여자가 뭘 알겠어요? 알아서 해주세요'라고 공사하시는 분들에게 부탁했어요. 시간이 흐르면서 다른 분들의 조언도 받고, 열심히 쫓아다니며 곁눈질로 배우다보니 '서당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이젠 웬만한 공사는 척척 해낼 수 있답니다"

마을회관에서 진행된 인터뷰라 주위에서 지켜보던 어르신들이 한결같이 "우리 이장은 조심성 있고 착실하게 일 잘하고, 성격도 활달해 마을 주민들 모두에게 인정받는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어찌됐건 아직까지 별 탈 없이 마을을 잘 이끌어왔다고 많은 어르신들의 신임을 받고 있습니다. 제게 이 동네를 짊어지고 가라고 큰일을 맡겨 주신 믿음을 배신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앞으로도 무엇을 잘 한다는 것보다는 성실함으로 마음을 쏟아서 봉사하는 자세로 임할 작정입니다" 특별히 해 놓은 것도, 내세울 만한 일을 한 것도 없어 부끄럽다며 이 씨는 앞으로의 각오를 담담하게 전했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섬세함으로 남성 못지않게 최일선에서 행정을 빈틈없이 수행하는 이 씨. 따뜻한 손길이 담긴 섬김의 자세로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화합의 기틀을 다져가고 있는 이해진 이장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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