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미래 열어가는 교육적 메시지 전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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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미래 열어가는 교육적 메시지 전하고 싶어"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3.06.1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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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삼농 김구해 '三農人 壬辰 메아리展'

현충일을 즈음해 결성면 출신 삼농 김구해(68·서예가) 선생에게 추도 휘호를 의뢰하기 위해 오랜만에 제주에 전화를 넣었다. 삼농 김구해 선생은 지난 2011년 결성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탑의 휘호와 디자인· 설계를 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초대작가이다. 전화기 너머 삼농 선생의 목소리에는 고향을 향한 간절한 그리움과 애정이 묻어났다. 삼농 선생은 지난해 12월 임진년을 주제로 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며 근황을 전했다. 두루마리 작품 전체길이가 120m나 되는 대작 '임진록' 전사 전시회 소식이 보훈의 달에 걸맞은 내용일 듯해 선생과의 전화 인터뷰 내용과 함께 작품 편린 일부를 정리했다. <편집자 주>

▲ '壬辰 메아리展'전시회를 감상하는 관람객.


임진년 맞아 지난해 제주·여수서 잇단 전시회
길이 120m·폭 50cm 서예 단일작품 최장기록대상

당초 '壬辰 메아리展'은 임진년을 주제로 한 기획전으로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부터 전국 지방 순회전을 마치고 뉴욕에까지 전시하는 것으로 예정됐었다. 그러다 당국 고위층에서 "아픈 과거사를 이제 새삼스레 들춰내 가뜩이나 한일관계가 복잡 미묘해진 요즘, 국가이익에 무슨 도움이 될 것인가"라며 재검토 지시에 따라 실무진들이 고심 끝에 부득이 진행을 보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삼농 선생은 "전시회 기획이 보류됐다는 소식을 접했을 때 이미 작품 주제설정에 맞게 제작에 필요한 근거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국립중앙도서관 자료실 등에서 여러 날 채증하여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을 때였다"며 안타까운 심정을 전했다.

선생은 늘 전시 초대를 받으면 확실하게 주제와 성격이 가장 잘 부합되는 소재와 아이디어를 창출하기로 한국 서단에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한 터에 임진왜란 이후 일곱 번째 임진년(420년 전)을 되새기는 전시라고 하니 거의 작가적 프로정신으로 자존심이 발동해 완벽에 가깝게 준비했었음이 짐작되고도 남는다. 임진록은 실제 일어났던 전쟁실록을 배경으로 이루어진 실화소설 작품이기 때문에 그 분량이 매우 방대하다. 웬만한 전시장에는 일부 밖에 펼칠 수 없어 제주도문예회관 전관에서도 3분의 1은 펴지 못한 채 전시했다. 제주에서의 전시를 마치고 여수시문예회관의 초청으로 연달아 전시를 했을 때도 전관 1·2실에 수용이 힘들었다. 전시 당시 전남 여수시는 이순신 장군의 지휘소였던 진남관 일대를 임진왜란 성지로 지정하고 대외 홍보사업을 전개하고 있던 때라 전시 취지와 잘 맞아떨어졌다는 호평을 받았다.

▲ 120m 길이의 임진록 두루마리 작품.
전시회에 선보인 두루마리 작품 전체 길이는 120m에 폭 50cm로 글자크기 역시 사방 1.5cm이기 때문에 관람자가 속독이 훈련되지 않으면 전체를 읽어나가는데 한나절은 족히 소요될 만큼 방대한 분량이다. 따라서 전시회를 찾는 관람객들의 편의를 위해 삼농 선생은 전체 줄거리를 요약해 놓았다. "주제에 걸맞게 임진록 경판본과 국립중앙도서관 소장본을 들추어내어 그 양본 전문을 누구나 알아보기 쉽게 지명과 등장인물의 고유명사만을 한자로 썼어요. 그 외는 내가 평소 연구하여 즐겨 써 오던 우리 한글 민체(서민들의 편지글씨 형태)와 국한 혼서 세필로 선보였습니다" 특히 전시된 작품 가운데 앞부분 10m 정도의 서문에는 선생이 직접 제작 동기와 임진록을 선택하게 된 까닭을 각 조항으로 적고 있어 주목을 끌었다.

"먼저, 임진왜란이 일어나게 된 연유와 36년간 국권을 빼앗겼던 아픔을 망각하고 있는 일부 기성세대와 전후 신세대의 국가안보 불감현상을 개탄하는 내용을 넣었어요. 또 6.25한국전쟁의 비극을 남의 일처럼 새까맣게 잊고 사는 일부 청소년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 주고 싶었지요" 현재까지도 일본은 독도 영유권 주장과 2세 교육, 역사교과서 왜곡 등 엄연한 국제 전범국으로서 우경화 조장을 일관하고 있음에도 우리국민 의식 속에 몇 할이나 위기의식을 체감하는 지에 식자들은 크게 염려하고 있다고 선생은 보았다. "나라가 어려운 도탄지경에 처했을 때마다 보국충신, 의·열사들이 있었고 그분들의 애국정신을 이어받은 성실한 다수 국민이 있었기에 오늘의 한국경제는 불과 50년 만에 세계 10위권 안에 들었습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주는 나라로 급속 발전된 모습은 가히 기적을 이룬 모델이에요.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 기성세대와 청소년들이 희망적 긍지를 갖도록 당위성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 '독도 일출', 김구해 作.


선생은 전시회를 통해서라도 당당하게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와 떳떳하게 후대에 물려줘야 할 미래의 대한민국을 지키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전한다. 희망미래 행복시대를 열어가자는 교육적 메시지를 극명하게 나타내고자 하는 작가의 함성이 '壬辰 메아리展'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선생의 이번 임진록 전사는 서예 단일작품 최장기록대상으로 확실하다 하여 현재 한국기록원에 등재 심의 중이다. 서문의 첫머리에 '君不聽乎! 是喊!(그대는 듣지 못하는가! 이 통한의 함성을!)', 끝맺는 부분에는 '飮水思源宜當事, 居安思危必銘心(물을 마시되 그 근원을 생각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요, 편안히 잘살 때는 항상 위태로움을 반드시 마음에 새길 것)'이 적혀 있다.

삼농 선생은 "'壬辰 메아리展'은 이 시대에 살고 있는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국가관을 더욱 투철하게 갖게 된 계기가 됐다"며 "기회가 된다면 고향에서도 전시회를 열고 친지·친구들을 직접 만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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