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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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증후군
  • 주호창 <광천노인대학장>
  • 승인 2013.09.08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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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무덥던 올 여름도 계절의 변화 속에 24절기의 하나인 백로(白露)따라 가을이 가까이 오고 있다. 우리민족의 고유 명절인 추석과 설, 한식, 단오, 삼복은 24절기에 포함되지 않는 세시 풍속에 속한다. 금년 추석을 앞두고 '어머니의 여한가(餘恨歌)'가 생각나서 일부를 소개하고자 하는데 역시 우리민족은 한이 많으며 특히 어머니들의 일생은 고달프고 가련하였다. 옛 어머니들의 시집살이, 가난한 살림살이에서 자식 기르기와 시부모 공양 등 질박한 삶을 노래한 것이 여한가이다.

"봄 여름 누에치고 목화 따서 길쌈하고 콩을 갈아 두부 쑤고 메주 띄워 장 담그고 땡감 따서 곶감 치고 배추 절여 김장하고 호박고지 무말랭이 넉넉하게 말려두고 어포 육포 유밀과 과일주에 조청까지 정갈하게 갈무리해서 높은 다락에 간직한다. 찹쌀 쩌서 술 담거 노릇하게 익어지면 용수 박아 제일 먼저 제주부터 봉해두고 시아버님 반주꺼리 맑은 술로 떠낸 다음 청수 붓고 휘휘 저어 막걸리로 걸러내서 들일하는 일꾼네들 새참으로 내보내고 나머지는 시루 걸고 소주 내려 묻어 둔다. 명절이나 큰 일 때 객지 사는 자식들이 어린 것들 앞세우고 하나 둘씩 모여들면 절간 같던 집안에서 웃음꽃이 살아나고 하루 이틀 묵었다가 제 집으로 돌아갈 땐 푸성귀에 마른 나물, 간장, 된장, 양념까지 있는 대로 퍼 주어도 더 못 주어 한이로다" <이하 생략>


이런 어머니들의 삶이 현대 여성인 며누리들과의 고부갈등은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숙제이기도 하다. 인간의 본성은 시야가 좁고 이해력이 부족하여 남을 배려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어려운 것 같다. 어느 글에 머리(이성) + 머리(이성)= 두통, 가슴(감성) + 가슴(감성) = 소통이라고 하는데 머리에서 가슴까지는 가까운 거리인데 거기까지 도달하기에는 몇 십년 아니 일생이 걸린다고 한다. 그만큼 인간은 철이 들고 각성하기가 어려우며 부모가 되어 봐야 부모 심정을 이해하게 된다고 한다. 결국 원만한 가정생활과 세대 간의 갈등을 해소하시 위해서는 기성세대인 부모와 신세대인 자녀들 간에 서로 이해가 필요하다. 요즈음 자식이 부채를 갚아주지 않는다고 아버지를 살해하는 패륜아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은 개탄을 하고 있다. 오늘의 세태를 풍자한 말 가운데 부모들이 어렵게 모은 재산을 자식에게 전부 물려주면 부모는 굶어 죽고 절반을 주면 나머지까지 달라고 쫄래 죽고 안 주면 맞아 죽는다는 서글픈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또한 어느 가정에서 영어를 배운 현대 며느리가 영어를 모르는 시어머니를 무시하는 처사에 시아버지의 해결 방법에 수긍이 가기도 한다. 시아버지가 며느리에게 하는 말 : "새아기야, 친정에 휴가를 다녀오너라!" 이 말에 기쁜 며느리는 "언제까지요?" 응, "네 시어미가 너 만큼 영어를 배울 때까지!" 엥! 이 말에 며느리가 스스로 자기의 실수를 인정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어디에 주안점을 두느냐에 따라 결과 다르듯 서로 이해와 배려가 필요하다. 명절이 지난 후에 추석 증후군으로 부부간에 불협화음과 이혼이 많다고 하는데 과거 어머니들의 처지를 한 번 생각해 보고 젊은이들의 어려움도 헤아려 보는 지혜가 필요하겠다. 건강한사람의 체온이 36.5C(365일)가 되어 "생명온도가 따뜻하면 살고 차가워지면 죽는다"고 한다. 우리의 사랑 온도가 따스한 추석 명절이 되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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