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통곡의 바다, 기적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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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통곡의 바다, 기적을 기원합니다
  • 조인복<홍성교육청 교육장>
  • 승인 2014.04.24 15: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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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에 희생된 영혼을 추모하며 -

사월. 올해는 유독 빨리 달려온 봄기운에 유난히도 화려했던 4월의 봄. 그러나 4월 16일 아침 진도 해역에서 들려온 비통한 소식에 한반도의 4월은 얼어붙었습니다.
“얘들아, 살아서 보자” 제자들과 나눈 선생님의 간절한 바람이 담긴 문자 메시지,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되거나 실종되었고 살아남은 자들도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힘들어하고 있는 믿기 힘든 대참사가 지금 우리 눈앞에 일어났습니다.
이 아름다운 봄날, 꽃보다 아름답고 보석보다 귀한 이 땅의 젊은 목숨 수백명이 차가운 남해 바다 속에 잠들었다는 것이 큰 충격으로 다가옵니다. 아니 충격을 넘어서 온몸에 분노의 감정이 절절히 스며들어 애통할 따름입니다. 일부 무책임한 어른들의 그릇된 행태로부터 비롯된 가슴 아픈 일에 대하여 우리들도 일부의 책임을 나누어야 할 것으로 여겨지기에 앞으로 어린 학생들의 교육에 어떻게 임하여야 할지 교육자의 한사람으로서 형언할 수 없는 비통함에 걱정이 앞섭니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순간에 살신성인의 덕을 보인 분들이 있습니다. 친구들을 살리기 위하여 구명조끼를 양보하고 바다로 뛰어든 선한 눈매와 웃음을 가진 단원고 학생 정모 군, 침몰해 가는 배에서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주고 의롭게 죽음을 맞이한 착한 딸이었던 박모 씨, 자신의 몸도 추스르기 어려운 상황에서 난간에 매달린 채 제자들에게 구명조끼를 나눠주며 마지막까지 학생들을 구하느라 빠져나오지 못하고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된 2학년 6반 담임 선생님, 두려움에 떠는 학생들에게 침착함을 잃지 않도록 위로하며 그들의 손을 하나하나 잡아 탈출시키고 간신히 구조되었으나 더 많은 학생들을 구해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가슴 아픈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감 선생님,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제자들에게 ‘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라는 메시지를 보내고 끝내 생을 달리한 최모 선생님.
사고 당일 생일을 맞았던 김모 선생님, 제자들이 정성들여 써준 생일 축하 카드는 이제 선생님의 유품이 되었습니다.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마지막 문자로 남긴 아들, 친구들에게 잘못한 게 있다면 미안하다고 용서를 구하던 친구, 배가 기울어지고 있다는 말로 위태로운 상황을 안타깝게 전하던 딸아이는 차가운 바닷물 속에 잠겼습니다. 우리는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우리의 아들과 딸들을 가슴에 묻은 채 잊지 못할 것입니다.
지금쯤 수학여행에서 돌아와 친구들과의 아름다운 추억을 재잘대고 있었을 어리기만 한 학생들의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아 아린 가슴으로 파고듭니다. 세상을 채 알아가기도 전에 어른들의 그릇된 판단으로 고귀한 생명을 잃은 가여운 우리의 아이들. 어른들의 말씀을 잘 들어야 한다고, 그 가르침을 거역하면 안 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지키려했던 우리의 착한 아들, 딸들은 침몰해 가는 배 안에서도 어리석은 어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느라 차마 배 안을 빠져 나오지 못하고 아직도 어둡고 차가운 바다 속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번만큼은 그저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 주었더라면, 한 번 쯤 못난 어른들의 말을 거역했더라면 그 날의 그 모습들이 마지막이 되진 않았을 것이라는 애통한 생각도 해 봅니다.
사월. 돌아오지 못한 생명들이 아직도 차가운 남쪽 바닷물에 잠겨 있는 잔인한 4월입니다. 이 비극 앞에서 이 시대의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이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게 하는 것 바로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이 희생자들에게 약속할 수 있는 남은 자들의 의무이기도 하다는 것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또한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을지, 무엇을 따르라 할 지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그리고 이 시대를 사는 어른으로서, 자식을 기르는 부모로서 안타까운 마음을 적어봅니다.
“꽃봉오리 같은 아이들아, 여러분을 지켜주지 못해 정말 미안합니다. 부디 영면하소서.” “숭고한 사랑의 정신을 남기고 가신 선생님들의 뜻을 되새기며 뜨거운 가슴으로 학생교육을 위해 이 한 몸 바치겠습니다. 천국의 길에서 부디 편안하소서.”
다시 한 번 세월호 희생자에 대하여 애도와 추모의 묵념을 올리며 슬픔에 잠긴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기적은 기적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찾아온다’라는 말을 되새기며 실종자들의 생환 소식을 간절히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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